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이야기로 쌓은 성벽, 수원 화성 기독교 성지
[김이삭 기자]
▲ 화성행궁 |
ⓒ 김이삭 |
이렇듯 많은 이들이 찾는 수원 화성이지만, 과거 조선시대에는 죽기까지 신앙을 버리지 않은 사람들과 민족의 독립과 교육에 앞장선 독립운동가의 이야기, 그리고 식민통치의 만행을 부끄럽게 여기고 우리나라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아왔던 어느 일본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곳도 바로 수원 화성이다.
▲ 수원종로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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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종로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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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인 팔달문에서 화성행궁까지 걸어가면, 행궁 맞은편에 수원에 처음으로 세워진 개신교회 중 하나인 '종로교회'를 만나볼 수 있다. 1894년 메리 스크랜튼 선교사가 수원을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첫 발을 뗀 이 교회는 1907년에 북수동 368번지로 이전하여 지금도 자리하고 있다. 과거 수원 화성을 지키던 중군의 군영지였으면서 동시에 1866년 병인박해 당시 천주교인 19명이 미루나무에 매달려 순교했던 곳이기에 의미가 매우 깊다.
또한 1902년에는 교회 안에 지금의 삼일학교와 매향학교의 뿌리가 되는 남자매일학교와 여자매일학교를 각각 세워서 교육에 힘썼고, 3·1 운동 당시에는 많은 교인들이 앞장서서 독립운동에 참여하는 등 일제의 압제에 맞서기도 했다.
▲ 수원 북수동성당 |
ⓒ 김이삭 |
▲ 수원 북수동성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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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을 소개하기에 앞서, 정조대왕이 수원 화성을 축조할 때의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당시 정조는 다산 정약용에게 성을 버드나무잎 모양으로 설계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장안동의 민가들이 성벽 축조로 인해 헐릴 위기에 처하자,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성을 세 번 구부렸다 폈다 해서라도 장안동 민가들을 수용하라'는 어명을 내린다. 이는 위정자들이 어떻게 백성을 섬겨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정조대왕의 급작스러운 죽음 이후, 그의 정치무대나 마찬가지였던 수원 화성은 '무당 짓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천주학쟁이만은 되지 말아라'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극심한 곳으로 변해버렸다. 그럼에도 신도들은 되려 자신들을 향해 매질하는 포졸들을 걱정할 정도로 담담히 자신들의 운명을 받아들인다.
▲ 수원 동신교회 |
ⓒ 김이삭 |
▲ 수원 동신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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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행궁 맞은편에 위치한 종로교회와 북수동성당을 떠나서 수원천을 따라 걸어가면, 화홍문과 멀지 않은 곳에 시골에서 볼 법한 작은 교회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 곳이 바로 노리마츠 마사야스라는 일본인에 의해 세워진, 1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동신교회이다.
이 교회를 세운 노리마츠 목사는 1896년에 처음 우리나라 땅에 들어왔는데, 그 때는 을미사변으로 인해 일본에 대한 감정이 지금보다 훨씬 좋지 않았던 시기였다. 그러나 그는 수원에 '성서강론소'라는 이름으로 교회를 세운 1900년부터 세상을 떠난 1921년까지 조선에 대한 일제의 압제를 비판할 정도로 조선 사람들의 편을 들었고, 심히 빈곤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더 곤궁한 상황에 처했던 이웃들을 돌보았다.
▲ 수원 동신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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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소개했던 3곳의 교회가 자리 잡고 있는 수원 화성은 도심 한복판에 있는 유명 관광지인 만큼,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 매우 편한 곳이라 도보로 성지순례를 하는데 있어서 문제가 없다. 먼저 기차나 지하철을 타고 수원까지 왔다면, 수원역(수도권 전철) 9번 출구에 내려서 매산시장 정류장까지 도보로 이동한 후 11번 버스를 타고 팔달문 정류장에서 하차한다.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타고 왔다면, 수원터미널 부근 NC백화점 바로 앞의 버스정류장에서 112번 버스를 탄 후 기차를 이용한 경우와 똑같이 팔달문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혹은 잠실역 근처 광역환승센터에서 출발하는 직행좌석버스인 '화성 버스 1007번'을 타고 화성행궁 정류장에서 내리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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