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비가 더 든 달력, 그래도 보고 또 봅니다 [자연과 가까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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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아 기자]
한국에 살 때에는 늘 탁상 달력을 사용했다. 작업하는 책상 옆에 세워두고, 할 일이나 약속도 적어서 일정을 체크하며 지냈다. 디지털 세상을 좋아해도, 이런 것은 나는 어쩐지 아날로그가 편하다. 그냥 당장 쉽게 손에 잡히길 원하기 때문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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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력 속에 활짝 핀 더덕꽃 |
ⓒ 김정아 |
그런데 캐나다에서는 그런 탁상 달력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 한인마트에서 연말에 나눠주는데, 광고가 너무 심하게 부각되어 보기 싫고, 그나마도 타이밍을 놓치면 받을 수도 없다. 구매를 해보려고 여기 저기 찾아보는데, 캐나다 사람들은 달력을 별로 안 쓰는 것 같다.
올해에도 각종 인터넷 쇼핑몰을 뒤져봤지만 마음에 드는 탁상 달력을 찾지 못했다. 탁상 달력 종류도 거의 없고, 그나마 판매되는 것들은 크기도 너무 커서 부담스러웠다.
그러다 생각하니, 그냥 내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고 한국에서 달력을 하나 사면 어떨까 싶었다. 요새는 우체국에서 배송대행을 해주기도 해서 한국에서의 쇼핑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
그러다가 우연히 맞춤 달력 웹사이트 홍보글을 보았다. 생각보다 가격이 저렴했다. 시판 달력을 하나 사는 가격이면 나만의 달력을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그 비밀은 디지털 출력에 있었다. 기계가 많이 좋아져서 이제는 디지털 인쇄도 꽤나 잘 나오기 때문에, 최소 100부씩 찍어야 하던 과거 옵셋 인쇄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물론, 출력을 해놓고 비교해보면 여전히 옵셋 인쇄를 따라가지 못하지만, 나처럼 그냥 집에 하나 두고 쓰려면, 한 권만도 뽑을 수 있는 이 시스템이 딱 좋은 것이다.
디지털 인쇄가 마음에 안 들면 어쩌나 걱정도 되었지만, 내 마음은 벌써 나만의 달력으로 기울고 있었다. 이런 달력이나 앨범을 제작하는 회사가 아주 많았고, 경쟁이 치열해 보였다. 나는 그 중에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되어있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곳을 선택했다.
가격도 국내배송비 포함해서 만 원이면 되니 그까짓 거 망쳐도 한 번 해보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바빠졌다. 사진을 뭘로 넣을까가 최고 관건이었다. 흔히 가족사진을 넣는 것 같은데, 어쩐지 얼굴을 넣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다 생각하니, 내게는 우리 정원의 예쁜 꽃 사진이 많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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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아웃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도록 되어있다 |
ⓒ 김정아 |
각 달에 피는 꽃들로 모아서 정리를 했다. 겨울 동안 가드닝을 못 하지만, 다시금 일 년간의 꽃 사진들을 보니 즐거웠다.
날짜의 아래 쪽에는 우리의 기념일들을 미리 챙겨 넣었다. 가족들의 생일과 한국 명절, 캐나다 공휴일도 넣었다. 처음에는 남편의 크리스마스 깜짝 선물로 끼워 넣을까 하다가, 그래도 이런 것은 함께 의논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보여줬더니 남편도 무척 좋아했다.
생각해보니 주변에 선물해도 좋을 것 같았다. 평소에 고맙던 지인들과 가족에게 주면 좋지 않겠는가! 그래서 같은 달력에 날짜 입력만 바꿔서 디자인을 새로 뽑았다. 휴일이 각기 다르니, 한국용과 캐나다용을 구분해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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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라디올러스 꽃이 핀 달력 |
ⓒ 김정아 |
보고, 또 보고... 이런 게 소소한 기쁨이라는 것이리라. 달력 값보다 배송비가 더 들었으니 결코 싼 달력은 아니었지만, 이걸로 일 년 내내 즐거울 수 있다면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 같아서는 더 넉넉히 구매해서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는데, 배송료 때문에 최소한으로 맞춘 게 아쉽다. 그래도 한국의 친구들에게는 선물할 수 있으니 좋구나. 여기서 뭔가 사서 보내는 것보다 저렴하고, 또, 우리 집에 초대하는 기분으로 우리 마당을 담은 달력을 나눈다는 기분도 좋다.
이 달력을 보며 일 년 내내 좋은 일만 생기면 좋겠다. 나도, 지인들도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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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에도 비슷한 글이 실립니다(https://brunch.co.kr/@lachou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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