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사진 소모임이 창작 집단이 되기까지, 파일드 1편
Q : 파일드는 대학교 내 사진 소모임에서 시작했다고 들었다.
A : 강경희(이하 ‘경희’) 나, 소정, 다혜, 현선이 사진 소모임을 했었고, 민주는 회화과인데 개인 사진 작업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각자 찍은 사진을 모아 2017년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참여하기 위해 프로젝트 그룹으로 결성했다.
A : 유현선(이하 ‘현선’) 그 뒤로 사진 관련 전시 문의가 무척 많았다. 사진 전시가 유행이었던 것 같고, 덕분에 기회를 많이 얻었다.
A : 경희 그때쯤 사진을 판매하는 전시인 ‘더 스크랩’이 생겨나기도 했고, 여러모로 미술 신에서 사진이 주목받았던 것 같다.
A : 정다혜(이하 ‘다혜’) 원래는 사진집 이름이 ‘파일드’였는데, 그 뒤에 이런저런 곳에서 전시 문의가 들어오면서 어쩌다 보니 ‘파일드’가 팀명이 돼버렸다.(웃음)
Q : 그렇게 해서 2년 만인 2019년 데이즈드 퓨처소사이어티에서 전시를 했고, 2021년 현대백화점 외벽에 작품을 걸었다. 팀에 사진가만 4명인데, 작업할 때 누가 카메라를 잡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A : 경희 조명 세팅부터 다 같이 하기 때문에 어느 한 사람이 찍는다고 말하기 어렵다. 모델도 우리가 하고, 스타일링, 마지막 사진 리터칭과 출판물 및 포스터 디자인까지 모두 직접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부에서 해결하는 거다.
A : 이소정(이하 ‘소정’) 현대백화점 작업할 때는 민주가 영상을 메인으로 진행했고, 현선이 후반 레터링 작업을 맡았다. 또 외벽 작업이다 보니 광고 촬영용 중형카메라가 필요해 페이즈원을 빌려 나, 다혜, 경희 셋이 돌아가며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 손 모델도 해야 하고, 꽃 손질도 필요해서 그야말로 저글링을 했다.(웃음)
Q : 쨍한 컬러감이 눈길을 확 사로잡는 이미지였다. 의뢰받은 기획이 뭐였나?
A : 소정 우리 말고도 참여한 작가가 여럿 있었고, 대주제는 ‘Happiness’였다. 우리에게는 ‘Draw the Happiness’라는 키워드가 주어졌다. 하늘빛 배경에 꽃과 식물이 나오면 좋겠다는 것 외에 큰 디렉션은 없었다.
A : 이민주(이하 ‘민주’) 우리는 꽃과 수채화를 키워드로 잡았다.
A : 다혜 꽃을 흔들어서 회화적인 느낌을 표현했고.
Q : 파일드는 어느 정도 정체성이 확고하게 잡힌 그룹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이런 쨍한 톤과 색감이 나왔나?
A : 경희 작업할 때 각자 사진 톤을 잡아본 뒤 공유하고, 무엇이 좋을지 의견을 모은다.
A : 다혜 파일드로 활동해온 기간이 꽤 길다 보니 각자 취향은 조금씩 달라도 파일드에서 만들려고 하는 이미지의 톤에 대해 생각이 모아지는 것 같다. 각자 톤을 잡지만, 취향대로 잡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분명한 톤으로 뽑아낸다. 점점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조율이 쉬워진다.
A : 경희 우리 사진 톤이 가장 명확하게 잡힌 건 데이즈드 퓨처소사이어티에서 〈Filed SS 2020〉 전시를 했을 때다.
A : 현선 wrm(whatreallymatters) 지원 사업에 선정돼 1년에 걸쳐 기획서까지 준비한 전시였다.
A : 다혜 예산 지원을 받다 보니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았다. 그동안 했던 것보다 훨씬 긴밀하게 호흡을 맞춰야 했고, 마지막에 사진 리터칭할 때 나, 소정, 경희 셋이 사진 톤의 설정값을 서로 공유하면서 작업했다. 그때 많이 정리가 된 듯하다.
Q : 원래 각자의 취향은 어떤가? 자주 보는 이미지의 리소스가 있나?
A : 현선 평소에 이미지를 굉장히 많이 모아둔다. 책부터 패션 캠페인까지 다양하게 보고, 모아놓은 이미지를 무작위적으로 결합해본다. 아직 결과물이 나오진 않았지만 가장 최근에 파일드로서 작업한 건 온양민속박물관 도록이다. 한국 옛 유물을 새롭게 보여주는 도록인데, 내가 모아뒀던 책에서 시작해 기획을 잡아나갔다. 참, 민주가 검색을 잘해서 잡다한 걸 많이 알고 있다.
A : 경희 밈 같은 것도 많이 안다.
A : 민주 웃기는 순간을 좋아한다. 아이러니한 것도 좋고, 그냥 웃기게 생긴 것도 좋다.
A : 현선 타이포잔치 2021 〈거북이와 두루미〉에 참여했을 때, 민주가 제안한 ‘대체 텍스트’로 작업했다.
Q : 대체 텍스트가 뭔가?
A : 경희 웹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이미지가 없어서 ☐로 표시될 때가 있다. 이미지 대신에 간단하게 한 문장으로 이미지를 설명한 글귀가 따라붙는다.
A : 현선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체 텍스트일 때도 있다.
A : 민주 옛날 웹사이트를 아카이빙하는 것도 좋아한다. 이미 사라진 사이트, 네이버의 20년 전 모습을 보여주는 사이트 등등. 웹사이트가 연식이 오래되면 업로드됐던 이미지가 사라지고 대체 텍스트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지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는 개념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Q : 그럼 글귀에서 시작해서 이미지를 만들어낸 건가?
A : 현선 이미지가 유실된 대체 텍스트를 여럿 수집한 뒤 상상으로 이미지를 만들었다. ‘talk with other strange folks’나 ‘and if the moon could talk’ 같은.
Q : 아카이빙을 얘기해서 말인데, 파일드의 작업물에는 다소 레트로한 감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A : 경희 레트로? 처음 생각해본 것 같다. 다혜 취향이 평소에 많이 레트로하긴 하다.(웃음)
A : 다혜 나도 레트로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A : 민주 의도한 건 아니다. 우리는 가장 현재에 있고 싶어 하는 그룹이라 생각한다.
Q : 그럼 동시대적인 건 뭘까? 동시대에 잘 팔리는 이미지에 공통점이 있다면?
A : 경희 이건 광고 비주얼 작업을 하는 소정이 가장 잘 알 것 같다.
A : 소정 아니, 나는 매일 광고 작업을 하다 보니 더더욱 모르겠다. 광고하는 제품이 판매로 이어지도록 하는 비주얼에는 ‘반응이 좋다’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그게 좋은 비주얼이라고도, 나쁜 비주얼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것 같다.
A : 경희 나는 사진 스튜디오에서 일하며 매거진 화보부터 광고 촬영까지 다양하게 관여하는데, 이제는 이미지 자체보다 어떤 셀러브리티가 등장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
Q : 그렇다면 비주얼에 좋고 나쁨은 있다고 생각하나?
A : 현선 그렇다.
A : 경희 취향이라고 본다.
A : 민주 취향이 갈리더라도, ‘모두가 좋다고 생각하는 이미지’는 있는 것 같다.
A : 경희 아, 나도 그런 걸 느낄 때가 있다. 내가 사고 싶은 옷이 품절됐을 때.(웃음) 내 취향은 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 생각하는 게 똑같구나 싶다. 내가 원하는 제품의 가격이 비싸거나 구하기 어려울 때도 비슷한 생각이 든다. 누군가 어떤 브랜드를 좋아한다면, 그 브랜드가 주는 이미지를 좋아하는 것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다수에게 인기있는 이미지는 분명 있다.
Copyright © 코스모폴리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