이재용, BMW CEO 또 만났다…“전기차·배터리 협력 강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리버 집세 BMW그룹 회장을 만나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손잡고, 전장·배터리 사업을 키우려는 삼성의 포석으로 풀이된다.
1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 인천 영종도에 있는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방한한 집세 회장 등 BMW 경영진과 면담했다. 지난 6월 유럽 출장 시 독일 BMW 본사에서 비공개로 회동한 지 6개월 만이다.
영종도 드라이빙센터서 6개월 만에 회동
이 회장과 집세 회장 등은 BMW 최신 전기차에 탑재되는 삼성SDI의 P5 배터리를 포함해 두 회사 간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과 장-필립 파랑 BMW그룹 아태지역 총괄 수석부사장, 한상윤 BMW코리아 대표 등도 참석했다.
경영진 미팅에 앞서 이 회장은 삼성SDI의 P5 배터리 셀을 장착한 BMW의 최고급 전기차 뉴 i7을 살펴봤다. BMW는 이날 국내 출고 1호 차량을 포함해 뉴 i7 10대를 업무용 차량으로 삼성에 전달했다. 뉴 i7 x드라이브60는 최고출력 544마력을 낼 수 있으며 1회 완충 시 438㎞까지 주행할 수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뉴 i7에 탑재된 P5 배터리는 니켈 함량 88% 이상인 하이니켈 양극재와 실리콘 음극재를 사용해 기존 전기차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는 20% 높이고, 재료비는 20% 이상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이 차량을 최윤호 사장 등 계열사 대표의 업무용 차량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 회장의 업무용 차량으로 사용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i8이나 현대차 팰리세이드처럼 이 회장이 개인적으로 구매할 가능성은 있다.
삼성SDI 배터리 실은 뉴 i7 10대 전달
지난 10월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이 일부 업무용 승용차를 BMW i4 e드라이브40 모델로 바꾸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기흥·화성·평택·온양·천안 등 DS 부문 국내 사업장 5곳을 오가는 모든 업무용 차량을 친환경차로 바꾸겠다고 환경부와 협약한 바 있다.
삼성은 2009년 BMW와 전기차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협력 관계를 확대해왔다. 2013년 출시한 BMW 최초의 순수전기차(BEV) i3를 시작으로 i8과 iX, i4 등 BMW가 출시하는 친환경 전기차에 삼성SDI의 고성능 배터리가 탑재됐다. 2014년 배터리 공급을 넘어 차세대 소재 등 전기차 기술 공동 개발로 협력 범위를 넓혔다. 2019년 삼성SDI는 BMW와 4조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을 위한 장기 업무 협약을 맺었으며 현재 공급 규모가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 회장은 초기부터 BMW 경영진과 교류하며 협력 강화를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이날 “BMW와 함께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며 “앞으로도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고 말했다. 집세 회장은 “BMW그룹은 한국 기업들과 협력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전동화 과정에서 삼성은 매우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라고 밝혔다. 최윤호 사장은 “삼성SDI는 BMW와 협력으로 전기차·배터리 분야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용 “자동차 업계 급변 피부로 느껴”
이 회장이 BMW를 비롯한 주요 완성차 업체와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전장·배터리 사업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 6월 유럽 출장 귀국길에서 “헝가리 배터리 공장, BMW, 전장회사 하만 등을 다녀왔는데 자동차 업계의 급변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2012~2017년 스텔란티스의 최대주주인 엑소르 사외이사로 활동했으며 2020년에는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직접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삼성SDI·삼성전기·하만 등 차세대 모빌리티 관련 계열사 간 시너지 환경 조성에도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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