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IT’·SK ‘친환경’·현대차 ‘모빌리티’...'빈 살만 특수' 겨냥
국내 재계 총수 8인 총출동
'제2 중동붐 오나' 기대 ↑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8대 기업들이 이른바 '빈 살만 특수'를 노리고 있다. 약 700조원 규모에 이르는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와 관련해 최대 100조원 잭팟을 터뜨릴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제2의 중동붐이 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업계에 만연한 이유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정보기술(IT), 에너지, 건설 등 전 산업을 아우르는 국내 기업들은 '미스터 에브리띵(Mr. Everything)' 사로잡기에 고심 중이다. 미스터 에브리띵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왕위 계승 서열 1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지칭하는 용어다.
지난 2017년 왕세자가 된 빈 살만 왕세자는 현재 사우디를 다스리는 실질적 통치자로 알려져 있다. 그간의 석유 수출 의존에서 벗어나는 '비전2030'을 발표한 인물인데, 현재 '네옴(NEOM)'이라 불리는 5000억달러(약 670조원) 규모의 거대도시 건설 계획을 지휘하고 있다.
네옴시티는 서울의 44배 면적에 달하는 스마트 도시 건설 프로젝트다. 사우디 북서부 홍해 안에 170㎞에 달하는 직선 도시 '더 라인', 해상 산업단지 '옥사곤',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 등을 건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도시 인프라를 포함해 정보기술(IT),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광범위한 사업 기회가 열릴 수 밖에 없어 국내 기업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치열한 수주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7일 방한한 빈 살만 왕세자와의 차담회에 국내 기업 8대 총수가 총출동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차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참석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총수들과의 만남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사우디 '비전 2030'의 실현을 위해 한국과 협력을 강화하길 희망한다"며 "에너지, 방위산업, 인프라·건설 등 3개 분야에서 협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에 약 20시간 가량 머물렀던 빈 살만 왕세자가 국내 8대 총수와 차담회를 나눈 시간은 약 1시간 30분 가량. 건설과 에너지, 방위산업, 모빌리티 등과 관련해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 기업을 물색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빈 살만 왕세자가 해당 자리에서 각 기업 총수에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하고 싶은 사업과 관련 애로사항이 있느냐"며 일일이 질문했다는 후문이 전해지면서 제2 중동붐에 대한 기대는 더욱 부푼 상태다.
빈 살만 왕세자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당초 이날 법원 출석이 예정돼 있었지만 그룹 차원을 넘어 국가 차원의 중요한 행사 참석을 위해 앞서 16일 법원에 미리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빈 살만 왕세자와의 차담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삼성은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을 구성해 네옴시티 '더라인' 터널 공사를 수주한 상태다. 지난 8일 공사에 돌입했다. 여기에 삼성이 강점을 가진 첨단 기술인 인공지능(AI)과 5G 무선통신,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을 활용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는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구축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SK그룹은 최근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만든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기업 테라파워에 3000억원 규모 투자를 할 만큼 친환경 에너지를 미래 동력으로 삼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는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생태계 구축을 포함한 스마트시티 모빌리티 사업 등에 대한 협력 방안을 모색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 그룹은 현재 수소 기반 모빌리티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고, 현대중공업그룹 역시 '수소 드림 2030' 로드맵을 그리고 있는 상태다.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그룹의 역점 사업인 태양광, 방산 등의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그룹은 이미 지난 3월 사우디 국방부와 약 1조원대의 방산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아울러 한화의 신사업인 도심항공사업(UAM) 분야에서도 협력 가능성이 크다.
또한 두산그룹의 경우 사우디가 탄소중립과 네옴시티 건립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 분야를 강화하는 만큼 두산에너빌리티의 SMR이 대표적인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원자력발전 수출에 청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높다.
이해욱 회장은 DL그룹이 축적해온 사우디 현지 공사수행 실적을 바탕으로 건설 부문과 탄소 저감 등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을 이끄는 이재현 회장은 한류 콘텐츠 교류와 관련한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추측된다.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은 빈 살만 왕세자와의 차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우디와 오랫동안 여러 사업을 같이 해 왔고, 앞으로도 여러 가지 미래를 같이 한번 보기로 했다"고 가능성을 시사했다. 재계에서는 우리 기업이 수주할 수 있는 규모가 적게는 70조원, 많게는 100조원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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