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덕원 6명 청약 충격…미분양 느는데 11월 6만가구 '밀어내기'

김원 2022. 10. 3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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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등으로 부동산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청약시장 흥행불패 지역이던 서울에서도 미계약,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 팰리스’. 뉴스1


금리 인상 영향으로 주택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미분양 공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수백 대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던 수도권 단지는 물론, 대형 건설사가 짓는 지방 아파트에도 미분양이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건설사들이 연말을 앞두고 분양 물량 '밀어내기'에 나서고 있어 미분양이 더 쌓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0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다음 달 분양예정 아파트는 전국 89곳, 총 6만1312가구(임대 포함)로 집계됐다. 다음 달 분양예정 물량은 2015년 이후 동월(11월)과 비교해 가장 많은 것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만413가구와 비교해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당초 10월 계획된 분양 물량 가운데 연기된 것만 3만3894가구다.

가뜩이나 청약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예고된 연말 분양 물량 폭탄은 미분양 공포로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2월 1만7710가구에서 올해 8월 3만2722가구로 84.8% 급증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1509가구에서 5012가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지방은 1만6201가구에서 2만6755가구로 65.14% 늘었다. 청약 경쟁률도 크게 낮아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전국 민간분양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9대 1로, 지난해 경쟁률(19대 1)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당첨자들의 가점 평균도 크게 낮아졌다. 올해 9월까지 민간분양 아파트의 당첨 가점 평균은 2021년 34점에 비해 11점 하락한 23점으로 조사됐다.

빠르게 쌓이는 미분양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토부]


청약 경쟁이 벌어져도 미계약으로 이어지는 일이 빈번하다. 지난 25일 총 508가구 규모로 진행된 경기 의왕시 ‘인덕원자이SK뷰’ 무순위 청약에는 단 6명만 청약해 502가구가 잔여 물량으로 남았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5.6대1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지만 이후 절반이 넘는 508가구가 계약되지 않으며 대규모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게 됐다.

무순위 청약에서도 대거 미달분이 나와 29일부터 선착순 분양에 들어갔다. 다른 수도권 단지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안양시 '평촌 두산위브 더 프라임'도 전체 178가구 가운데 111가구가 미계약됐다. 무순위 청약으로 128가구를 모집한 경기 화성시 '화성 봉담자이 라젠느' 역시 30건만 접수했다.

할인분양에 나서는 단지도 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수유팰리스'는 올해 2월 첫 분양에서 일반분양 145가구 모집에 933명이 신청해 6.4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당첨자들이 대거 계약을 포기하면서 미분양 물량이 속출했다. 시행사는 입주가 시작된 뒤인 지난 7월 분양가를 15%가량 내렸다. 9억원이 넘었던 전용 59㎡는 7억4000만원으로, 11억원대였던 전용 78㎡는 9억2000만원으로 재분양했다. 그런데도 아직 23가구가 남았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 팰리스’ 입구에 특별 할인 분양을 알리는 포스터가 놓여 있다. 뉴스1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27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통해 청약당첨자의 기존주택 처분기한 연장, 중도금 대출보증 확대, 규제지역 추가 해제 검토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투기과열지구 등에서 기존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청약에 당첨된 1주택자는 입주 가능일 이후 6개월 내 기존주택을 처분해야 했지만 이를 6개월에서 2년으로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분양가 9억원 이하 주택에만 적용했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HF) 중도금 대출 보증 역시 12억원 이하 주택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또 투기과열지구 39곳, 조정대상지역 60곳인 규제지역의 추가 해제도 검토하기로 했다. 비규제지역의 경우 1순위 자격이 완화되고, 세대원도 청약할 수 있게 된다. 재당첨 규제 역시 사라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급격하게 식은 청약 시장 분위기를 단 번에 바꾸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재고 주택 가격이 내려가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분양가의 메리트도 줄고, 미계약도 나오는 상황"이라며 "이미 건설사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고, 수요자들의 구매심리가 돌아서 버린 상황에서 이번 대책이 효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현재 3만여 가구 쌓여 있는 미분양 물량을 어떻게 해소할지에도 관심을 둬야 하는데, 과거 미분양 쌓여 문제가 됐던 이명박 정부에서는 취득세 감면, 양도소득세 5년간 비과세 등 대책을 내놓았다"며 "일단 정부가 예고한 규제지역 추가 해제 수준에 따라 이번 대책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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