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 신탁의 시대④] 신탁사 이끄는 수장들 "시장 파이 키우자"
연임 보편화..부동산시장 변화에 선제 대응
[아시아경제 노경조 기자, 김동표 기자, 황서율 기자] "매출 등 실적에 따른 순위도 중요하지만, 신탁업 자체의 파이를 키우는 게 우선이죠. 이를 위해 다같이 노력하는 중입니다."(한국토지신탁 관계자)
부동산신탁사들이 토지신탁, 도시재생,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 여러 갈래의 사업을 통해 세를 불리고 있다. 신탁방식 정비사업도 그 중 하나로, 정부가 8·16 대책을 통해 활성화 의지를 밝혀 고무적이다.
현재 영업 중인 14개 부동산신탁사는 크게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계열과 비금융계열로 나뉜다. 각사 수장들은 자산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보수적으로 사업에 접근하면서도 시장 확장과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부동산신탁 수탁고는 2013년 저점을 기록한 이후 토지·담보신탁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해 4월 발간한 '부동산신탁업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신탁 수탁고는 2014년 말 125조원에서 2020년 말 277조원으로 약 2.2배 상승했다. 연평균 14.2%씩 성장한 셈이다.
◆한토신·한자신 '빅2'에 코람코까지 빅빙
신탁업계 맏형인 한국토지신탁의 수장은 최윤성 대표다. 최 대표는 2017년 취임 이후 차입형 토지신탁에 집중된 한토신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정비사업, 리츠 등 새 먹거리 창출에의 기여는 2020년 창사 이래 최대 수주실적 달성이란 성과로 나타났다. 토지신탁 수익 비중은 50% 아래로 줄었다.
지난해 말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최 대표는 앞으로 신탁방식 정비사업 수주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 행보를 보이면서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한토신은 업계 브랜드 평판 1위 자리도 장기간 유지하고 있다.
MDM그룹 산하 한국자산신탁은 디벨로퍼(부동산 관련 개발사업자)가 처음으로 금융업에 진출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시작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자회사였다.
한자신은 김규철 대표가 12년째 경영을 맡고 있다. 신탁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2016년 7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성사시켰고, MDM의 부동산금융 수직 계열화 작업을 주도했다. 김 대표는 꼼꼼한 성격으로 실무에 직접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과 주기적으로 점심을 먹으며 고충을 듣는 등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올 상반기 국내 부동산신탁사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1318억원으로 2위 한토신(901억원)과 격차가 컸다. 건축 개발 노하우와 리츠 부문에서의 활약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2019년 정준호 대표 취임 이후 경영 안정화를 이루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람코자산신탁의 구원 투수로 등판한 정 대표는 행정고시 31회 출신이다. 재무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을 거친 명실공히 금융 전문가다.
코람코자산신탁은 현재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일대 주거용 고급오피스텔 '인시그니아 반포'를 직접 개발해 분양 중이다. 정 대표는 "코람코의 능력이 부동산 자산의 가치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데 있다"며 "코람코가 영위하는 리츠·부동산펀드·부동산신탁 등 세 가지 사업 영역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좋은 투자처를 발굴해 내겠다"고 전했다.
◆대표 연임 속속...대토신·무궁화 승승장구
대한토지신탁은 2019년 초 이훈복 대표가 취임한 이래 재무건전성 개선, 수익성 제고 등 성과를 올렸다. 이 대표는 30년간 대우건설에 몸담으며 쌓아온 경험과 네트워크를 십분 발휘했다.
그 결과 대토신 차입부채는 2018년 3919억원에서 지난해 1238억원으로,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72.5%에서 51.8%로 모두 대폭 줄었다. 동시에 영업이익은 313억원→695억원, 당기순이익은 247억원→522억원으로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이 대표는 2023년 2월까지 임기를 연장하게 됐다. 역대 대토신 대표 중 두 번째 연임 사례다. 이 대표는 올해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등 적극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개선된 재무환경을 바탕으로 신용도를 끌어올리고, 사업 구조를 리츠와 도시개발사업 등에 집중힌다.
대토신 관계자는 "차입형 토지신탁은 물론 책임준공확약 관리형 토지신탁, 리츠, 정비사업 등 각 영역에서 더욱 안정적으로 영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탁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무궁화신탁에는 권준명 대표가 있다. 권 대표가 연임을 확정지은 지난해 무궁화신탁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는데 정비사업에서 76억원의 영업수익을 거둔 것이 유효했다는 평가다. 권 대표는 수도권 택지 공급의 어려움을 예측하고, 취임 이래 꾸준히 정비사업에 전력을 쏟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는 차입형 토지신탁에 주력하기 위해 개발사업 부문을 신설했다. 그는 금리 인상 여파를 딛고 시행사와 협업해 저평가된 우량 사업지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리츠 시장의 문도 적극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리스크관리·전문성 갖춘 금융계 신탁 수장들
토지신탁을 발판으로 성장 중인 KB부동산신탁은 지난해 1월부터 서남종 대표가 이끌고 있다. 역대 대표들 가운데 첫 KB금융지주 출신으로, 직전에 리스크관리총괄(CRO) 부사장을 역임했다. 그의 영업·리스크관리 역량은 부동산 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 최적이라는 평가다.
경쟁 심화 속 안정적인 사업 확장이 가능할 것이란 지주 기대에도 부응하고 있다. 지난해 KB부동산신탁의 영업수익은 1688억원으로 전년 대비 21.6% 증가했다. 영업이익(1104억원)과 당기순이익(815억원)은 각각 20.3%, 21.8% 늘었다.
올해 2월 연임에 성공한 이창재 우리자산신탁 대표는 1979년 우리은행에 입사해 단계적으로 승진했다. 이 대표는 2019년 12월 취임 이후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 수익성이 낮은 담보신탁 위주 영업에서 탈피했다.
또 그룹 신용도를 기반으로 실적 상승을 견인하며, 2020년 7월에는 도시사업팀을 꾸려 소규모정비사업 수주에 나섰다. 서울대입구역 대도아파트·남구로역 대흥연립 소규모재건축사업 등에 이어 올 하반기 강서구 우장산역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의 수주를 추진 중이다.
신한자산신탁의 배일규 대표는 신탁 전문 CEO로 꼽힌다. GS건설을 거쳐 1999년 대한부동산신탁에 입사하면서 신탁업계에 발을 들였다. 전신인 아시아신탁에는 2007년 8월 합류했다. 대표직은 2014년 1월부터 맡고 있다.
배 대표 체제에서 지난해 신한자산신탁의 영업이익(993억원)과 당기순이익(758억원)은 각각 전년 대비 58%, 66% 증가했다.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수주를 늘린 덕분이다. 신한금융지주의 100% 자회사가 되면서 사업영역을 넓힌 영향도 있다. 배 대표는 지난해 말 임기 1년을 추가로 보장받았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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