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있는 솔마루, 맛샘터.. 무슨 뜻이지?
[이보환 기자]
▲ 금당실 마을 정감록에 십승지로 꼽힌 경북 예천 금당실 마을 입구 |
ⓒ 이보환 |
"살기 참 편해졌어."
"세상이 너무 좋아졌지."
마지막 말씀은 언제나 같다. 예전 먹고 입을 것이 부족한 시대를 살았던 분들 말씀이다. 좋은 세상의 의미가 뭘까?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압축 경제성장을 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세계 최고의 방역 모범국가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렇다면, 예전부터 살기 좋다고 소문난 곳은 과연 어떨까.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는 성격 탓에 지난 9월 30일 무작정 나섰다. 정감록에 십승지지인 경북 예천 금당실 마을. 태조 이성계가 도읍지로 점찍어 놓았다는 땅이다.
예천(醴泉)은 단술 례와 샘 천자를 쓴다. 이는 '크고 넓은 땅'을 의미하는 고대 한국어인 '단슬얼'을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굳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크고 넓은 땅, 이 곳의 십승지지는 용문면 금당실이다. 금당곡(金塘谷) 혹은 금곡(金谷)이라고도 한다. 연꽃이 물에 떠 있는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이라 하여, 연못을 상징하는 금당(金塘)을 마을 이름으로 지었다고 한다.
금당실 마을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야트막한 산은 아기가 자라고 있는 엄마의 둥근 배를 연상케 한다. 포근하고 안전하다. 전통가옥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마을 전체가 민속자료이자 문화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금당실 마을 고가 돌담길 사이로 수백년 된 고가들이 즐비하다. 고가 앞에는 건축양식과 특징을 설명한 안내판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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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비슷한 골목길을 여러차례 다닌 뒤에야 고인돌을 찾았다. 금당과 맛질을 합치면 서울과 흡사하다고 하더니, 생각지 못한 곳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다. 금당실 마을 고인돌군은 우리나라 청동기시대를 대표하는 무덤이다. 농경사회 마을 기념물이면서 공동체 무덤으로 해석한다.
여기는 뭐지? 발길이 학교 앞에서 멈춘다. 솔마루, 맛샘터, 솔기태 숲속교실. 생소한 이름을 해석하느라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솔마루는 강당, 맛샘터는 급식소, 솔기태 숲속교실은 교실이다. 솔부엉이가 깃들어 사는 곳에서 해맑게 자라나자는 우리말 '솔깃해'의 음을 차용했다.
흙 운동장이 눈에 들어오며 아담한 초등학교 뒤편으로 펼쳐진 송림이 시선을 붙잡는다. 금당실 송림은 천연 기념물 제469호다. 마을 뒷산인 오미봉에서 병암정까지 2㎞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용문초등학교 앞 약 800m만 남았다. 송림의 눈부신 푸른 빛이 경이롭다. 고택과 사당 등 옛것이 더욱 빛날 수 있는 건 변함없이 푸르른 소나무 숲 덕분이라고 생각해본다.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저잣거리로 이동했다. 15년 경력을 자랑하는 사장님의 권유로 한우 내장탕을 주문했다. 국물이 칼칼하고 시원하다. 매운 맛에 기침을 연거푸하긴 하지만 맛은 일품이다.
배부를 때 걷기에 적당한 곳을 찾아봤다. 낙동강 700리에 마지막 남은 주막, 삼강주막을 방문한다.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길에 있는데 경북 민속문화재 제134호다.
낙동강, 내성천, 금천 세개의 강이 모이는 곳이다. 서울로 장사하러 가는 배가 낙동강을 오르내리고, 선비나 보부상이 문경새재를 넘어 서울로 갈 때 반드시 거치던 길목이다.
코로나19로 멈칫했던 삼강주막이 다시 사람으로 북적거린다. 입구 엽전 조형물이 시끌벅적한 주막과 어울린다. 전통악기 소리에 어깨를 들썩이고 콧노래도 흥얼 거려본다. 막걸리도 마시기 전에 이미 흥에 취한다.
삼강주막 뒤편 뚝길을 걷다보니 강문화전시관이 나타났다. 관람시간이 지나 전시관 내부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전시관 주변에 조성된 공원은 잘 차려진 잔칫상 같다.
인공분수와 자유롭게 피고 지는 잡초가 한쌍을 이룬다. 조형물로 들려주는 전래동화가 색다르다. 구슬먹은 오리와 효심 깊은 아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래동화는 나이가 들어도 재미있다. 느긋하게 걷다보니 삼강주막을 오가던 보부상 조형물은 어느새 사람으로 변한다. 걷는 일이라면 이골이 난 보부상 어르신들께 인사드린다.
▲ 삼강주막 물문화 체험관 공원 보부상, 동화속 주인공 등의 조형물이 많아 공원들 돌아다녀도 지루하지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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