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인도·태평양과 여의도

남혁상 2022. 10. 13.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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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 이스트웨스트센터·언론진흥재단 초청으로 워싱턴을 방문했다.

미국외교협회(CFR),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브루킹스연구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등에서 현지 전문가들을 만났다.

미국 정부는 몇 년 전부터 아시아·태평양 대신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물론 한국에 중국은 민감한 요소이고, 우리가 미국 요구를 100% 수용할 필요도 없지만 의외로 강경한 이들의 목소리는 우리의 전략적 고민을 더욱 깊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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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혁상 사회2부장


얼마 전 미국 이스트웨스트센터·언론진흥재단 초청으로 워싱턴을 방문했다. 미국외교협회(CFR),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브루킹스연구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등에서 현지 전문가들을 만났다. 기자가 정치부에서 몇 년간 외교안보를 담당했고, 이 분야는 정치부장 시절에도 큰 비중을 차지했던 만큼 주된 토론 주제 역시 한·미동맹, 역내 협력 등에 맞춰졌다.

만나본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미 관계를 양자로만 보지 않고 매번 중국을 언급했다. 중국이 변수가 아닌 상수로 보일 정도였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윤석열정부에서 한·미 관계가 대단히 좋다고 평가하면서도 “그 사이에 갭(gap)이 존재한다”고 했다. 그 갭은 바로 중국 문제라고 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방한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은 ‘실수’라고 표현했다. 미국 입장에서 일본과 호주는 견고한 동맹이지만, 한국은 불안정(shaky)하다는 우려를 이 실수가 증폭시켰다고 했다. 또 이를 중국에 보내는 잘못된 신호라고도 했다.

미국 정부는 몇 년 전부터 아시아·태평양 대신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줄여서 ‘역내(regional)’로도 표현한다. 중국 견제를 더 강화하겠다는 전략적 차원이다. 미국은 일본 호주처럼 한국이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글로벌 파트너가 돼주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중국이 끼어들면 한국이 주저한다는 게 미국 조야의 일반적 인식이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의 시각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는 일본 호주가 한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유로 중국을 꼽았다. 그는 “중국 경제는 계속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한·중의 완전한 디커플링은 불가능하다”면서도 “미·중, 중·일 간 무역 분쟁이 있어도 한국은 영향을 받는다. 어차피 영향을 받는다면 한국도 다른 역내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한국에 중국은 민감한 요소이고, 우리가 미국 요구를 100% 수용할 필요도 없지만 의외로 강경한 이들의 목소리는 우리의 전략적 고민을 더욱 깊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이 인도·태평양에서 적극적 역할을 하는 데 주저하게 만들던 요인은 중국 외에 북한 일본이 있다. 문재인정부 내내 한국의 ‘역내 참여 억제기’ 노릇을 하던 북한이 윤석열정부에선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면 일본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런데 감정을 덜어내고 보면 한·미·일 3자 협력, 한·일 관계 복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윤석열정부는 ‘김대중-오부치 선언’ 시대로의 복원을 천명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역시 조금씩 열린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물론 위안부·강제징용 등 난제가 도사리고 있지만, 매듭을 즉각 풀기 어렵다면 일단 협력할 것부터 협력하는 투트랙 접근도 단기적으론 방법이 될 수 있다. 기자와 만난 CFR의 일본 전문가 실라 스미스는 “윤석열정부와 기시다정부 모두 한·일 관계에서 실패할 경우 위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의든 타의든 한국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지역 주요 국가로 편입됐다. 이게 현실이라면 우리는 역내에서 최대의 국익을 얻기 위해 명운을 걸고 경쟁해야 한다. 외교가 필요하고,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타이밍 역시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한·미·일 합동훈련을 두고 “극단적 친일 국방”이라는 야당 대표의 발언, 이어진 정치권의 친일·친북 논란은 너무도 구시대적이고 편협하다. 인도·태평양이라는 거대한 전략적 바다에서 함께 뛰어도 모자랄 판에 여의도에선 아직도 그들만의 친일·친북 프레임 전쟁이 진행 중이다.

남혁상 사회2부장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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