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람의 시니어트렌드] 인생 3막엔 ‘할거리’가 전성기를 부른다

2022. 11. 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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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이본 쉬나드 회장(83)의 가족이 4조원대의 기부 소식을 알렸다. “소수의 부자와 다수의 가난한 자로 귀결되는 자본주의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가 형성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하며 전세계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상기시키고, 우리에게 존엄한 나이들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잔잔한 울림을 주었다.

기부나 자원봉사는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Volunteer(자원봉사)란 말은 라틴어 voluntas(자유의지)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다. ‘놀거리’와 여가의 특징에서도 자발적인 것이 중요한 요소였듯이, 자원봉사활동은 스스로 원하고 다른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면서 도움을 주는 것이라는 마음에 달려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GDP(국내총생산) 순으로 10위권이지만, 기부 지수는 20위권이다. 영국의 자선단체 연구기관인 CAF(Charities Aid Foundation)에서 발표한 2021년 세계기부 지수 국가 순위에서는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낯선 사람을 도와주는 비율, 금전기부, 봉사활동 시간 총 3가지 분야를 종합해 설문조사한 결과라고 한다. 한국은 금전기부 비율은 높았는데 다른 두가지 분야가 아주 낮았다. 자원봉사 활동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자원봉사 활동의 종류로는 노력봉사, 문화봉사, 간병봉사, 의료봉사와 기술봉사가 있다. 도시락 배달이나 마을 공동작업과 같은 노력봉사는 누구나 할 수 있으며, 치과 진료나 안과 치료는 의료 기술을 필요로 한다. 이발이나 가전제품 수리처럼 전문 기술이 있어야 하는 것과 국악, 연극과 같은 위문 형태의 문화봉사도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는 해외 무상 협력을 지원하는 시니어봉사단, 자문단 같은 봉사활동도 있다. 내게 적합한 그리고 내가 사는 곳 근처는 물론 전국의 다양한 봉사 활동을 쉽게 찾아보려면, 정부에서 운영하는 ‘1365 자원봉사 포털’이 있다.

‘할거리’로써의 자원봉사가 가진 효과는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삶의 보람이다. 선한 영향력은 자신에게 먼저 건강한 자존감과 기쁨을 제공한다. 둘째는 자기 성장의 기회다. 자신의 역량을 활용하고 스스로를 재발견해 사회와 다시 연결한다. 셋째는 지역사회를 이해하고 문제 해결에 기여한다. 공동체에 직접 참여하여 이웃과 연대하게 된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책에서 전우익 작가는 ‘삶이란 그 무엇인가에, 그 누구엔가에 정성을 쏟는 일’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 지혜가 늘고 그 결과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고 믿는다. 고로 ‘고령화’와 기회’ 또는 ‘잠재력’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할거리’ 분야로 ‘자선활동’을 빼놓을 수 없다. 흥미로운 점은, 인생 3막 포트폴리오의 세 가지 축인 ‘일거리, 놀거리, 할거리’는 연계가 되어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이다.

시니어의 은퇴후 자선활동은 다른 세대에 비해 지역사회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재능 기부를 하던 마을회관 강의가 유료 지자체 강좌로 발전하기도 하고, 근거리 커뮤니티였던 여행동호회가 시니어 전문 여행사로 성장한다. 글쓰기 취미반을 통해 지역의 맛집을 SNS를 통해 홍보했더니 시니어 인플루언서가 되어 블로거 수입이 생기기도 한다. 자발적으로 시간과 재능, 경험을 도움이 필요한 이웃과 지역사회 공동체 형성에 아무런 대가 없이 활동을 지속적으로 제공했더니 했더니 일자리 창출로 연계되기도 하는 것이다. 건강함은 따라온다.

미국 공익사업 전문 컨설팅 회사의 수전 레이먼드(Susan Raymond)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자선활동이 활발해져 시민사회의 전성기가 올 것이라고까지 예상한다. 그녀에 따르면, 시니어층은 자선활동과 사회 활동에서 핵심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또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지역사회의 공공선에 관심이 높아지고 재산을 기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활기 넘치는 고령자들은 공동체의 번영을 위한 엔진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시니어 세대를 보고 자란다. 아직 우리 청년들에게는 여유가 부족하다. 올해 대학 평균 등록금은 676만원이고, 청년 10명 가운데 6명은 천만원대의 부채를 갖고 졸업한다. 저성장 사회에 미래 설계 전망은 밝지 않다. 시니어층이 공공을 위해 솔선수범, 바람직한 본보기로 나설 때이다.

‘Heal the world. Make it a better place For you and For me and the entire human race.’(세상을 치유하세요. 당신과 나와 전 인류를 위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세요.) 마이클 잭슨이 생전에 부른 노래다. 모두를 위한 미래는 시작됐다. 그 미래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오래 갈 것이고, 당신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나은 세상일 것이다.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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