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고니형 재난’ 공포… 지하철·공연장 등 재난매뉴얼 없다

조민아,이의재 2022. 11. 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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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의 주된 배경의 하나로 주최 측이 없는 행사에 경찰이나 지방자치단체에 안전관리 의무를 부과하는 관련 법이나 매뉴얼이 없다는 점이 꼽힌다.

재난안전법 시행령에 따르면 순간 최대 관람객이 1000명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축제는 지자체에 안전관리 계획을 내고 심의를 받는데, 이번 핼러윈 행사는 주최 측이 따로 없어 안전관리안을 제출할 주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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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재난의 위협
압사사고 이미 새로운 위험 지목
주최자 없는 행사도 안전 관리 지적
31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앞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에 한 시민이 남긴 추모 메시지와 꽃다발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의 주된 배경의 하나로 주최 측이 없는 행사에 경찰이나 지방자치단체에 안전관리 의무를 부과하는 관련 법이나 매뉴얼이 없다는 점이 꼽힌다. 기존에 발생한 재난에 대비하는 것 못지않게 이번 참사처럼 새로 대규모로 발생할 수 있는 이른바 ‘흑고니(Black Swan)’ 유형의 재난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행정안전부의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은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민간 등이 개최하는 지역 축제에 적용된다. 재난안전법 시행령에 따르면 순간 최대 관람객이 1000명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축제는 지자체에 안전관리 계획을 내고 심의를 받는데, 이번 핼러윈 행사는 주최 측이 따로 없어 안전관리안을 제출할 주체가 없었다. 행안부는 31일 브리핑에서 “주최자 없는 행사는 유례없는 상황이어서 지침이나 매뉴얼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주최자 유무에 관계없이 대규모 행사에 대한 안전 매뉴얼 마련 필요성은 꾸준히 지적돼왔다. 김상운 대구가톨릭대 교수가 집필한 ‘다중운집행사의 안전 확보를 위한 경찰개입 인식조사’(2017)에선 다중운집행사를 “주체·장소 등과 관련 없이 미조직된 군중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축제, 행사 등”으로 정의하면서 “행사의 물리적·사회적 환경 등 예상이 어려운 변수들이 반응을 달리하기 때문에 심각한 위협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이어 “많은 인원이 제한된 공간에 몰려 있어 일반 사고에 비해 피해 정도가 크다”며 “이러한 행사에서 안전을 위한 경찰 투입에 대해 관련법 및 매뉴얼에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산하 연구기관은 이태원 참사와 같은 압사사고를 향후 “새로운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는 도시재난의 일종”으로 규정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연구원은 2020년 6월 발간한 ‘신종 대형 도시재난 전망과 정책방향’ 정책리포트에서 도시재난의 유형을 분류하면서 과거에는 얼마 발생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위협으로 다가오리라 예상되는 흑고니 유형을 제시했다.

흑고니 유형 도시재난으로는 대규모 지진과 지하공간 재난, 드론 및 자율주행차 관련 사고 등이 꼽혔다. 압사도 이 유형으로 분류됐다. 보고서는 당시 서울시가 관심을 가져야 할 도시재난의 하나로 ‘테러 및 다중안전사고’를 꼽고 그 사례로 지하철역, 대형집객시설 등 다중밀집장소에서의 혼잡으로 인한 압사사고를 지목했다.

이번 참사는 안전관리 의무를 져야 할 주체가 명확지 않아 법적 책임을 묻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도 작다. 최창민 법무법인 인화 변호사는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 공중교통수단 등 시민들이 이용하는 시설에서 발생한 재해를 중심으로 하고, 경영책임자를 누구로 볼 것인가도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태원 외에도 인파가 몰릴 시 압사 위험이 큰 구간이 서울에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정창삼 인덕대 스마트건설방재학부 교수는 “한강시민공원만 해도 인파가 갑자기 몰렸을 때 위험한 곳이 많고, 고속터미널역에서 반포대교로 이어지는 아파트 옆길도 굉장히 좁다”고 했다. 크리스마스 때 명동도 곳곳에 골목길이 있어 위험 지역으로 꼽혔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도 “출근 시간대 강남역, 신도림역, 신길역 등 주요 역에 몰리는 인파도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조민아 이의재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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