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말씀·기도로 뿌리 내린 교회, 새 50년의 사역을 그리다

서윤경 2022. 10. 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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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창립한 여의도침례교회가 올해 50주년 ‘희년’을 맞았다. 한기만 초대 목사에 이어 2013년 취임해 2기 사역을 시작한 국명호 목사는 교회 리모델링과 함께 ‘W.O.R.D’ 비전을 선포하며 예배 회복에 나섰다. 사진은 여의도 교회 예배당에서 프로젝션 매핑 시스템을 활용해 지난해 성탄절에 적용한 영상을 다시 시연한 모습. 신석현 포토그래퍼


#1.1970년대 백사장이 있는 광나루는 강수욕장이라 불리며 서울 시민들의 휴식처로 유명했다. 이곳에 1973년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 둘 모였다. 물놀이하던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얀 가운을 입은 남성은 허리쯤 잠길 깊이의 물속으로 들어가 10명의 신자에게 침례를 베풀었다.

1973년 한기만(왼쪽) 목사가 서울 광나루 강에 들어가 성도에게 침례를 베풀고 있다. 여의도침례교회 제공


#2. 예루살렘 돌로 쌓은 성벽 위 십자가 아래에서 진행된 침례식이 시작됐다. 침례와 함께 십자가 뒤부터 천정으로 연결된 조명에 빛이 들어 왔다. 마치 세상으로 뻗어가는 길처럼 보였다. 하나님의 거룩한 성전으로 나아와 십자가 아래서 침례를 받고 다시 세상으로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국명호 목사가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교회 예배당 십자가 아래 침례탕에서 침례식을 거행하고 있다. 여의도침례교회 제공


두 장면은 세월을 관통하며 진행된 서울 여의도침례교회 침례식이다. 1973년 한기만 목사가 광나루에서 가진 첫 침례식에 이어 2021년 국명호 목사가 화재 후 리모델링한 교회 본당에서 진행한 침례식이다.

모래가 쌓인 황폐한 땅 여의도에서 복음과 말씀, 기도로 시작한 여의도침례교회가 올해로 50주년인 ‘희년’을 맞았다. 국명호 목사를 만나 반세기 동안 쌓아올린 역사와 다가올 50년을 준비하는 새 비전 ‘워드(W.O.R.D) 2.0’을 들었다.

초대교회 부흥을 따르다

여의도침례교회는 한 목사가 지난 72년 9월 여의도 시범아파트 내 유치원에서 11명의 성도와 함께 첫 예배를 드리며 시작됐다. 그리고 사도행전 2장 42~47절 말씀에 근거한 초대교회를 목회철학으로 삼았다. ‘성경공부에 힘쓴다’ ‘성도 간 교제에 힘쓴다’ ‘예배에 힘쓴다’ ‘기도에 힘쓴다’ ‘전도에 힘쓴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성도들은 말씀 훈련을 받고는 이웃과 가족을 복음 앞으로 인도하는 데 힘썼고, 기도하는 한 목사의 뒷모습을 보고 함께 기도했다. 교회를 세우고 부흥하는 모든 과정은 기도의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79년 뜻밖의 방문자도 교회 역사의 한 켠에 자리했다. 방한한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이다.

국 목사는 “카터 대통령은 침례교 신자다. 주일성수를 위해 우리 교회를 찾았다”며 “그의 방문으로 한국사회에 침례교회를 알렸고 한국교회의 부흥에 일조하는 계기가 됐다. 모든 걸 하나님이 만들어 주신 것”이라고 회고했다.

1980년대 성도들이 늘면서 교회는 전도에 힘을 쏟았다. 전도 훈련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해외로도 눈을 돌렸다. 모든 나라와 지역에 선교의 문을 열어두면서도 1990년 구소련과의 수교로 선교의 문이 열린 중앙아시아에 집중했다. 선교의 핵심은 현지교회를 세워 현지인 목회자를 양성해 사역을 이양하는 것이었다. 현지 사역자를 세우기 위해 신학교도 세웠다. 현재 110여개 교회를 중앙아시아에 개척했다. 교회의 뿌리이기도 한 제자훈련은 어느새 한국교회의 자산이 됐다.

위기, 기회로 만들다

2013년 2대 담임목사로 취임한 국 목사는 2기를 맞아 ‘W.O.R.D’라는 비전을 세웠다. ‘말씀’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동시에 예배(Worship), 오직 예수만 전하는 복음의 전도(Only Jesus), 제자훈련을 향한 소망(Recognize the truth)과 세상에 전하는 사랑의 빛(Dedication)의 앞 글자를 조합했다.

취임 1년도 안 돼 국 목사는 시련을 경험했다. 2014년 발생한 화재였다. 다행이라면 불길이 방송실만 전소시킨 채 사그라 들었다는 것이다. 교회는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선택했다. 국 목사는 “성도들에게 재정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 부담이 우리 교회 사역을 위축시켜서는 안 됐다”고 떠올렸다.

리모델링에 공을 들인 건 안전이었다. 전기 시설을 교체하고 스프링클러를 설치했다. 공간 활용도 고민했다. 지하는 식당으로 쓰되 용도에 따라 공간을 분리하도록 했다. 층별로 영상·음향 시설과 실시간 방송 시스템을 구비했고 유치부와 유아, 청소년과 청년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했다.

W.O.R.D, 빛과 소금의 사명

리모델링과 함께 교회는 ‘W.O.R.D’에 담긴 비전처럼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하는 교회를 지향’하기 위해 예배 분위기, 예배 방법과 교구까지 변화를 주기로 했다. 침례식은 예배 중 모든 성도가 지켜보는 가운데 예배당 침례탕에서 했다. 침례식은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겠다는 결심을 회중 앞에 선포하는 것이다.

한국교회 최초로 ‘프로젝션 매핑’도 시도했다. 프로젝션 매핑이란 영상물을 건물이나 외벽에 투사해 현실 속에 가상공간을 창조하는 예술 기법이다. 성탄절 부활절 침례식 등 행사에 원하는 배경과 분위기를 연출했고 성도들은 거룩한 예배를 입체적으로 경험했다.

말씀과 기도로 세워진 교회라는 점도 잊지 않았다. 한 목사의 말씀 중심 목회에 국 목사는 프로젝션 매핑을 통한 영상, 예화 등을 활용해 다양한 색을 입혔다. 중보 기도 헌신자를 훈련·발굴해 기도의 불이 꺼지지 않도록 했다. 전도와 선교, 성경공부도 시대적 상황에 맞췄다.

특히 성경공부는 세분화하고 확장했다. 구원받은 한 영혼이 제자로 세워지도록 전인적 훈련 체계를 만들었다. 교육 커리큘럼은 유년부부터 고등부까지 생애 주기별로 갖췄다. 교재 보완을 위해 미국 남침례신학대에서 만든 ‘디사이플6’를 미국 측 허락을 받아 한국어판인 ‘라이프 성경공부(LBS)’로 새롭게 편찬했다. LBS는 교단을 초월해 한국교회에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초기엔 소외 이웃을 찾아 예수의 사랑을 전했다면 이후엔 물질적 후원인 나눔과 지역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섬김의 균형을 맞췄다.

여의도침례교회가 2019년 9월 창단한 ‘나섬 봉사단’. 여의도침례교회 제공


2019년엔 ‘나섬 봉사단’을 세웠고 최근엔 보건복지부 산하 ‘나섬재단(나눔과 섬김)’을 설립했다. 나섬은 소외 계층 청소년들의 생활과 신학생 식비를 지원했고 2020년 코로나 때는 교회가 속한 지역의 선별 진료소와 영등포구에 각각 의료진과 소외 이웃을 위한 헌금을 기탁했다. 주민센터 복지팀과 함께 구호 기관도 도왔다. 그해 서울시는 이웃 사랑을 꾸준히 실천했다며 표창했다.

여의도침례교회가 지난달 17일 서울시와 함께 여의도한강공원에서 개최한 한강문화축제인 ‘서울시민과 함께하는 한강음악회’ 현장. 국민일보DB


세상 안으로 들어가는 노력은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지난해 성탄절 기간엔 정동길 일대에서 ‘조선의 크리스마스’ 행사를 열었고 지난달엔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서울시민과 함께하는 한강음악회 ‘한강문화축제’를 개최했다.

새로운 50년, W.O.R.D 2.0

지난 4월 교회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홈커밍데이를 가졌다. 교회 출신 목회자들은 부활절 특별 새벽기도회를 인도하며 오직 예수를 전하는 부흥의 현장을 경험하게 했다. 50년간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역사하심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다. 은혜의 시간을 걸어온 교회는 다가올 희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W.O.R.D. 비전이 2기 사역을 끌어왔다면 새로운 50년은 이를 업그레이드한 ‘W.O.R.D 2.0’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예배의 회복, 오직 예수를 증거하는 전도와 선교, 말씀을 통한 양육, 헌신의 사역은 유지하되 성경적 틀 안에서 자유로운 변화와 유기적 협력을 꾀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예배의 거룩함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교회 정체성인 제자훈련은 강화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모으심과 흩어짐에 반응하며 세상을 향해 나아갈 준비도 하고 있다. 세상을 향해 복음을 외치며 사랑을 전하기 위해 설립한 재단은 섬기는 교회가 되는 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교 지역도 중앙아시아에서 확장할 계획이다. 여의도침례교회가 꿈꾸는 50년은 한 마디로 요약된다.

“말씀에 의한, 말씀을 위한, 말씀을 향한 워드 비전(WORD VISION).”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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