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당직원, 적은 월급이지만 낮시간은 온전히 제 것"
[김부규 기자]
황수필(가명)
- 2021년 3월 31일 ○○○○회사 퇴직
- 2022년 4월 1일 학교 시설당직원(공무직-정규직) 취업
오래전 학교 야간 당직은 교사들이 순번제로 근무했으나 지금은 당직전담요원을 채용해 근무하게 한다. 용역회사를 통한 우회적 채용과 교육청 직고용 체제가 병존했으나 최근엔 직고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 학교 CCTV 운영실 |
ⓒ 김부규 |
- 퇴직 후 소감 한 말씀해 주신다면?
"60세에 퇴직한다고 하면 우리 생은 사실 한 50년 정도 남았다고 봐야 하거든요. 저희 아버지 연세가 지금 만 90세입니다. 작년에 자전거를 타시다가 넘어지셔서 고관절을 다치셨어요. 노인 분들은 고관절을 다치면 걸을 수가 없어요. 누워있어야 하니까 욕창이 들게 되면 거의 2~3년 안에 약 30%는 돌아가신다고 하더라고요. 걱정 많이 했죠.
그런데 아버지는 고관절 수술 후에 자전거도 타시고 지팡이 없이 걸어 다니세요. 의지력과 회복력이 아주 뛰어난 거죠. 아버지를 보면서 느끼는 게 120세까지 살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러면 뭘 하면서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일하는 이유가 반드시 경제적인 문제 해결 때문만은 아니더라고요. 내 건강을 위해서 작은 일이라도 해야 하더라고요. 거기다 용돈까지 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저는 준비만 되면 퇴직은 빨리하시는 게 좋다는 생각이에요. 직장 그만두고 새로운 뭔가를 시작한다는 게 두렵기는 하지만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준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매일 아침 출근길이 아주 가볍고 좋아요."
-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직장을 조금 일찍 퇴직한 이유는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농촌관광 사업 때문이었어요.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이 마을 살리기 사업 즉 농촌체험마을이었어요. 그 사업을 전체적으로 총괄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직장 퇴직 후 국가지원사업인 소규모 체험마을 본부장으로 한 3~4개월 정도 사업을 했어요.
제가 당뇨병과 고혈압이 있어서 건강이 안 좋아요. 체험객 몇백 명이 몰려와서 통제가 안 되니까 스트레스가 되게 심했어요. 저혈당으로 건강을 해칠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만뒀어요. 뼈아픈 결정이었죠.
그 후 인천에서 다육이 사업을 하시는 친척분한테서 도와 달라는 연락이 왔어요. 다육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제가 6개월 정도 열심히 친척분 일을 도왔어요. 그 와중에 저희 아버지가 다치셔서 고관절을 수술하셨는데 병간호를 할 사람이 없어서 제가 했어요. 아버지는 저를 많이 의지하세요. 아버지가 저한테 전화를 하신 거예요. 아버지 병간호하느라 다육이 농장에 못 갔지요. 결국 정리했어요.
집에 있으면서 학교에서 방과 후 교사를 하고 있던 아내와 의논한 끝에 학생들 등교 시간에 아이들의 안전을 챙겨주는 '학교 지킴이'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어요. 오전 오후로 나눠 두 사람이 하는 학교 보안관 같은 거죠. 봉사활동 중에 교장 선생님이 직원 채용 안내문을 하나 주시면서 학교 앞 아파트 주민이시니까 관리사무소장에게 얘기 좀 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집에 와서 아내에게 보여주니까 당신이 하면 되겠네 하더라고요."
- 이 일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아침 6시 45분에서 50분 사이에 학교에 출근하고 학교 건물 내외부를 한 바퀴 순찰하면서 이상 유무를 확인해요. 밤 동안 잠가뒀던 교실 문 등을 열고 당직실에 돌아오면 업무 관련 장부를 정리해요. 또 CCTV를 통해 학교 전체를 다시 점검하죠.
8시 30분에 퇴근해서 집에 가면 아내 아침 식사를 간단히 챙겨주고, 저는 탁구 등 운동하러 가요. 또 일본 여행을 좋아해서 일본어를 배우고 있고, 평생교육 대학원 강의를 일주일에 한 번 듣고 있어요. 아주 삶이 이렇게 정확하게 짜임새 있게 돌아가니까 시간이 너무 잘 가요.
▲ 당직원 근무시간(채용기관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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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직전담원 일반 업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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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체력은 갖추고 있어야 해요. 당직원 응시자격으로 국민체력100 체력인증센터에서 발급하는 체력 측정 3등급 이상 인증을 받아야 해요. 계약 체결 전까지 인증서를 제출하게 되어 있어요. 그 외 별도로 준비해야 할 것은 없어요."
▲ 체력 측정 종목(출처 : 국민체력100 체력인증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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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직 중 힘든 일이 있으셨다면?
"솔직히 힘든 일은 없었어요. 너무 재미있어요. 특히 우리 나이가 60세 전후잖아요. 학생들이 정말 손주 같은 느낌이라서 너무 귀엽고 예뻐요. 힘든 게 진짜 없어요. 특별히 민원 응대할 게 거의 없다 보니 힘든 게 없어요.
이런 일은 있었어요. 어느 날 제가 저녁에 어떤 모임이 있어서 좀 일찍 조퇴해야 했어요. 교내외 순찰을 모두 했는데 깜빡하고 창문 쪽 잠금장치 하나를 제대로 잠그지 않았나 봐요.
▲ 숙직방 및 휴게공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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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직종만의 매력은 뭔가요?
"이 일은 아시다시피 시간적인 여유가 너무 많고 심신의 피로가 적은 노무에 종사하는 경우(수위, 경비원 등)에 속해요. 특히 55세 이상을 뽑는 이유가 단순 노무로 학교 순찰하고, 현관문 등 잠금장치를 철저히 잠근 후 근무 시간 중 CCTV만 잘 주시하고 있으면 돼요. 노동력이라고 할 것도 없어요. 그냥 이거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일이에요. 순찰 등으로 걷기 운동을 모두 합하면 하루에 2만 보 정도 걷더라고요."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제가 주로 하는 일이 교내외 순찰이에요. 아침에 일찍 출근해서 순찰하면 중학교 1학년 애들이 사춘기에 특히 남녀 공학이다 보니까 좀 일찍 등교해서 남녀 학생 둘이서 약간 은밀한 곳이나 빈 교실, 계단 쪽에서 서로 기대고 앉아 있을 때가 있어요. 이럴 때는 학교 담당 선생님께 전달해요. 간혹 그런 일이 있어요."
"하루 6시간 근무에 기본급이 150만 원 정도 돼요. 정규직인 공무직 월급이죠. 복지 포인트가 1년에 70만 원, 명절휴가비 1년에 120만 원, 정액급식비 월 14만 원, 정기상여금 연 90만 원, 4대 보험 모두 적용받아요. 전부 합해서 연봉 2000만 원이 조금 안 돼요. 월수입은 근무시간, 근무형태, 그리고 지역에 따라 약간씩 다른 걸로 알고 있어요."
▲ 당직전담원 임금 : 월급제(출처 : 2023년도 서울시교육청 공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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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망은 어떨까요?
"학교마다 무인경비시스템이 완비되어 있어도 불이 난다든지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초동대처를 즉각 할 수 있어야 하니까 당직전담요원 1명은 꼭 필요해요. 밤에 학교에서 잠을 자면서 당직 서는 학교도 있지만 좀 더 선호하는 당직 운영 방식은 제가 근무하는 방식이에요.
휴게시간 운영방식이 당직원에게 불리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서 앞으로 이 방식으로 바뀔 것 같아요. 학교에서 밤새우는 당직 방식은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구인 광고가 많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채용이 순조롭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죠. 이 직종은 앞으로 사람과 무인 경비가 병행하고 상생할 수 있는 여지는 많을 것 같아요."
- 앞으로 계획이 있으시다면?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아요. 당직이라는 일의 특성상 시간적인 여유가 많으니까 저는 여기서 공부를 좀 더 해서 평생 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2028년 당직원 퇴직하기 전까지 평생교육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다음 평생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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