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도, 공급도 무의미… 2023년 부동산 시장, 금리에 달렸다

이택현 2022. 12. 1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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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마련된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 견본주택을 살펴보는 방문객들. 연합뉴스

서울 강동구는 ’강남 4구’로 묶이기도 하는 지역이다. 옛 둔촌주공을 재건축하는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최대 규모인 데다, 강동구 둔촌동이라는 입지 때문에 오래 전부터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청약 경쟁률은 예측을 벗어났다. 1, 2순위(해당 지역과 기타 지역) 3659가구 청약 모집에 2만153명이 지원했다. 평균 경쟁률로 환산하면 5.45대 1에 머물렀다. 모두 16개 타입 중 4개 타입은 순위 내 청약 마감에 실패하기도 했다. 수도권 거주자와 2순위 청약까지 진행하고도 예비 입주자(공급 가구수의 5배)를 채우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흥행 부진’을 내년 부동산 시장의 풍향계라고 지목한다. 수요자 심리는 끝모를 바닥으로 향하고 있다. 주요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는 시세 대비 낮은 가격으로 주목받는다. 그런데 주변 지역 집값이 더 내려갈 수 있다고 예상하면 매력이 떨어진다. 올림픽파크 포레온 뿐 아니라 올해 연말에 분양하는 모든 아파트가 이런 ‘의심의 눈초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내년에도 부동산 시장, 특히 주택 시장이 쉽사리 회복하기 어려운 이유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얼어붙은 시장 속에 유력 단지가 다소 저렴하게 분양해도 내년에는 값이 더 내려갈 거라는 기대감이 커서 거래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13일 지적했다. 집값이 계속 우상향한다는 믿음이 깨진 배경에는 금리가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금리가 계속 오르면 주택시장이 좋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의 기준금리 등 거시적 요인이 결정된 후에야 주택시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 하락세는 올해 하반기 들어 분명해졌다. 한국부동산원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의 매매가격 변동률은 -0.81%로 전월(-0.47%)보다 폭을 키웠다. 같은 기간 전국이 집값 하락 폭(-0.49%→-0.77%)보다 두드러졌다. 서울의 주택 전셋값도 10월에 -0.96%의 하락 폭을 기록해 전월(-0.45%) 대비 배 이상 떨어졌다.

그렇다면, 시장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내리막을 걸을까.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주택시장 전망과 정책 방향’에 따르면 내년 수도권 주택 가격은 올해보다 3.0%, 서울은 2.5%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아파트값은 수도권에서 올해 말보다 4.5%, 서울에서 4.0% 내릴 것으로 예측됐다.

관측이 분명해지는 시점은 내년 2분기다. 전쟁 등의 거시경제 변수를 다 예측할 수 없다는 걸 전제로 이때 기준금리 인상이 정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지금이 장기 하락장의 시작일지 아닐지는 금리 인하 신호가 언제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내년 하반기 반등에 성공해도 고점 대비 떨어진 지역 집값이 다소 회복되는 정도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단 금리가 반전하고 나면 공급량이 변수로 떠오르게 된다. 정부가 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의 주택 공급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이럴 때 금리가 하락해 대출 여력이 커지면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실수요자들이 주택 구입을 서두를 수 있다. 고 대표는 “공급 부족을 해소할 정도의 주택 공급계획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실질 인하한다면 실수요자들이 시장으로 곧바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거래 절벽에서 벗어나 거래가 어느 정도 이뤄지면서 주택 시장이 약보합으로 갈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주택 공급량은 시중에서 제기하는 ‘대세 하락론’의 운명도 좌우한다. 서진형 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대세 하락은 결국 공급 초과에 따른 현상이기 때문에, 그 주장(대세 하락이 올 것)이 뒷받침되려면 추가 공급이 이뤄지고 있어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결국 내년 주택 시장을 좌우하는 건 금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상반기 금리 흐름을 지켜봐야만, 하반기 예측도 가능하다. 일단 주택산업연구원은 금리가 반전하는 상황에 이르고,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조건에서 약보합으로 간다고 관측한다. 주택산업연구원에서 내년 주택 수요와 공급을 추산해 산출한 ‘2023년 매매수급지수’(추정치)에 따르면 서울은 65.9에 그친다. 기준값(100)에 못 미치면 공급 부족을 의미한다. 전국 수급지수는 90.7로 올해(89.5)보다 소폭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서울은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금리, 경기 등 거시경제 환경의 영향으로 가격이 하락했다”라며 “향후 경제상황이 회복되면 가격상승 압력이 강해질 수 있으므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공급기반 확보가 중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분명한 건 ‘벼락 거지’ 아니면 ‘영끌’이라는 극한 선택으로 내몰았던 대세 상승장이 단기간에 다시 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비자 심리도 비슷하다. 직방은 지난 12일 자사 앱 이용자 1293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 중 60.2%(778명)가 “내년에 주택을 매입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 조사 후 최저치다. 주택을 살 의향이 있다는 응답률은 2020년 7월 조사 때 70.1%였다. 직전 조사인 지난 5월에 64.6%였다.

서 교수는 “수요자 자금에 따라 직주 근접의 주거유형을 선택해서 빨리 내 집을 마련하는 게 최선이다. 이제 부동산을 투자 개념이 아니라 이용 중심, 거주 중심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실수요자도 마찬가지로 내년 상반기를 지켜보고 판단해야 한다”라며 “집이 필요하다고 어느 시점에 무조건 들어가라고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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