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사진 소모임이 창작 집단이 되기까지, 파일드 1편

2022. 12. 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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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렇게 좋아서 자기들끼리 똘똘 뭉쳤을까? 한 번 보면 자꾸 생각나는 작업을 하는, 2023년에 더 기대되는 서울 기반의 독립 창작 집단 2팀을 만나 물었다. 새로운 기획의 새콤한 맛, 의견 충돌의 매콤한 맛, 앞으로의 꿈에 대한 달콤한 맛까지.
「 파일드 」
민주는 프리랜스 영상 PD로 활동하고, 경희는 사진 스튜디오에서 일한다. 소정은 비주얼 디렉팅 스튜디오, 현선은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의 일원이며, 다혜는 뮤직 레이블의 디자이너다. 사실 이건 이들의 부업이고, 본업은 사진 집단 ‘파일드(Filed)’다. 프로젝트 그룹으로 시작해 포털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엄연한 창작 집단으로 자리 잡은 이들은, 도심 이곳저곳에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큼지막하게 걸고 다닌다. 주특기는 어디서든 시선을 사로잡는 직관적이고 생생한 이미지다.
(왼쪽부터)이민주, 강경희, 이소정, 정다혜, 유현선

Q : 파일드는 대학교 내 사진 소모임에서 시작했다고 들었다.

A : 강경희(이하 ‘경희’) 나, 소정, 다혜, 현선이 사진 소모임을 했었고, 민주는 회화과인데 개인 사진 작업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각자 찍은 사진을 모아 2017년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참여하기 위해 프로젝트 그룹으로 결성했다.

A : 유현선(이하 ‘현선’) 그 뒤로 사진 관련 전시 문의가 무척 많았다. 사진 전시가 유행이었던 것 같고, 덕분에 기회를 많이 얻었다.

A : 경희 그때쯤 사진을 판매하는 전시인 ‘더 스크랩’이 생겨나기도 했고, 여러모로 미술 신에서 사진이 주목받았던 것 같다.

A : 정다혜(이하 ‘다혜’) 원래는 사진집 이름이 ‘파일드’였는데, 그 뒤에 이런저런 곳에서 전시 문의가 들어오면서 어쩌다 보니 ‘파일드’가 팀명이 돼버렸다.(웃음)

Q : 그렇게 해서 2년 만인 2019년 데이즈드 퓨처소사이어티에서 전시를 했고, 2021년 현대백화점 외벽에 작품을 걸었다. 팀에 사진가만 4명인데, 작업할 때 누가 카메라를 잡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A : 경희 조명 세팅부터 다 같이 하기 때문에 어느 한 사람이 찍는다고 말하기 어렵다. 모델도 우리가 하고, 스타일링, 마지막 사진 리터칭과 출판물 및 포스터 디자인까지 모두 직접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부에서 해결하는 거다.

A : 이소정(이하 ‘소정’) 현대백화점 작업할 때는 민주가 영상을 메인으로 진행했고, 현선이 후반 레터링 작업을 맡았다. 또 외벽 작업이다 보니 광고 촬영용 중형카메라가 필요해 페이즈원을 빌려 나, 다혜, 경희 셋이 돌아가며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 손 모델도 해야 하고, 꽃 손질도 필요해서 그야말로 저글링을 했다.(웃음)

2017년 파일드라는 그룹의 시초가 된 책, 〈Filed: the book of filed images〉.

Q : 쨍한 컬러감이 눈길을 확 사로잡는 이미지였다. 의뢰받은 기획이 뭐였나?

A : 소정 우리 말고도 참여한 작가가 여럿 있었고, 대주제는 ‘Happiness’였다. 우리에게는 ‘Draw the Happiness’라는 키워드가 주어졌다. 하늘빛 배경에 꽃과 식물이 나오면 좋겠다는 것 외에 큰 디렉션은 없었다.

A : 이민주(이하 ‘민주’) 우리는 꽃과 수채화를 키워드로 잡았다.

A : 다혜 꽃을 흔들어서 회화적인 느낌을 표현했고.

Q : 파일드는 어느 정도 정체성이 확고하게 잡힌 그룹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이런 쨍한 톤과 색감이 나왔나?

A : 경희 작업할 때 각자 사진 톤을 잡아본 뒤 공유하고, 무엇이 좋을지 의견을 모은다.

A : 다혜 파일드로 활동해온 기간이 꽤 길다 보니 각자 취향은 조금씩 달라도 파일드에서 만들려고 하는 이미지의 톤에 대해 생각이 모아지는 것 같다. 각자 톤을 잡지만, 취향대로 잡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분명한 톤으로 뽑아낸다. 점점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조율이 쉬워진다.

A : 경희 우리 사진 톤이 가장 명확하게 잡힌 건 데이즈드 퓨처소사이어티에서 〈Filed SS 2020〉 전시를 했을 때다.

A : 현선 wrm(whatreallymatters) 지원 사업에 선정돼 1년에 걸쳐 기획서까지 준비한 전시였다.

A : 다혜 예산 지원을 받다 보니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았다. 그동안 했던 것보다 훨씬 긴밀하게 호흡을 맞춰야 했고, 마지막에 사진 리터칭할 때 나, 소정, 경희 셋이 사진 톤의 설정값을 서로 공유하면서 작업했다. 그때 많이 정리가 된 듯하다.

Q : 원래 각자의 취향은 어떤가? 자주 보는 이미지의 리소스가 있나?

A : 현선 평소에 이미지를 굉장히 많이 모아둔다. 책부터 패션 캠페인까지 다양하게 보고, 모아놓은 이미지를 무작위적으로 결합해본다. 아직 결과물이 나오진 않았지만 가장 최근에 파일드로서 작업한 건 온양민속박물관 도록이다. 한국 옛 유물을 새롭게 보여주는 도록인데, 내가 모아뒀던 책에서 시작해 기획을 잡아나갔다. 참, 민주가 검색을 잘해서 잡다한 걸 많이 알고 있다.

A : 경희 밈 같은 것도 많이 안다.

A : 민주 웃기는 순간을 좋아한다. 아이러니한 것도 좋고, 그냥 웃기게 생긴 것도 좋다.

A : 현선 타이포잔치 2021 〈거북이와 두루미〉에 참여했을 때, 민주가 제안한 ‘대체 텍스트’로 작업했다.

Q : 대체 텍스트가 뭔가?

A : 경희 웹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이미지가 없어서 ☐로 표시될 때가 있다. 이미지 대신에 간단하게 한 문장으로 이미지를 설명한 글귀가 따라붙는다.

A : 현선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체 텍스트일 때도 있다.

A : 민주 옛날 웹사이트를 아카이빙하는 것도 좋아한다. 이미 사라진 사이트, 네이버의 20년 전 모습을 보여주는 사이트 등등. 웹사이트가 연식이 오래되면 업로드됐던 이미지가 사라지고 대체 텍스트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지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는 개념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Q : 그럼 글귀에서 시작해서 이미지를 만들어낸 건가?

A : 현선 이미지가 유실된 대체 텍스트를 여럿 수집한 뒤 상상으로 이미지를 만들었다. ‘talk with other strange folks’나 ‘and if the moon could talk’ 같은.

Q : 아카이빙을 얘기해서 말인데, 파일드의 작업물에는 다소 레트로한 감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A : 경희 레트로? 처음 생각해본 것 같다. 다혜 취향이 평소에 많이 레트로하긴 하다.(웃음)

A : 다혜 나도 레트로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A : 민주 의도한 건 아니다. 우리는 가장 현재에 있고 싶어 하는 그룹이라 생각한다.

Q : 그럼 동시대적인 건 뭘까? 동시대에 잘 팔리는 이미지에 공통점이 있다면?

A : 경희 이건 광고 비주얼 작업을 하는 소정이 가장 잘 알 것 같다.

A : 소정 아니, 나는 매일 광고 작업을 하다 보니 더더욱 모르겠다. 광고하는 제품이 판매로 이어지도록 하는 비주얼에는 ‘반응이 좋다’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그게 좋은 비주얼이라고도, 나쁜 비주얼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것 같다.

A : 경희 나는 사진 스튜디오에서 일하며 매거진 화보부터 광고 촬영까지 다양하게 관여하는데, 이제는 이미지 자체보다 어떤 셀러브리티가 등장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

Q : 그렇다면 비주얼에 좋고 나쁨은 있다고 생각하나?

A : 현선 그렇다.

A : 경희 취향이라고 본다.

A : 민주 취향이 갈리더라도, ‘모두가 좋다고 생각하는 이미지’는 있는 것 같다.

A : 경희 아, 나도 그런 걸 느낄 때가 있다. 내가 사고 싶은 옷이 품절됐을 때.(웃음) 내 취향은 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 생각하는 게 똑같구나 싶다. 내가 원하는 제품의 가격이 비싸거나 구하기 어려울 때도 비슷한 생각이 든다. 누군가 어떤 브랜드를 좋아한다면, 그 브랜드가 주는 이미지를 좋아하는 것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다수에게 인기있는 이미지는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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