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쇼크 둔촌주공, 분양가 높이자니 중도금 대출 막혀

한은화 2022. 10. 2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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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약 6개월 만에 공사를 재개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가 이번에는 사업비 조달 문제에 부딪혔다. 사업비를 상환하기 위해 발행한 7000억원 상당의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차환 발행에 실패하면서다. 사업성이 높은 서울 핵심 재건축 사업장마저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서 강원도 레고랜드가 촉발한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건설·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대출 만기를 맞은 7000억원의 사업비를 상환하기 위해 시공사업단의 보증을 받아 단기사채의 일종인 ABSTB를 발행했다. 증권사들은 오는 28일 만기를 맞아 기존 사업비 7000억원에 추가로 1250억원을 더해 8250억원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을 시도했지만, 투자자를 구하지 못했다. 결국 보증을 선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자체 자금으로 사업비 7000억원을 상환하겠다고 나섰지만, 내년 초 일반분양을 할 때까지 건설사의 자체자금으로 공사비를 조달하며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분양가를 둘러싼 갈등도 여전히 남았다. 당초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은 공사비 2조6000억원 규모에서 시작했다가, 2020년 3조2000억원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의 갈등이 커져 결국 공사 중단 사태까지 맞았다. 최근 시공사업단은 공사재개를 위해 공사 중단으로 인한 손실금액 및 원자재 가격 상승액 등을 반영해 공사비 4조3600억원을 조합 측에 통보했다. 가구당 추가 분담금이 1억8000만원에 달한다.

결국 분양가는 오를 전망이다. 조합이 희망하는 분양가는 3.3㎡당 3700만원 이상이다. 2019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 통제를 하며 제시한 분양가가 3.3㎡당 2900만원이었다. 조합은 올 초 3220만원으로 분양가를 산정했지만, 공사 중단 사태 등을 맞아 희망 분양가가 더 올라갔다. 조합의 바람대로 분양가가 책정될 경우 전용면적 59㎡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게 돼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부동산 시장 침체도 변수로 꼽힌다. 둔촌주공 조합원 입주권은 지난해 10월 23억7000만원(전용 84㎡)에도 팔렸지만, 최근 시장 호가는 15억~16억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1년 사이 8억원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분양가상한제 규제로 시작된 둔촌주공 단지의 문제가 원자잿값 상승, 조합원 갈등, 경기침체까지 설상가상 겹친 상황”이라며 “상가 재건축 문제 등 아직 갈등이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 있어 내년 분양가가 얼마로 결정될지에 따라 향방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건설산업의 주요 자금줄인 PF가 올해 하반기부터 전면 중단되다시피 하면서 전국적으로 신규 사업이 중단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대형건설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8위의 롯데건설은 운영자금 목적으로 최근 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계열사인 롯데케미칼로부터 5000억원의 자금을 빌렸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사업이 중단되는 사업장이 속출하면 이는 3~4년 뒤 입주물량 공백으로 이어지게 된다”며 “범정부 차원의 위기대응팀을 꾸려서 각종 규제책을 재검토하고, 민간 공급물량을 점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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