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골프채 처분합니다" .. MZ세대 골프 열풍 식어

해외 여행과 테니스 등으로 관심사 이동 영향
불황에 비싼 그린피·캐디피·기타비용 부담도 커

[아시아경제 이계화 인턴기자] 최근 20·30세대의 관심이 해외 여행과 테니스 등으로 옮아가면서 이들의 골프 열기가 식는 분위기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른 스포츠와 달리 초기비용이 많이 들어 진입장벽이 높고 골프장 라운딩 비용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야외에서 즐기는 골프가 주목받으면서 MZ(밀레니얼+Z세대)세대의 진입도 활발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골프 인구는 2019년 470만명에서 지난해 564만명으로 늘었다. 이 중 20·30세대는 약 22%로 집계됐다. 특히 20·30 여성 사이에서 골프 웨어를 입고 잔디를 배경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샷을 찍어 올리는 게 유행처럼 번지면서 골프업계가 환호했다.

그러나 요즘 20·30세대 사이에서 골프 열풍이 한풀 꺾이고 있다. 매경이코노미에 따르면 골프 열풍이 식고 있는 이유를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비용이 부담돼서(39.8%)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다른 즐길 거리를 할 수 있게 돼서(27.4%) △필드에 나가기 전 익히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서(18.4%) △재미가 없어서(14.3%) 순으로 나타났다.

골프장 라운딩을 위해서는 골프복·골프화·골프공 등 용품을 구비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골프장 예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 그린피는 1인당 18홀 기준 평균 20만원대다. 비싼 곳은 주말 30만원에 육박하고 캐디피도 15만원까지 올랐다. 카트비·캐디피 등 추가 비용까지 감안하면 회당 30만~40만원을 훌쩍 넘긴다.

이런 영향으로 골프채와 골프 의류 등 관련 매물이 중고 거래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골프를 그만두거나 저렴한 중고 거래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면서다. 중고품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골프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골프채 매물 거래액은 전년보다 171% 늘었다. 또 지난 8월 중고 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에 올라온 골프 관련 상품의 판매 게시물도 5000개가 넘었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필드 한번 나가면 그린피·캐디피·기타비용 등 라운딩 관련 비용이 최소 30만~40만원"이라며 "실력 향상과 유지를 위한 레슨비와 연습비용까지 더하면 월급보다 더 많이 든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과)는 "골프를 하려면 라운딩을 나갈 정도의 실력과 장비를 구비할 경제력이 기반이 돼야 한다"며 "20·30세대에게 고비용의 골프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계화 인턴기자 withk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