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 물 끊어 씻지도 못해"…기우제까지 지내는 호남·제주

최충일, 황희규 2022. 11. 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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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과 제주지역에 가을 가뭄이 지속하면서 식수원과 농업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전남 일부 섬 지역은 제한급수에 들어갔고 제주에서는 농업인과 공무원이 기우제까지 지냈다. 광주광역시는 수돗물을 덜 쓰면 요금을 깎아주고 있다.

제주도 구좌읍 농민들이 지난 7일 단비를 기원하는 기우제를 지내고 있다. 구좌농협 제공

화순 동북댐 저수율 지난해 절반 수준
9일 광주광역시에 따르면 이날 현재 주요 상수원인 전남 화순군 동복댐 저수량은 2090만2000t, 저수율 32.51%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 저수량 6760만t, 저수율 73.50%보다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동복댐 1~9월 10년 평균 누적 강수량은 1388㎜인데 올해 같은 기간에는 이보다 절반 수준인 633㎜에 그쳤다.

이와 함께 화순군 주암댐 저수량은 1억4749만8000t, 저수율 32.28%로 지난해 같은 시기 저수량 2억5066만9000t, 저수율 54.85%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광주지역 하루 수돗물 사용량은 52만t가량이다. 이 물은 동복댐에서 42%, 주암댐에서 58% 공급받고 있다. 주암댐 물은 목포·여수·순천·광양·나주 등 전남 10개 시·군에도 식수로 공급한다.

광주시는 가뭄이 계속되면 내년 3월께 동복댐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했다. 동복댐은 저수량이 7% 미만으로 떨어지면 상수도 공급이 제한된다. 광주시는 1992년 12월부터 6개월 동안 제한급수를 한 적이 있다. 광주시는 ‘시민 1인당 20% 물 절약 캠페인’에 나섰다. 지난해 동월과 비교해 수돗물 사용량을 10% 줄이면 수도 요금을 10% 깎아준다.

전남도 사정도 비슷하다. 전남지역 4대 광역상수원인 주암댐·장흥댐·평림댐·수어댐 저수율이 심각 단계에 근접한 수준으로 일부 도서 지역은 이미 상수도 제한 급수에 들어겄다. 주민 3500여 명이 사는 완도군 금일도는 지난 7일부터 이틀 급수, 나흘 단수 중이다. 인구 2300여 명의 완도 소안도는 지난 1일부터 이틀 급수, 닷새 단수를 하고 있다. 완도 넙도는 식수가 부족해 지난 5월부터 하루 급수, 엿새 단수 상태다. 소안도와 넙도 식수원인 저수지 저수율은 6~8%에 불과하다.

완도군 소안면 월항리 이제왕 이장은 “주민들이 가장 불편해하는건 물 공급날에만 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제왕 이장은 “완도에서 나는 김 대부분은 이곳에서 나오고 있다. 12월쯤부터 김 가공공장이 가동돼 당장에 피해는 없지만, 가뭄과 단수가 지속하면 공장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했다.

제주서는 한달간 비가 안와
제주도에도 한 달 가까이 비가 오지 않아 비상이 걸렸다. 비가 오지 않자 지난 7일에는 제주시 구좌읍 농민이 기우제까지 지냈다. 이곳은 당근과 월동무 등 월동채소류 주산지다.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전남 화순 동복호의 저수율이 32%대에 그치며 바닥 흙이 드러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지방기상청이 발표한 ‘2022년 10월 제주도 기후특성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월 제주 강수량은 역대 8번째로 적은 19.6㎜에 그쳤다. 이는 평년 강수량(66㎜)의 29% 수준이다. 이마저도 10월 상순에 집중됐다. 지난달 11일부터 31일까지 21일간 아예 비가 내리지 않았다.

제주도는 건조한 날씨가 이어짐에 따라 농작물 가뭄대책 종합상황실을 운영한다. 가뭄으로 월동채소 생육 저하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농작물 가을 가뭄에 따른 단계별 예방 대책에는 급수 공급 지원·점검·수송 등 내용이 포함됐다.

1단계 초기 단계에서 관정과 양수기 등 지원 시설·장비 점검을 하고 급수를 지원할 예정이다. 2단계에서는 농작물 가뭄 비상대책 근무체계로 전환해 급수 수송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인수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은 “가뭄 추이에 따른 신속한 대응과 급수지원을 완벽히 해 농작물 피해 최소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광주광역시=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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