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촬영금지'... 한강 최북단에 무엇이 있길래? [성낙선의 자전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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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선 기자]
▲ 오른쪽 파란색 선이 인천 서해갑문 가는 길, 왼쪽 분홍색 선이 평화누리 자전거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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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무슨 조홧속인지 모르겠다. 지구온난화가 아니고서는 좀처럼 설명이 되지 않는 날씨라고 할 수밖에. 날씨 때문에 영향을 받는 게 봄꽃뿐 만은 아니다. 자전거여행도 봄꽃만큼이나 큰 영향을 받는다. 급격한 날씨 변화는 적응하기 힘들다. 봄꽃이 지금 꼭 꽃을 피워야 하나 마나 하며 아리송해 할 때,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이때 그래도 자전거를 타야 하나 마나 하며 갈등을 겪는다.
날씨가 영하로 떨어질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도로 상태는 극과 극을 달린다. '도로 결빙이 우려되니, 외출 시 유의하라'는 경고성 문구는 자동차를 타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자전거를 탈 때도 반드시 새겨들어야 하는 말 중에 하나다. 경고를 무시한 채 아무런 대비 없이 외출을 하다가는 곤경에 처할 수도 있다.
▲ 전류리포구 가는 길 표지판. 경인항 부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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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길이 무려 218km ... 평화누리 자전거길
여행은 방화대교 남단에서 시작한다. 가는 길에 판개목쉼터를 지나간다. 판개목쉼터는 지난 가을 아라뱃길 자전거도로를 따라 인천 경인항까지 여행할 때 들렀던 곳이다. 그때 판개목쉼터를 떠나 얼마 안 되는 거리에서, 자전거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걸 유심히 봐 두었다. 하나는 인천서해갑문을 향해 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평화누리 자전거길'이라고 표시돼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자전거길이 둘레길만큼이나 많은 세상이다. 둘레길이 유행을 타면서 전국 방방곡곡에 둘레길이 생겨났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전거길도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 어떤 둘레길은 이름만 둘레길이고, 실제 가 보면 사람들이 지나다닌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자전거길도 그와 유사한 경우가 있다. 평화누리 자전거길도 미심쩍은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앞서 그 길을 달려본 사람들이 꽤 있다.
그래도 직접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고, 사람들의 왕래가 적지 않다고 해서 꼭 좋은 자전거길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일단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래도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뜻밖의 즐거움을 발견할 수도 있다는 기대마저 접지는 않는다. 어차피 자전거여행을 떠나는 즐거움 중에 하나가 낯선 곳에서 남들이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들을 눈여겨보는 것 아닌가?
평화누리 자전거길은 코스가 여러 갈래다. 전체 7코스로, 크게는 한강 북쪽을 달리는 길과 한강 남쪽을 달리는 길로 나눌 수 있다. 전체 거리는 218.7km다. 국토종주 자전거길의 절반에 해당하는 상당히 긴 거리다. 어떻게 이런 자전거길을 만들 생각을 했는지 그 의지가 대단하다. 이런 경우, 단기간에 여행을 끝내기에는 무리가 있다. 코스별로 나눠서 여행을 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
▲ 평화누리 자전거길 김포구간 1,2코스 안내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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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철조망 ... 눈 앞에서 마주하는 반쪽 평화
평화누리 자전거길은 남북분단이 처한 현실을 눈앞에 두고 보면서, 평화를 기원하자는 뜻에서 만들어진 게 틀림없다. 2코스 자전거길로 올라서고 나서 얼마 안 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풍경이 강변을 가로막고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이다. 그 풍경이 을씨년스럽다. 날이 차서 그런지, 더욱 더 스산해 보인다. 그 철조망에 '접근금지', '사진촬영금지' 등 이러저러한 경고문들이 붙어 있어 그런 느낌이 더 강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자전거길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자전거도로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이 길은 보기 드물게 자동차와 자전거가 함께 이용하는 공용도로다. 도로 옆에 서 있는 도로표지판에는 '자전거우선도로'라고 적혀 있다. 이 길이 그냥 무늬만 자전거우선도로인지 아닌지는 조금 더 달려봐야 알 수 있다. 그나마 차량이 많지 않아 다행이다. 이 자전거우선도로는 2코스 1/4 지점에 해당하는 풍곡리쉼터가 있는 곳까지 이어진다.
▲ 김포한강로 운양교 밑을 지나가는 평화누리 자전거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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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곡리쉼터를 지나면서부터는 사실상 자전거도로라고 해도 무방한 길이 나온다. 여전히 공용도로이기는 하지만 자동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다. 거기에서 2코스 중간 지점에 해당하는 홍도평소초에서부터 오롯한 자전거도로가 시작된다. 그런 자전거도로 상태와 상관없이 철조망은 어디가 끝인지 모르게 길게 이어진다. 그렇지만 이 길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모두 삭막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 야생조류 생태공원 전망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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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류리... 과거마저 사라져 가는 쓸쓸한 포구
감암포를 지나면서 자전거도로 주변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와 함께 야생조류생태공원이 나오기 때문이다. 공원 너머로는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한강신도시가 보인다. 다분히 도회적이다. 강변 공원마저 여느 도시에서 볼 수 있는 공원과 다를 게 없다. 깔끔한 인테리어의 카페에서 현대적인 외관의 전망대까지. 지금까지 강변 철책선을 따라 달리며 보았던 풍경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 야생조류 생태공원 전망대 내부.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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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조류생태공원에는 갈대가 무성하다. 이 공원은 둘레만 3km가 넘는다. 면적은 약 65만㎥. 꽤 넓은 편이다. 이곳에 벚나무가 길게 늘어선 산책로를 포함해, 참나무류숲 등 다양한 나무숲이 있다. 지금은 겨울철이라 다소 황량해 보이지만, 계절이 바뀌고 봄꽃이 필 무렵이면, 또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공원 여기저기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눈에 띈다.
▲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야생조류 생태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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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조류생태공원에서 전류리포구까지 그리 멀지 않다. 전류리포구는 한강 최북단에 위치해 있으면서, 한강에 남아 있는 유일한 포구다. 아직도 20여 척의 어선이 조업을 하고 있다. 이 포구는 한강 하구에 자리를 잡고 있어, 예전에는 서해에서 마포로 가는 배들이 밀물을 기다리며 머물다 가는 기착지였다고 한다. 게다가 강 건너 파주를 오가는 사람들로 포구가 꽤 번잡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곳곳에 쇠락한 흔적이 역력하다. 전쟁이 한순간에 이 모든 걸 뒤바꿔 놓았다. 평화가 다시 찾아오면, 전류리에는 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철책선으로 가로막힌 포구에 사람은 잘 보이지 않고, 낡은 안내판 몇 개가 이제 막 이곳에 도착한 여행객을 맞는다. 그 안내판들 중 한 개는 중심을 잃고 뒤로 쓰러져 있다. 그 모습이 휑뎅그렁한 포구에 쓸쓸함을 더한다.
▲ 전류리 포구. 한강에 남아 있는 유일한 포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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