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구로구 6억 이하 '낡고 작은' 아파트만 인기

정다운 2022. 10. 18.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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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파트 거래 톱2
최근 주택 매매 거래가 위축됐지만 6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는 매수자가 꾸준히 몰리고 있다. (매경DB)
최근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수도권 아파트 매수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6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는 거래가 꾸준히 이어지는 모습이다.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낮은 금리로 정책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6억원 이하 주택’이어서 자금 부담을 느끼는 수요층이 쏠린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9월 말까지 수도권에서 계약서를 쓴 아파트 매매 거래 5만4146건 가운데 6억원 이하 아파트는 3만9457건(72.9%)이었다. 6억원 이하 아파트는 저금리의 정책 대출 대상인 데다 대출 규제도 완화돼 수요층이 쏠린 것으로 분석된다.

범위를 서울로 좁혀 보면 25개 자치구 중 올해 아파트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지역 1~2위는 비교적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노원구와 구로구다. 노원구와 구로구 아파트 매수자 중 56.95%가 6억원 이하 아파트를 샀다. 노원구에서는 504건 중 235건(46.62%)이, 구로구에서는 416건 중 289건(69.47%)이 6억원 이하 아파트 매수 사례였다. 이들 지역은 서울에서도 아직 6억원 이하 아파트가 전체 매물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6억원 이하 아파트는 보금자리론, 디딤돌대출 등 저금리 정책 대출 대상이 될 뿐 아니라 서민 실수요자가 매수할 때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완화 적용된다. 특히 앞서 2020년 전 정부가 7·10 대책을 통해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소득과 대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는데 연소득 기준은 부부 합산 기준으로 8000만원, 종전보다 1000만원 올렸고 생애 최초 구입자는 9000만원까지 상향했다. 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도 10%포인트 완화했다.

예컨대 6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한 LTV가 40%에서 50%로 확대되면서 5억원 아파트를 사기 위해 필요했던 자기자본금도 3억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5000만원가량 여유가 집값에 더해지면 매수세가 더 붙을 여지가 있다. 또 무주택 실수요자 입장에서도 LTV를 최대 70%(최대 3억6000만원)까지 인정받을 수 있는 보금자리론 주택 기준이 ‘6억원 이하’라 저가 아파트를 찾을 수밖에 없다.

▶아파트 매매 10건 중 7건 ‘6억 이하’

▷서울 내 저가 아파트 비중은 고작 7%

저가 아파트일수록 전세가율이 높은 편이고, 기존 세입자가 매매로 갈아타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해 실수요자가 몰렸다는 설명도 설득력 있다.

부동산R114가 지난 9월 23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335만8292가구의 매매 가격 대비 전세가 비율을 조사해 가격 구간별 산술평균을 낸 결과 매매 가격(시세)이 낮을수록 전세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 가격이 6억원 이하일 때 전세가율은 62.3%.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아파트는 58%,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 54.8%, 15억원 초과 49.8% 순으로 매매 가격 구간이 높아질수록 전세가율은 하락했고 매매가가 낮아지면 전세가율은 높아졌다. 서울 아파트로 범위를 좁혀봐도 상황은 마찬가지. 118만2956가구 가운데 6억원 이하 아파트의 전세가율이 57.5%로 가장 높았고,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54.8%,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 53.6%, 15억원 초과 49.1% 등이었다.

다만 거래된 아파트를 살펴보면, 대부분 연식이 오래됐거나 면적이 협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6억원 이하 금액으로는 양질의 주택을 매수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그간 아파트값이 급등한 탓에 수도권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를 구하려면 입주한 지 10년을 넘긴 구축 아파트거나 전용면적이 작은 아파트 등으로 선택지가 좁아졌다. 올 들어 수도권에서 거래된 6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 계약 3만9457건을 연식 구간별로 살펴보면 ▲20년 초과~30년 이하 1만5411건(39.1%) ▲10년 초과~20년 이하 9067건(23%) ▲30년 초과 6446건(16.3%) ▲5년 초과~10년 이하 4836건(12.3%) ▲5년 이하 3697건(9.4%) 순이었다. 최근 몇 년간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6억원 이하 가격에 거래 가능한 입주 5년 이내 새 아파트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한 6억원 이하로 거래된 수도권 아파트 가운데 국민 평형 규모(전용 85㎡)를 초과한 면적은 4.3%(3만9457건 중 1716건)에 불과했다. 전용 60㎡ 이하 소형 아파트 거래 비중은 62.1%(2만4506건)다. 이 가운데 전용 40㎡ 이하 초소형은 17.6%(6961건)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출 규제 완화 영향을 직접 받는 6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4억~5억원대 아파트 실거래 가격이 6억원 턱밑까지 상승했다. 도봉구 방학동에서는 신동아2단지 전용 84㎡의 최근 거래 가격이 5억9000만원(5월 16일, 15층)으로 간신히 6억원 아래 30평대 아파트다. 이럴 경우 매물에 따라 6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있을 수 있어 자신이 매수하려는 아파트 실거래 가격과 KB 시세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보금자리론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보금자리론의 경우 매매가액(실제 지급한 금액)과 KB국민은행 시세 중 어느 하나라도 6억원을 초과하면 대출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외에 서울에서 규모(500가구 이상)가 어느 정도 되는 단지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를 구하려면 20평대로 눈을 낮춰야 한다. 도봉구 쌍문동 쌍문한양6차, 노원구 월계동 청백4단지, 공릉동 공릉삼익, 태강, 비선 등에서 20평대 아파트가 5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서울 중저가 아파트 인기가 계속되면 집값이 6억원 턱밑까지 오르는 ‘갭 메우기’ 현상이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서울 내 6억원 이하 아파트가 빠르게 자취를 감추는 추세라 당분간 매도자 우위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낡고 작다고 해서 6억원 이하 아파트가 구하기 쉬운 것도 아니다. 6억원 이하 수도권 아파트는 최근 3년 새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수도권 내 6억원 이하 아파트(9월 23일 기준)는 131만389가구로 전체의 39%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 9월 20일에는 6억원 이하 아파트가 279만4337가구(전체의 73.5%)였다. 약 3년 만에 내집마련을 원하는 서민과 중산층, 젊은 층 등이 목표로 삼을 만한 가격대의 아파트 53.1%가 사라진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6억~9억원 이하 아파트 가구 비중은 13.8%에서 27.9%로 늘었다.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7.9% → 21.2%), 15억원 초과(4.8% → 11.9%) 아파트 비중도 늘었다. 최근 3년간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매매 시장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가 자취를 감춘 것으로 풀이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내집마련 꿈을 이루기에 상대적으로 쉬운 6억원 이하 아파트 가구 비중이 급감하면서 서민들의 내집마련 선택지가 좁아졌다”고 분석했다.

[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0호 (2022.10.19~2022.10.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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