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2억 더내야 하는데..둔촌주공 입주권 올 6억 급락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안장원 2022. 9. 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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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단된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가 다음달 재개될 전망이다. 뉴스1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둔촌주공 입주권 동향

8개월 새 6억원 하락해 거의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포크레인이 멈춰 선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의 입주권 몸값이다. 다음 달 공사가 재개되더라고 몸값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97㎡(이하 전용면적)가 지난달 초 17억3900만원에 거래됐다. 5월 19억8000만원에서 3개월 새 2억4000만원 내렸고 지난해 말 23억7000만원보다 6억원 넘게 하락했다. 2020년 10월 거래가격이 17억5000만원이었다. 2년간 상승분을 반납한 셈이다.

둔촌주공 입주권은 배정받는 새 아파트 주택형만 정해져 있고 동·호수 추첨 전이어서 기존 주택 토지지분으로 거래된다.

78㎡도 지난 2월 18억2500만원까지 올랐다가 7월 말 17억원으로 1억원 넘게 내렸다.

가장 큰 집인 99㎡가 2월 28억5000만원을 찍은 후 거래가 없으나 중개업소에 나와 있는 매물 호가가 22억~24억원이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호가가 연초보다 많이 내렸는데 그래도 팔리지 않자 일부 급한 집주인들이 다시 1억원 내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자료: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지난달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합의에 따라 다음 달 공사가 재개하면 입주권 시세가 반등할까. 사업 불확실성이 없어져 시세가 오를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악재가 잇따르고 있어 안갯속이다.


공사 중단으로 조합원당 1억8000만원 부담 늘어

공사 중단에 따른 공사비 증액이다. 시공사업단은 조합에 4월 15일 공사를 멈춘 이후 손실 비용 등 추가 공사비 1조1385억원을 요청했다. 한국부동산원 검증을 거쳐야 하지만 큰 차이 없이 확정된다면 6100여명 조합원 1인당 평균 1억8000만원의 추가분담금을 안는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추가분담금이 매수자 몫으로 입주권 가격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의 하나로, 늘어나면 늘어나는 만큼 입주권 가격이 대개 내려간다”고 말했다.

조합은 조합원들에 “실제 추가분담금이 일반분양가 상승에 따라 일정 수준 상쇄될 것”이라고 안내했다. 일반분양이 늦어지면서 올라간 땅값과 건축비를 반영하면 분양가를 꽤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둔촌주공 일반분양분이 분양가상한제 대상이어서 감정평가를 통한 택지비에 정부가 정한 건축비 내에서 분양가를 책정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조합원당 추가분담금 1억원을 줄이는 데만 분양가가 3.3㎡당 500만원 올라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사무실 모습. 뉴스1

하지만 내년 초 예상되는 일반분양분 분양가가 많이 오르지 못할 것 같다. 올해 들어 땅값 상승세가 둔화한 데다 정부가 건설공사비 급등을 반영해 건축비를 일부 올렸지만 업계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업계는 3.3㎡당 300만원 넘게 오르기 힘들 것으로 본다. 3.3㎡당 300만원 오르면 추가분담금이 6000만원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중개업소들은 분양가 상승을 고려하더라도 추가분담금이 1억원 이상 늘 것으로 본다.


일반분양분 중도금 대출 어려울 듯

일반분양 성공도 낙관할 수 없다. 상한제 적용으로 주변 새 아파트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로또’이지만 일반분양분(4700여가구)의 절반이 넘는 59~84㎡ 분양가가 9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돼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한다.

입주권 가격에 추가분담금을 합친 재건축 몸값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인 주변 아파트값도 약세다. 둔촌주공이 속한 강동구와 인근 송파구 아파트값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변동률을 보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강동구를 합친 강남4구에서 송파구와 강동구만 하락세다. 각각 0.73%, 0.56% 내렸다.

지난해 20억원을 찍었던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84㎡ 실거래가가 7월 16억원으로 내려갔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84㎡ 실거래가가 지난해 10월 27억원까지 치솟았다가 지난달 2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12월 이후 입주권 거래 제한 풀려

연말 이후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 둔촌주공이 조합 설립 이후 단계여서 장기 보유자 등만 제한적으로 입주권 거래를 할 수 있는데 착공(2019년 12월) 3년이 지난 12월부터는 입주권 거래 제한이 풀린다. 지금도 12월 이후 잔금을 조건으로 한 매물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감도.

일반분양분 당첨을 기대하기 어려운 대기수요가 많아 가격 하락 지지대 역할을 할 것이어서 가격이 마냥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나온다. 85㎡ 초과는 일반분양분이 없어 입주권을 사는 수밖에 없다. 85㎡ 이하는 청약가점제 적용을 받기 때문에 청약점수가 낮거나 유주택자이면 분양받기 어렵다.

먹구름이 짙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 둔촌주공이 이 일대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음 달 공사를 재개하면 2025년 초 준공 예정이다. 준공하면 29~167㎡ 1만2000여가구(올림픽파크포레온)로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9500여가구)를 능가하는 매머드급 단지로 거듭난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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