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민정화의 뷰티풀 마인드

이경진 2022. 12. 2. 00: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베를린을 오가는 작가 민정화가 철새와 동물, 자연의 색과 빛 속에서 들여다본 마음들.

Q : 독일을 기반으로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구성적이면서 추상적이고, 자연에서 채집한 듯하면서도 초현실적 풍경을 그려왔다

A : 항상 자연과 사람,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이 중요한 소재다. 그들에게서 대부분의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는다.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고 전직 디자이너이며 책을 사랑하고, 늘 그림책을 그리고 싶다. 한국의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민화를 좋아하고, 추상과 기하학적 규칙이 주는 정돈된 아름다움도 좋아한다. 그 속에서 그들이 건네는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

Q : 이번 서울 전시를 열기 전, 베를리너들이 사랑하는 시골 마을 게아스발데(Gerswalde)에서 긴 시간 작업했다고

A : 베를린에서 공부를 마치고 17년째 독일에서 거주 중이다. 시골 마을 게아스발데로 이주한 건 5년 전이다. 작업에 몰두할 공간과 시간을 가지고 싶은 게 첫 번째 이유였고, 자연의 색과 지평선을 언제나 보고 싶은 마음이 두 번째였다. 게아스발데에선 오전에 세라믹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는 그림과 이야기를 만든다. 오고 가는 철새와 동물들,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선과 색, 빛에 감탄하며 오롯이 나에게 몰두하는 시간을 가졌다.

Q : 갤러리 팩토리2에서 개인전 〈움직이는 마음들〉을 선보이고 있다. ‘움직이는 마음들’은 2020년부터 시작해 온 연작이다. 어떻게 시작한 작품인지

A : 팩토리2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인전을 열었던 갤러리다. 서로 깊이 이해하고 응원하는 사인데 이번 전시는 개인적인 이야기로 채워졌다. 내가 모른 척했거나, 버린 마음들이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낀 즈음에 시작한 프로젝트다.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들 각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어떻게 이해하고 돌볼 수 있는지 고민했던 지점을 그림과 글, 조각으로 풀었다.

열두 가지 마음 각 이야기와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마음, 마음이 떠돌던 검은 풍경을 그림과 책, 도자기로 선보이는 작가 민정화의 전시 〈움직이는 마음들〉. 갤러리 팩토리2에서 12월 11일까지 열린다.

Q :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대화를 나누는 당신만의 방법은

A : 내 속의 마음을 만나는 행위는 개인적인 상처와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치유하는 과정과 흡사하다. 어려운 일이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몸과 마음도 괴롭다. 그러나 그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매일 용기를 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많이 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단계를 여러 번 거쳤다.

Q : 작업으로 이야기를 직조할 때 특별히 유념하는 것은

A : 내용과 재료, 생각과 형태가 조화를 이루는 방식, 어떤 당위성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이번 그림 작업의 대부분은 흙 안료를 사용했다. 그림의 내용과 상징성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재료라고 생각했다.

Q : 전시와 함께 엮어낸 그림책 〈움직이는 마음들〉 속 12개의 마음에 관한 글을 여러 친구들의 목소리로 낭독한 인스타그램 영상도 인상적이다

A : 내 글이 친구들의 낭독으로 살아 움직이는 경험을 했다. 낭독 아이디어는 어떤 걱정에서 우연히 시작됐다. 그림책에 실린 글이 잘 안 보일까 것 같은 갤러리의 우려가 있었고 나에게는 그림과 글이 같은 무게를 지닌 작업이기에 글도 그림처럼 잘 보이게 하고 싶었다. 친구들 모두 흔쾌히, 진심을 담아 읽어줘 작업에 완성도를 더해주었다고 생각한다.

Q : 근래에는 창작의 원동력과 자양분을 무엇에서 얻고 있는지

A : 2년 전부터 도자기 작업을 시작했다. 그림 그리기 전, 늘 두세 시간 정도 흙을 만지고 그릇을 만들면서 마음을 정리한다. 도자기는 시간과 인내뿐 아니라 포기하는 마음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런 과정에서 서두르지 않고 내 작업을 완성해야 하는지 생각하며 작업의 태도를 배운다.

Q : 지금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A : 천천히 하고 있는 조깅을 더 꾸준하게 하는 것. 이웃 마을까지 열린 숲길을 매일 가뿐하게 달려서 돌아오는 것이 목표다.

Q : 앞으로 계획은

A : 생각해 둔 이야기가 16개가량 있다. 이를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꺼내, 꾸준히 그림과 글로 만들어내고 싶다. 할머니가 될 때까지.

Copyright © 엘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