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와 함께 진화한 남세균 …23억년 전 지구에 산소 공급"
강과 호수에서 유해한 녹조를 일으켜 골칫거리가 된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
하지만 오랜 옛날 지구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바로 지구 대기 중에 막대한 산소를 공급한 일이다.
덕분에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우리 인류도 출현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남세균의 산소 생성 광합성이 남세균과 시아노파지(Cyanophage)의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시아노파지는 남세균에 감염하는 바이러스를 말하며, 공진화는 두 생물 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진화하는 것을 말한다.
폴란드 과학아카데미 산하 프란시세크 고르스키 연구소와 야기엘로니안대학 연구팀은 최근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남세균과 시아노파지의 공진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산소 생산 광합성에 역할
녹색황세균 등은 광계(光系. photosystem) I만 갖고 있어서, 광합성을 해도 산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특정한 색소 단백질이 태양에너지를 흡수하고, 이 에너지를 전자를 들뜨게 하는 데 사용한다.
전자를 순환시켜 광합성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이에 비해 남세균이나 다른 조류(algae), 식물의 경우 이 광계 I 외에 광계 II를 더 갖고 있다.
광계 II는 태양에너지를 흡수하는데, 물(H2O)에서 전자를 떼어내고 산소(O2)를 배출하는 데 이 태양에너지를 사용한다.
물에서 떼어낸 전자는 광계 I로 보내고, 이 전자는 순환하지 않고 이산화탄소를 고정의 환원 반응에 사용한다.
광계 I과 광계 II를 함께 가지면서 광합성 효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진 남세균이 출현하면서, 23억~26억 년 전 지구에서는 대대적인 산소 생산(Great Oxygenation Event)이 나타나게 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남세균 조상이 산소 발생 광합성 체계를 갖는 과정에 시아노파지가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추정이다.
시아노파지와 남세균 유전자 주고받아
D1과 D2는 광계 II의 핵심 단백질이다.
시아노파지가 psbA와 psbD 유전자를 가진 것은 남세균 세포에 침투한 상태에서도 광합성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서 시아노파지가 복제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구팀은 시아노파지와 남세균, 조류, 육상 식물 등에서 이들 두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분석하는 계통발생학적인 분석으로 시아노파지가 어떻게 해서 이 유전자들을 갖게 됐는지를 추적했다.
연구팀은 당초 남세균의 조상은 D1이나 D2가 아닌, D0라는 원시 형태 단백질을 한 쌍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이 서로 조금씩 달라지면서 남세균은 D1과 D2로 바뀌게 됐다는 것이다.
이 남세균에 시아노파지가 감염하면서 남세균이 갖고 있던 두 유전자를 시아노파지도 갖게 됐다고 연구팀은 추정했다.
일부 시아노파지는 두 가지 유전자 가운데 D2 단백질 유전자(psbD)를 잃어버려 D1 단백질 유전자(psbA)만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두 가지 유전자에 대한 염기 서열과 돌연변이를 분석한 결과, 시아노파지와 남세균은 다른 조류나 식물보다 훨씬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오랜 조상 때부터 남세균과 시아노파지가 유전자를 주고받으며 긴밀하게 공진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식물 세포는 남세균의 내공생 결과
식물 세포는 남세균의 내공생(內共生, endosymbiosis) 결과라는 게 학계의 지배적인 이론이다.
남세균의 한 갈래가 다른 세균과 융합했고, 남세균은 진핵세포에서 엽록체 형태로 남게 됐다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0년 베테랑' 52세 여간호사, 매일 운동해 王 복근 새긴 이유 | 중앙일보
- 손흥민 "1% 가능성 정말 컸다" SNS 소감에 네이마르가 쓴 댓글 | 중앙일보
- 황희찬 '손목키스' 주인공 밝혀졌다…귀국 직후 찾아간 곳 | 중앙일보
- 10년 전 이혼한 남편에 왜…액셀 밟아 들이받은 40대 여성 | 중앙일보
- 벤투 다음 안정환?…"연봉 10억 이하 한국인" 감독 물망 오른 인물 누구 | 중앙일보
- '혈액암 투병' 안성기, 대종상 영상에 등장…"시간 멈출 수 없다" | 중앙일보
- 인니 '혼전 성관계 금지'에…"호텔 덮치나" 호주인 발칵, 왜 | 중앙일보
- '사장님차' 명성 그랜저 7세대, 이건 테슬라보다 한수 위였다 | 중앙일보
- 새벽부터 등산화 신는 남자들 줄섰다…패션가 휩쓰는 2030男 | 중앙일보
- 이렇게까지 튄다고? 변기 뚜껑 안 닫고 물 내리면 생기는 일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