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없다’ 1월 문닫는 성남터미널…100여곳 상인 날벼락

최모란 2022. 12. 1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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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부터 폐업하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의 모습. 대합실이 한산하다. 성남종합버스 터미널은 2019년부터 이용객 수가 57% 줄었다. 성남시는 터미널이 폐업하면 해당 건물 앞에 임시터미널을 마련해 운영할 예정인데 인근 상인들은 "상권 회복에 도움이 안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모란 기자

지난 12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있는 성남종합버스터미널. 지하 1층 승차장으로 고속버스가 속속 들어왔지만 승강장은 한산했다. 이날 오후 전북 전주로 향하는 고속버스에 오른 승객은 3명 정도였다. 부산행도 비슷했다. 대합실과 매표소 앞도 인적이 뜸하긴 마찬가지였다. 문을 닫은 상점 앞에는 ‘성남종합버스터미널 폐업에 따른 임시 터미널 운영 안내’ 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100만 도시 성남과 전국을 잇는 관문이던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이 이달 말 문을 닫는다. 터미널 운영업체인 ㈜NSP가 지난 2일 제출한 폐업 허가 신청서를 성남시가 수리했기 때문이다. 1982년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모란)에 있던 종합버스터미널이 들어섰고, 이 터미널은 2004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성남시민은 물론 용인시 수지·기흥구, 광주시 등 인근 지역 주민들도 이용해 왔지만 40년만에 그 수명을 다하게 된 것이다.

내년 1월부터 폐업하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의 모습. 성남시는 해당 건물 앞에 임시터미널을 마련해 운영할 예정이다. 한산한 대합실 곳곳에 폐업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최모란 기자


폐업 이유는 ‘이용객 감소로 인한 적자’다. 수서고속철도(SRT)와 경강선 개통 등 대체 교통수단이 생기면서 이용객이 크게 줄어들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하면서 대중교통보다는 개인 차량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2019년 하루 평균 6700명이던 터미널 이용객 수는 현재 3500명으로 47.7%가량 줄었다. 이 업체는 지난해 12월에도 같은 이유로 1년 휴업 신청서를 냈었다. 성남시 관계자는 “NSP의 재무제표를 확인한 결과 과거보다 수익이 50% 이상 감소하는 등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폐업 수리 배경을 설명했다.

이용객이 감소하자 운수업체들도 운행 노선과 버스 운용 횟수를 감축해 왔다.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은 몇 년 전만 해도 30개가 넘는 운수업체가 전국 60~70개 노선에서 시외·고속버스 운행했지만, 현재는 20개 운수업체가 33개 노선을 운행한다. NSP 관계자는 “경강선이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수도권 버스 노선만 10개였는데 현재는 인천과 안성행 노선 2개만 운영하고 있다”며 “버스 이용객이 계속 줄고 있어서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해도 운수회사들이 노선을 늘리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영난으로 전국에서 문 닫는 터미널 이어져


경영난으로 버스터미널이 문을 닫는 건 성남시만의 현상이 아니다. 2020년 6월엔 경북 성주시외버스터미널이, 같은 해 12월에는 충북 영동시외버스공용터미널이 문을 닫았다. 올해 4월엔 전북 남원고속버스터미널이 폐업했다. 대부분 인구가 적은 지방 도시의 터미널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등을 거치면서 폐업의 행렬이 수도권에 미친 것이다. 성남시종합버스터미널에 이어 고양시 덕양구에 있는 화정시외버스터미널 운영사도 최근 고양시에 폐업 허가 신청서를 냈다. 고양시는 해당 업체에 “당장 폐업은 어렵다”는 의사를 전달한 상태라고 한다.
내년 1월부터 폐업하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의 모습. 대합실 벤치 대부분이 비어있다. 성남시는 해당 건물 앞에 임시터미널을 마련해 운영할 예정이다. 최모란 기자

성남종합버스터미널 폐업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이를 걱정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김은아(25·성남시 분당구)씨는 “터미널이 폐업하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로 가야 해 이동 시간이 더 길어진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들도 비상이 걸렸다.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이 입주한 건물은 지상 3층, 지하 3층 규모로 대형마트와 가구점, 통신사, 식당 등 100여 곳의 상가가 들어서 있다. 한 음식점 주인은 “터미널 이용객을 믿고 올해 초 입점했는데 1월부터 폐업한다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성남시는 폐업하는 성남종합버스터미널 건물 택시 승차장 쪽에 임시 터미널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상인들은 “터미널이 정거장으로 전락해 상권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상권 회복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 “공공시설 민간 운영 문제”


전문가들은 적자 위기에 놓인 터미널을 지원하거나 지자체가 인수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1년 8월 폐업한 전남 영암여객자동차터미널, 2019년 10월 폐업한 전남 광양버스터미널은 현재 지자체가 직영하고 있다. 이철기 아주대 교수(교통시스템공학과)는 “민간업자의 적자를 이유로 공공성에 대한 검토없이 터미널이 사라지는 건 문제”라며 “시민과 상인들에게 모두 불이익을 가져오는 만큼 정부나 지자체가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인수해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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