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여권만 남기고 튄곳…'라임' 김봉현 도주에 해경 초비상
재판 직전 위치추적 장치를 끊고 도주한 김봉현(48)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밀항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수도권과 인접 지역 해경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충남 태안은 2008년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이 밀항에 성공한 곳으로 다른 지역보다 해상 경계와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14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11일 공문과 전화로 해경에 김봉현 전 회장 밀항에 대비한 협조를 요청했다. 검찰은 육군 해안 경계 부대와 해군에도 “식별이 되지 않는 선박이나 의심스러운 보트를 잘 감시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지난 11일 도주한 김 회장이 바다를 통해 중국으로 밀항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 인접 충남 해상 검문·검색 강화
해경은 주말인 지난 12일부터 경기 평택, 충남 태안·보령, 전북 군산·부안 등 서해안과 남해안에 경비함정을 추가로 배치했다. 김봉현 전 회장이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하면 상대적으로 거리가 가까운 태안이나 서산·당진, 평택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해경은 김 전 회장 중국 밀항과 함께 그가 밀항 브로커를 통해 대형 화물선을 타고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으로 갔을 경우도 대비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해외로 가는 밀항 루트는 수백 개에 달한다는 게 해경의 판단이다. 밀항업자들은 연락책과 육상·해상 운반, 알선 등으로 역할을 나눠 조직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양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 남부지검에서 밀항 대비 단속 강화 요청이 왔다”며 “전국 항·포구 순찰을 강화하고, 함정과 파출소 경계 강화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2008년 조희팔 태안 마검포에서 중국 밀항
2008년 태안에서는 수조원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당시 50세)이 중국으로 밀항했다. 조희팔은 그해 12월 9일 태안 마검포항에서 양식업자 배를 타고 격렬비열도를 거쳐 공해 상까지 나간 뒤 대기 중이던 중국 배를 타고 달아났다. 당시 첩보를 입수한 해경이 검거 작전에 나섰지만, 조희팔이 버리고 간 여권을 뒤늦게 확인하고 그를 놓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조희팔은 인천에서 밀항에 실패하자 태안으로 내려왔다. 첫 번째 밀항 시도는 바람의 방향을 잘못 잡아 실패했지만 두 번째 시도 만에 중국 배에 오를 수 있었다. 조희팔은 밀항에 성공할 때까지 태안에서 20여 일간 숨어 지냈다고 한다. 태안해양경찰서장이 이에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다.
2012년에는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회삿돈 200억원을 챙겨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실패했다. 김 전 회장은 경기도 화성에서 서해 상으로 나가던 중 어선 선원실에 숨어 있다가 붙잡혔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충남 서해안으로 도주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군과 경찰이 연일 검문·검색에 나서기도 했다.
2020년 5월 중국인 21명 소형보트 타고 밀입국
충남 태안에서는 2020년 4월과 5월 3차례에 걸쳐 밀입국한 중국인 21명이 검거됐다. 이들은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에서 소형보트나 고무보트를 타고 동쪽으로 350㎞를 달려 충남 태안 해변에 도착했다. 이들이 중국을 출발, 태안 해안에 도착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15시간 정도였다.
마검포항을 관리하는 태안해경은 주요 항·포구는 물론 인적이 드문 곳의 순찰을 강화했다. 항·포구는 사람 눈에 잘 띄는 데다 폐쇄회로TV(CCTV) 등을 통해 24시간 감시가 가능하지만 외진 곳은 상대적으로 경계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어선과 달리 해경에 출·입항 신고 의무가 없는 레저 보트도 집중 검문·검색하고 있다.
태안해경 관계자는 “선주와 선장, 어촌계장 등에게 김봉현 수배 전단을 배포하고 의심되는 선박이나 낯선 사람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주말인 지난 12~13일에는 바다 날씨가 좋지 않아 배가 뜨지 못했지만 만약에 대비해 순찰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신진호·최모란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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