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한 번 안 뛰고 금메달 10개…그래도 대학 합격, 무슨 일
러시아 전통 무술인 ‘삼보’ 종목에서 실전 경기 없이 10개 금메달을 획득한 체육특기생이 이를 인정받아 대학에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체육특기생 A 선수는 이같은 수상 실적을 토대로 2023학년도 용인대학교 체육우수자 특별전형에 최근 합격했다.
러시아의 전통 무술인 삼보는 직접적인 타격 가능 여부에 따라 스포츠 삼보(타격 불가)와 컴뱃 삼보(타격 가능)로 나뉜다.
A 선수는 고등학교 2학년 시절인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과 전국 선수권대회 해당 체급에 출전, 스포츠와 컴뱃 삼보 모두 금메달을 땄다. 홀로 출전해 실전 경기 없이 자동으로 얻은 금메달이었다.
올해에도 같은 방법으로 금메달 6개를 추가했다. 한 대회에서는 고등부와 일반부까지 모두 출전해 스포츠와 컴뱃 종목에서 총 4개를 따기도 했다. 이 역시 ‘나홀로 출전’ 덕분이었다.
고교 합계 금메달 4개와 은메달과 동메달 1개씩을 따내 용인대에 합격한 또 다른 선수인 B 역시 금메달 4개 가운데 3개가 단독 출전 경기에서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은·동메달은 다른 출전 선수가 있었던 대회에서 따낸 실적이다.
이런 사실은 삼보 국가대표인 C 선수 측이 용인대 입시에서 탈락하면서 문제를 제기해 알려졌다. C 선수는 고등학교 3년 동안 국내 대회 남자부에서만 모두 다섯 차례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올해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해 최연소로 세계선수권대회에도 출전했다.
C 선수 측은 연합뉴스에 “2명의 합격자 모두 여자 선수다. 특히 합격자인 A 선수는 한 번도 안 싸우고 금메달 10개를 땄다”며 “격투 종목인 삼보는 남자 선수의 경쟁이 훨씬 치열한데, 성별 고려 없이 수상 실적으로만 당락을 결정한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기에 출전하지도 않은 선수에게 금메달을 주고, 이 메달이 대학 입시에 반영되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대한삼보연맹은 “해당 체급에 혼자 출전하는 게 선수 잘못은 아니라는 판단에 해당 선수에게도 메달을 주기로 했다”며 “대학교에 제출하는 경기 실적 증명서 비고란에 전체 출전 선수가 몇 명이었는지 표기해 입시에 반영하도록 조처했다”고 해명했다.
용인대 측은 학생부 20%와 수상 실적 80%를 반영해 해당 학과 합격자를 선발한다. 학교 측은 입학사정관에 얽힌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수상 실적만 반영하는 정량평가를 도입했는데, ‘나 홀로 출전 금메달 합격자’라는 문제가 발생할지 예측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또 현재로썬 C 선수를 구제할 방법은 없다고 보고 있다.
용인대 입학관리실 관계자는 “참가자가 1인인 대회에서 수상할 경우 이를 몇 점으로 환산할 것인지, 또는 무효로 할 것인지 등 규정은 현재 입학요강상 없는 상황”이라며 “대학입학전형을 바꾸려면 2년 전에 미리 고시해야 하기 때문에 2024학년도 전형까지는 어쩔 수 없고, 2025학년도 전형은 바꿀 예정이다. 대회 참가자 규모에 대한 기준을 입학처와 해당 과에서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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