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가격에 '멈칫', 타보니 '끄덕'… 제대로 럭셔리해진 7세대 그랜저

편은지 2022. 12.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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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름값… 한눈에 봐도 '그랜드'
1세대부터 미래까지 다 담았다… 아빠도 딸도 만족
가솔린 최고 트림 풀옵션 무려 5605만원
7세대 디 올 뉴 그랜저(GN7). ⓒ현대자동차

전기차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와중에도 '그랜저'는 그 이름 만으로 예외가 적용되는 듯 하다.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쌓아온 가치는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전기차가 대체할 수 없는 상징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출시된 7세대 그랜저는 다소 난해할 수 있는 첫 인상에도 예외없이 이름값을 뽐냈다. 디자인 공개 만으로 사전계약 수량은 11만대를 훌쩍 넘겼다. 가격이 공개된 이후에는 ‘집 한 채 값 맞먹던 각그랜저 시절 뺨치게 비싸졌네’라는 반응도 있지만, 당시의 명성과 사회적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어떻게든 수긍할 수 있다.


이번 그랜저 시승에서 가장 주목한 점은 바로 이 동상이몽을 어떻게 좁혔는가다. 현대차가 그랜저에 부여한 '럭셔리 세단'의 가치를 소비자가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을까. 갑자기 비싸진 국민 세단을 바라보는 소비자 입장에서 시승해봤다. 기자가 탑승한 차량은 3.5가솔린 캘리그라피 트림 풀옵션 모델로, 5605만원에 달한다.

"이게 그랜저지"… 1세대부터 다 담은 완전체

지난 7일 경기도 하남시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그랜저를 만나봤다. 시승 코스는 행사 장소에서 경기도 의정부시 '파크프리베'까지 왕복 60km 구간이었다. 서울양양고속도로,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등 온로드 주행성능을 테스트하기 적합한 시승코스가 마련됐다.


외관은 사진으로 먼저 접했던 당황스러움을 싹 잊게 만들 정도의 웅장함을 뿜어냈다. 이름만큼이나 '그랜드'한 차체는 첫인상에서부터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신형 그랜저의 전장(차량 전체 길이)은 5035mm로, 동급은 물론 윗급 모델까지 아우르는 크기다.


신형 그랜저 전면부. 색상별로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스타리아 세단'이라는 별명을 부여한 문제의 전면부 그릴은 오히려 웅장함을 배가시켰다. 마치 이빨이 아주 많은 상어같기도, 공룡같기도 한 것이 큰 차체와 아주 잘 어울렸다. 여백없이 빽빽하게 그릴로 채워진 전면부가 없었다면 이 큰 차체를 뭘로 채웠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같은 차임에도 색상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느낌은 이번 그랜저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수평으로 곧게 뻗은 램프가 비교적 위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흰색의 경우 라인이 선명하게 드러나면서 차가 붕 떠있는 느낌을 자아냈다. 반면, 검은색은 차체와 라인의 경계가 드러나지 않아 붉은 라이트가 켜졌을 때 비로소 진가를 발휘했다.


GN7에 적용된 오페라글래스와 프레임리스 도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각그랜저'로 통칭되는 1세대 모델의 오페라 글래스와 3세대 XG에 적용됐던 프레임리스 도어는 과거 모델을 계승했단 점을 말해주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조화로웠다. 아빠는 향수를 떠올리며, 딸은 트렌디하다며 함께 박수를 치는 모습이 머릿속에 절로 그려진다. 현대차는 이번 그랜저를 첫 공개하는 자리에서 '과거와 미래의 연결'을 줄곧 강조했다.


이는 인테리어 곳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운전석에 앉자마자 사진에서만 봤던 각그랜저 감성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스티어링 휠에 눈이 갔다. 현대자동차 마크가 없어진 자리에는 4개의 LED 조명이 자리했는데,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에 적용된 그 디자인이다. 스티어링 휠 안에 1세대와 미래차 디자인이 함께 담긴 것이다.


GN7 운전석. 1세대 그랜저를 닮은 스티어링휠이 인상적이다. 스티어링 사이로 보이는 컬럼식 기어노브는 매우 직관적이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최근 출시되는 신차들이 경쟁하듯 터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하고 있지만, 그랜저는 최소한의 물리버튼을 살렸다. 첨단과 전통적 버튼의 절묘한 조화다. 그럼에도 옛것에 얽매이지 않고 최신 기술의 적용에 더 힘을 준 부분이 바로 터치가 적용된 공조장치 스크린이다. 전 연령층을 아우를 필요가 있는 그랜저로써는 훌륭한 선택이다.


현대차의 전기차 모델에만 적용됐던 컬럼식 기어는 적응되고 나니 오히려 편리했다. 특히 스티어링 휠의 빈 공간 사이로 기어노브가 가려지지 않아 조작이 헷갈릴 일은 없다. 기어 노브가 없어짐으로써 극대화된 공간 활용성은 덤이다.


깔끔하게 마무리된 물리 버튼과 공조 장치 스크린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최고출력 300마력에 최대토크 36.6kg.m을 내는 6기통 3470cc 가솔린 엔진은 5m에 달하는 큼직한 차체를 묵직하게 굴려냈다. 가속 시 망설임 없이 질주하는 엔진의 힘은 운전의 즐거움을 더하기에 충분한 요소다.


GN7은 그랜저 모델 중에선 처음으로 3세대 플랫폼이 적용됐는데, 덕분에 승차감에 있어서도 전작 대비 향상됐다는 느낌을 줬다. 고르지 못한 노면이나 방지턱에서 받는 충격을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게 흡수해내 안정감을 높였다. 그랜저에 부여한 고급스러움은 단순히 디자인 뿐 아니라 승차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플래그십 세단'을 강조한 만큼 제네시스 G90, 기아 K9 등에 적용됐던 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도 적용됐다. 이는 내리막길, 감시카메라 등을 계기판에 띄워주는 것은 물론 앞 차가 없을 경우 운전자가 가속을 할 것으로 예측해 미리 기어 단수를 내려주기까지한다.


전방 예측 시스템을 켜자 내리막길에 진입할 것이라는 안내가 계기판에 표시된다.ⓒ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요즘은 준대형차가 오너드리븐(주인이 직접 운전하는 차)화 됐지만 뒷좌석에 가족이나 손님을 모실 땐 뿌듯함이 더 커진다. 넓어진 공간은 기본이요, 제네시스 G80, G90 급에 적용되는 2열 리클라이닝 시트가 탑재됐기 때문이다. 사소한 부분일 수 있지만, 플래그십 세단으로서의 가치를 높여주는 요소다.


시승을 마친 후 체크한 연비는 12.1km/ℓ였다. 정부 신고 복합 연비인 9.2~9.5km/ℓ보다 월등히 높았다. 시승코스의 대부분이 고속도로였다 하더라도 급가속과 급감속, 급제동 등을 끊임없이 시도했던 점을 감안하면 꽤 만족스럽다.


그랜저는 사진만 봤을 땐 못생긴 줄 알았는데 만나보니 꽤 잘생긴 소개팅 상대 같다. 심지어 사진상에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은 오히려 매력 포인트라서 자꾸만 눈이 간다. 호불호가 갈릴 디자인임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그랜저를 선택하지 않을 결정적 이유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적어도 실물을 접해보고 나서는 말이다.


같은 가격을 주고 살 수 있는 다양한 브랜드가 있음에도 '꼭 그랜저여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랜저라서 충족할 수 있는 확실한 장점은 있다고 말하고 싶다. 플래그십이 아닌 그랜저를 사기엔 높은 가격이지만 1세대의 웅장함을, 과거의 향수를, 국민 세단의 진화를 구매하려 한다면 그 가치는 충분하다.


한편, 디 올 뉴 그랜저의 주요 제원은 다음과 같다. ▲가격 3716~5074만원 ▲전장 5035mm ▲전폭 1880mm ▲전고 1460mm ▲축거 2895mm


▲타깃

-차도를 꽉 채우는 도로 위 존재감 느끼고 싶다면

-1세대 그랜저의 가치가 그리운 당신


▲주의할 점

-1년 내 도로 위엔 내 차도 택시도 법인차도…

-갑자기 비싸진 가격은 부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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