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홍조가 소장암 증상이라고? 설사·천식 겹치면 상황 심각 [건강한 가족]

정심교 2022. 11. 1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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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홍조가 보내는 신호
뛰거나 더울 때, 당황하거나 화날 때 누구나 얼굴이 붉어질 수 있다. 또 폐경기 여성은 불청객인 안면홍조를 마주한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이 아닌데도 남들보다 얼굴이 유독 심하게 붉고, 한 번 생긴 홍조가 잘 없어지지 않는다면 ‘병적인 안면홍조’를 의심할 수 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김혜원 교수는 “병적인 안면홍조는 조기에 진단·치료하지 않으면 만성화하기 쉬운 데다 심각한 원인 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어 원인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면홍조에서 파생되는 주요 질환별 증상과 발생 기전, 대처법을 알아본다.


주사


주사(酒齄)는 안면홍조를 주증상으로 동반하는 만성 피부 질환이다. 코·뺨·턱·이마 등이 계속 빨갛고, 심하면 구진(피부가 솟은 병변)·고름·물집이 생긴다. 김혜원 교수는 “안면홍조가 있는 사람의 일부는 원인이 주사”라며 “주사로 인한 안면홍조를 방치하면 단계별로 증상이 더 심해진다”고 경고했다. 주사 증상은 네 단계에 걸쳐 진행하는데, 볼·코의 피부가 상기되고 따끔거리는 ‘주사 전(前) 단계’, 표피 바로 밑의 모세혈관이 보이고 피부가 붉어지면서 붓는 ‘혈관 단계’, 뾰루지가 생기고 고름이 차는 ‘염증 단계’, 코 주변 피부가 두꺼워지고 코가 딸기코처럼 되는 ‘후기 단계’ 순으로 진행한다. 빠른 진단·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주사의 원인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열과 다양한 자극에 대한 혈관 조절 기능 이상이 대표적인 유발 인자로 꼽힌다. 예컨대 건강한 사람은 맵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었거나 술을 마신 경우, 사우나를 했을 때, 당황하거나 화날 때 피부 밑 혈관이 이완하며 혈류량이 증가해 얼굴이 빨개졌다가도 이 같은 유발 요인이 사라지면 혈관이 수축하며 복귀한다. 하지만 주사 환자는 혈관이 복귀하지 못해 얼굴이 계속 붉어지고 피부 온도가 상승한다. 이 때문에 피부 수분이 증발하고, 피부 장벽 기능이 떨어져 염증 반응이 나타난다. 피부가 화끈거리면서 피부가 땅기고 따가워진다.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손상도 주사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주사로 진단받으면 뜨거운 음식·음료, 술을 피해야 하며 자외선·바람에 오래 노출되지 말아야 한다. 주사 환자는 피부 장벽 기능이 떨어지므로 보습제·선크림을 철저히 발라야 한다. 증상이 약할 땐 염증 억제 목적으로 항생제 치료를, 증상이 심할 땐 불필요하게 확장된 표피 밑의 모세혈관을 없애는 혈관 레이저 치료술을 시행할 수 있다. 최근 연구에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피부에 존재하는 모낭충의 과다 생성도 주사의 원인으로 지목되므로 헬리코박터균 제균치료, 모낭충 치료를 받아야 한다. 주사는 중년 여성에게서 잘 나타나는 탓에 갱년기 증상으로 오인하기 쉽다. 폐경기 여성이 갱년기 치료를 받아도 안면홍조가 호전되지 않으면 주사를 의심해 피부과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루푸스


루푸스는 대표 증상인 피부 발진이 마치 늑대(lupus)에 물린 자국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 지어졌다. 루푸스 환자의 80~90%에서 안면홍조와 광(光)과민성, 구강 궤양 등 피부·점막 병변이 나타난다. 특히 양쪽 볼에서 콧등에 걸쳐 나비 모양의 붉은 반점 형태로 안면홍조가 생긴다. 홍조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게 특징이다. 김혜원 교수는 “얼굴에 나비 모양의 홍조가 갑자기 나타나는 급성 피부 홍반성 루푸스는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로 진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신호”라고 경고했다. 루푸스는 주로 가임기를 포함한 젊은 여성에게 발병하는 만성 자가면역 질환이다. 그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감염 후 유발된 면역 체계 이상과 호르몬·유전·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루푸스로 진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루푸스는 9대 1의 비율로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많다. 과로·스트레스·자외선도 루푸스의 발병과 연관된다.

루푸스 환자의 약 40%는 햇빛에 과다하게 노출될 때 증상이 심해진다. 발병 초기엔 발열, 전신 쇠약감, 우울증, 극심한 피로감,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난다. 루푸스를 예방할 방법은 없지만 나비 모양의 안면홍조와 함께 탈모, 피로감, 백혈구·혈소판 감소증이 나타나면 류머티즘내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수 혈액검사를 통한 자가항체 검사, 혈액검사, 간·신장 기능 검사 등으로 진단할 수 있다. 외출 시 모자를 쓰거나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등 자외선 차단에 힘쓰며, 규칙적으로 운동하면서 충분히 자고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한다.


성선기능저하증


성선기능저하증은 성선자극호르몬과 성선호르몬의 분비가 감소해 나타나는 질환이다. 뇌의 시상하부, 뇌하수체 전엽, 난소, 고환에 병변이 있거나 갑상샘호르몬·부신피질호르몬에 이상이 있을 때 유발된다.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금지현 교수는 “자세한 병력 청취, 신체 진찰, 혈액검사를 통해 이 질환의 원인이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 등의 구조적인 문제인지, 호르몬과 관련됐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성선기능저하증의 주요 증상으로는 안면홍조와 함께 발한, 성욕 감퇴, 근력 약화, 음모 숱 감소 증상이 나타난다. 이 질환이 청소년기 이전에 발병하면 성장과 사춘기가 지연될 수 있으며, 성인이 된 이후 발병하면 여성은 생리량 감소, 유방 크기 감소, 무월경, 폐경기 증상을, 남성은 발기부전, 성기 크기 감소 등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 성선기능저하증에서 안면홍조가 나타나는 기전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성선자극호르몬 방출 호르몬이 주기적으로 분비되지 않는 게 원인으로 추정된다.

성선기능저하증이 의심될 땐 혈액검사를 통해 테스토스테론 등의 호르몬, 염색체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검사로 뇌하수체·고환·난소를 관찰해 성선기능저하증을 진단할 수 있다. 이 질환의 가장 중요한 치료법은 호르몬 치료다. 예컨대 이 질환의 원인이 고환 이상이면 합성 남성호르몬을 사용한다. 단, 청소년기나 그 이전에 치료를 위해 호르몬을 투여하면 성장 발달과 사춘기를 촉진할 수 있다. 또 성인의 경우 체모가 발달하거나 성욕을 촉진할 수 있다. 뇌하수체의 종양이 원인이면 뇌하수체 종양 절제술을 시행해야 한다. 이들 환자가 안면홍조를 없애기 위해 찬물로 세안하거나 마스크팩을 사용하는 건 권장되지 않는다. 혈관의 과도한 수축·이완을 일으켜 증상을 더 악화할 수 있어서다. 피부에 닿는 물, 실내온도 변화가 10도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소장암


안면홍조와 함께 설사가 계속되고, 땀이 많아지면서 배가 자주 아프고 천식 증상, 심장이 빨리 뛰는 증상 등이 동반되면 소장암의 한 종류인 카르시노이드증후군일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는 “카르시노이드증후군은 전체 소장암의 약 20%를 차지하는 신경내분비종양으로, 이 질환이 있는 환자의 약 70%에서 안면홍조가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이 종양 세포는 세로토닌·브래디키닌·히스타민·프로스타글란딘 같은 호르몬성 물질을 과다하게 생성하는데, 많아진 호르몬성 물질이 혈관을 확장해 안면홍조를 일으킨다. 김혜원 교수는 “신경내분비종양에서 분비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은 얼굴·가슴 부위의 홍조와 함께 설사를 유발한다”고 말했다. 치즈·초콜릿·소고기 섭취나 음주, 스트레스 등은 이들 증상이 심해지는 요인이다. 이 질환이 의심될 땐 내분비 호르몬 농도를 측정하는 소변 검사, 초음파 내시경검사가 권장된다. 수술·항암·방사선 치료 등을 시행할 수 있다.

■ 질환별 안면홍조 발생 기전과 특징

「 주사
안면홍조 발생 기전 혈관 수축 이상 ▶안면홍조 ▶피부 장벽 기능 저하▶피부 염증▶딸기코
특징: 볼·코 쪽 피부 따끔거림, 얼굴 모세혈관 비침, 뾰루지 생성, 피부 두꺼워짐

루푸스
안면홍조 발생 기전 감염 후 면역 체계 이상▶호르몬·유전·환경 요인 결합▶안면홍조
특징: 볼·코가 붉어지며 나비 모양 홍조를 띰. 과로·스트레스·자외선에 더 심해짐

성선기능저하증
안면홍조 발생 기전 뇌·난소·고환 병변▶성선자극호르몬 방출 호르몬 분비 이상▶안면홍조
특징: 성장 지연, 생리량 감소, 무월경, 발기부전, 성기 크기 감소 등 동반

소장암
안면홍조 발생 기전 종양 발생▶호르몬성 물질 과다 생성▶혈관 확장▶얼굴·가슴 홍조
특징: 치즈·초콜릿·소고기 섭취, 음주, 스트레스받은 후 증상 심해짐. 잦은 설사 동반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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