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해 되파는 ‘바이백’ 점점 대세로…중고 시장의 미래는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2. 11. 2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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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분화·전문화…오프라인 매장 증가

# 대학생 이혜인 씨(24)는 최근 ‘민팃’을 통해 스마트폰 2대를 팔았다. 민팃은 중고 스마트폰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플랫폼이다. 팔고자 하는 중고폰 정보를 올리면 민팃에서 제품 가격을 매겨준다. 서랍에 고이 모셔뒀던 스마트폰은 B등급에 26만원, 이 씨가 최근까지 사용하던 스마트폰에는 32만원의 가격이 매겨졌다. 이 씨는 “구매자와 판매 가격을 두고 씨름하지 않아도 되니 편리했다”며 “구매자도 판매자에게 속을 일이 없다고 생각하니 앞으로 스마트폰 구매도 중고 플랫폼에서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고거래는 플랫폼화, 리셀(되팔기·Resell) 열풍, 놀이 문화가 맞물리며 더욱 성장세가 가팔라질 전망이다. 중고거래 플랫폼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더욱 활발해지고 더욱 세분화·전문화된 플랫폼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중고 명품을 취급하는 ‘미벤트’, 빈티지 제품을 판매하는 ‘리그리지’, 빈티지 시계 편집숍 ‘서울워치’ 등은 분야 하나를 콕 찍어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사례다. 중고 스포츠 용품만 거래하는 ‘중고의신’도 마찬가지다. 또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로컬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나 반경 1㎞ 이내 아파트 주민을 타깃으로 한 ‘마켓빌리지’도 중고 시장을 세분화한 사례에 해당한다. 해외에서는 패션 중고거래 플랫폼 ‘포쉬마크’, 명품 중고거래 플랫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나 중고 명품 시계 거래 플랫폼 ‘크로노24(Chrono24)’가 있다.

중고로 거래되는 품목이 세분화되면서 희소·한정판 제품에 웃돈을 붙여 되파는 ‘리셀’ 개념 중고거래도 더욱 확산하는 모습이다.

현재 가장 활성화된 리셀 시장은 한정판 운동화(스니커즈) 분야다. 젊은 층에서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다 보니 ‘스니커테크’라고 불린다. 국내에서 한정판 신발을 재판매하는 시장은 네이버의 크림과 무신사의 솔드아웃이 주도한다. 크림은 가입자 수 102만명에 달하는 스니커즈 커뮤니티 나이키매니아(법인명 나매인)를 올해 4월에 인수했다. 운동화·옷·시계 등 한정판 상품을 개인이 재판매할 수 있도록 중개한다. 무신사 솔드아웃에서는 국내 발매가 300만원인 디올과 나이키 합작품 ‘에이조던1 레트로 하이 디올’이 지난 6월 127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번개장터의 프리미엄 콘셉트 스토어 ‘브그즈트 컬렉션 역삼 더 샵스 앳 센터필드점’ 내부 모습. (번개장터 제공)
▶超국경 중고 플랫폼으로

▷당근마켓·번개장터 글로벌 C2C 강화

명품 리셀 시장의 경우 국경을 넘어서도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베이가 올 상반기 국가 간 거래(Cross Border Trade)를 집계한 결과 한국과 해외 국가 간 사고팔린 중고 명품 시계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다. 국가별로는 미국 리셀 시장이 가장 활발하다. 전체 중고 명품 시계 판매량 중 국가 간 거래 비율로 따지면 미국(46%)이 가장 높고, 영국과 독일이 10%로 뒤를 이었다. 이외 조지아, 예멘, 모로코, 이집트 등 85개국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네이버 손자회사 크림이 최근 아시아 곳곳의 리셀 플랫폼 지분을 사들이는 배경에는 이런 국가 간 거래 증가가 자리한다. 네이버는 향후 이들 플랫폼을 하나로 연결해 해외 각지 이용자가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거대 C2C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7월에는 말레이시아 1위 스니커즈 리셀 커뮤니티 스니커라 운영사 ‘쉐이크핸즈’에 22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올해 초에는 싱가포르 가전제품 중고거래 플랫폼 리벨로를 운영하는 ‘키스타테크놀로지’에도 36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5월에는 일본 한정판 거래 플랫폼 스니커덩크를 운영하는 ‘소다’, 태국 리셀 플랫폼 사솜을 운영하는 ‘사솜컴퍼니’에 총 366억원을 투자해 각각 지분 15%, 20%가량을 사들였다. 소다는 중국, 싱가포르, 홍콩, 인도네시아 등 지역에서도 사업을 벌이고 있어 크림이 각 지역 시장에 간접 진출하는 기반이 된다.

‘동네’ 중고거래가 주력이었던 당근마켓은 국내와 해외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을 통해 글로벌 서비스 업체로 보폭을 넓혔다. 창업 5년 차였던 2019년 11월 영국에 ‘KARROT(캐롯)’이라는 이름으로 첫발을 내디딘 뒤 캐나다, 미국, 일본 등 4개국 440여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글로벌 패스트 패션 업체 H&M은 중고 의류 판매 서비스를 함께 운영 중이다. 사진은 영국 런던의 중심 쇼핑가인 옥스퍼드 서커스(Oxford Circus)에 위치한 H&M 매장. (H&M 제공)
▶앱 밖으로 나온 중고거래

▷고급 매장·자판기 등 ‘오프라인’으로

한편으로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성장한 중고거래가 오프라인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가장 최근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인 곳은 중고거래 서비스 ‘번개장터’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오프라인 매장 ‘브그즈트’의 3호점인 ‘브그즈트 컬렉션 역삼 더 샵스 앳 센터필드점’을 오픈했다. 브그즈트 1~2호점과 달리 번개장터가 직접 직매입한 명품 신제품과 소비자가 판매하는 중고 명품을 함께 판매하는 공간이다.

파주의 리퍼 상품 전문 매장인 ‘올랜도 아울렛’도 꾸준히 사랑받는 오프라인 중고 장터다. 고객 변심으로 인해 반품된 제품, 포장이나 외관이 훼손된 제품들을 재정비(리퍼비시·Refurbish)해 다시 판매한다.

중고품을 비대면으로 사고팔 수 있는 중고거래 자판기 ‘파라바라’도 오프라인으로 진출한 사례에 해당한다. 앱과 연동해 판매자는 자판기에 물건을 맡겨놓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구매자는 판매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도 물건을 살 수 있다. 2019년 지하철 잠실역에 기기를 시범적으로 설치한 후, 소비자 반응이 뜨겁자 2020년부터 유통 기업 등과 협업해 기기 설치를 확대했다. 현재 파라바라 기기는 이마트24, AK플라자, 롯데마트, 공항철도, GS칼텍스 주유소 등에 설치돼 있다. 파라바라 누적 이용자는 지난해 1월 1만명에서 최근 5만명까지 급증했다.

온라인 중고 플랫폼과 별개로 오프라인 중고거래 형태는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온라인 앱이 편리하다고는 해도 물건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 요구가 큰 만큼 오프라인 공간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중고거래 플랫폼들도 앱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큰 흐름 된 중고거래

▷가구·패션 ‘바이백 → 수선 → 재판매’

유통업계에서는 중고거래가 단순 사업 영역 확장 수단을 넘어 반드시 챙겨야 하는 필수 영역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글로벌 유통업계에서는 유명 백화점들이 중고품을 취급하는 대형 매장을 열고 이케아, H&M, 리바이스 같은 업체도 앞다퉈 중고 시장에 진출했다.

이케아는 사용하던 이케아 가구를 이케아에 되팔면 이케아가 수선해 다른 사람에게 재판매하는 ‘바이백(Buy Back)’ 서비스를 운영한다. 제품 상태에 따라 정가의 30~50% 수준으로 중고 가구를 매입한 뒤, 수리해 매장에서 싼 가격에 판매하는 식이다. 2018년 벨기에를 시작으로 호주, 일본에서 시범 운영하는 중이다. 국내에서는 2020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업의 이런 움직임은 특히 패션업계에서 좀 더 활발하다. 데님 브랜드 ‘리바이스’와 패스트 패션(SPA) 브랜드 ‘H&M’은 자체 중고 온라인몰을 운영한다.

리바이스는 오래 입지 않고 방치해둔 제품을 가져오면 새 제품을 살 수 있는 쿠폰을 주고, H&M은 고객이 재활용 가능한 의류를 해당 매장에 가져오면 가격을 책정해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셀피(Sellpy)’에서 되판다. 최종 가격의 60%는 H&M이, 고객은 40%를 가져가는 구조다. 아직 중고 의류 사업의 매출 효과는 미미하지만 H&M은 조만간 관련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H&M이 74%의 지분을 소유한 셀피는 유럽 24개국에서 중고 판매 웹사이트와 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69% 증가한 3800만달러(약 507억원)를 기록했다.

글로벌 SPA 브랜드 자라(Zara)도 최근 영국에서 중고 의류 사업에 뛰어들었다. 자라가 입점해 있는 디팝,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아소스 등 중고 플랫폼에서 고객은 기존에 입던 자라 의류를 수리하거나 수리된 옷을 되팔 수 있다. 자라는 추후 직접 운영할 수선·재판매·기부 플랫폼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막스앤스펜서(M&S)는 아동복 리세일 커뮤니티 도트(Dotte)와 협력해 아동복을 재판매할 수 있게 했다. 영국 백화점 셀프리지는 앞으로 10년간 전체 거래의 45%는 재판매와 수선 등의 사업으로 올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고 실제로도 중고 제품 판매가 2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 | 김재현 CSO

▷‘당근페이’ 활용도 넓힌다…글로벌 커뮤니티 목표

“혹시 당근이세요?”

당근마켓은 2015년 판교 지역 중고거래 서비스로 시작됐다. 2018년 1월 50만명이던 월간 이용자 수(MAU)는 올해 10월 기준 1800만명으로 늘어났다. 회원 수는 3200만명을 돌파했다. 현재 영국, 캐나다, 미국, 일본 4개국 440여개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일부 지역은 오픈 1년 만에 MAU가 20배 증가할 만큼 성장 속도도 빠르다. 다음은 김재현 CSO와 일문일답.

Q. 이제 중고거래 앱으로 불리는 게 어색할 것 같다.

A. 당근마켓은 초기부터 지역 커뮤니티를 지향했다. 지역 사람을 연결해 동네의 가치를 재발견한다는 취지다. 중고거래는 첫 시도일 뿐이다. 현재는 중고거래를 넘어 이웃끼리 정보를 나누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발전하는 중이다. 실제 당근마켓을 통해 취미 생활도 함께하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 당근마켓에 대한 인식도 중고거래 서비스에서 ‘로컬 커뮤니티’로 많이 바뀌는 분위기다.

Q. 여전히 수익화 방안은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A. 현재 당근마켓 주 수익원은 지역 광고다. 앞으로 비즈니스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굴할 예정이다.

Q. 올해 서비스를 시작한 당근페이 상황이 궁금하다.

A. 지난 2월 시작한 당근페이는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당근페이 누적 가입자 수는 9월 기준 32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2월 말과 비교하면 누적 송금 건수는 32배, 누적 송금액은 29배 증가했다.

Q. 당근페이 이용자 반응은 어떤가.

A. 개인정보 보호와 편의성 측면에서 많은 이용자가 긍정적 피드백을 주고 있다. 중고거래 송금 수수료가 100% 무료라는 점, 예금주 성명 등 거래 당사자 간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는다는 게 긍정적인 반응의 주요인이다. 또 별도의 은행이나 금융 앱 없이 당근 채팅을 통해서만 송금이 가능한 만큼, 외부 링크로 이용자를 유인하는 사기 피해도 방지할 수 있다. 9월부터 계좌 송금 기능이 추가돼 공과금, 학원비, 동네모임 회비, 관리비 등 생활 속 송금도 할 수 있게 됐다. 당근마켓 앱에 입점한 지역 상점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등 앞으로 결제 기능도 붙일 예정이다.

Q.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A. 동네 이웃과 더 많이 연결되고 싶은 게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다. 아직 온라인화되지 않은 지역 내 정보와 사람을 모바일로 연결해 동네 생활의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는 게 당근마켓이 지향하는 ‘하이퍼로컬’ 커뮤니티 서비스다. 이를 전 세계 곳곳에서 구현해보고 싶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5호 (2022.11.23~2022.11.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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