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넘어 해외로] ①부동산 경기 침체에 국내 건설 산업 '흔들'
부동산 시장 둘러싼 지표 모두 '하락'
상반기 건설투자 지난해에 비해 4.5% 감소
편집자주 - 국내 건설 산업의 포트폴리오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 원자재 가격 급등 영향으로 국내 주택·건설 시장이 위축되고 있어서다. 이제는 국내 공사와 주택사업 중심 구조에서 탈피,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막중한 책임감도 부여됐다. 정부는 정체 상태에 놓인 수출 동력 회복을 건설 산업에서 찾고 있다. 외교, 금융 등의 지원을 약속하며 국내 건설사들에게 해외건설 수주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차완용 기자] 치솟는 금리, 원자재 가격 급등에 부동산 시장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거래는 실종됐고, 미분양은 늘고 있다. 주택 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의 50%를 넘어서는 국내 건설 산업 기반이 순식간에 흔들리고 있다. 건설사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분양 실패 등의 부담으로 분양승인까지 받아놓은 사업마저 착공을 늦추는 등 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하는 ‘미청구공사액’은 증가하면서 재무 부담까지 짊어지는 형편이다.
◆모든 지표 하락…국내 건설 산업 기반 ‘흔들’=19일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가 발표한 8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89.9로, 지난달(95.2)보다 5.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4개월 연속 하락이자 국토연구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부동산 소비심리지수는 중개업소와 일반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부동산 시장 상황을 0~200의 숫자로 지수화한 것으로, 95 미만은 하강 국면, 95~114는 보합 국면, 115 이상은 상승 국면으로 구분한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절벽 현상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41건으로 2006년 조사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이날까지 접수된 8월 거래량은 521건에 불과해 신고 기간이 이달 말까지 남아 있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직전 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9월 거래량은 현재 62건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대폭 가격을 낮춘 급매 매물만 거래되면서 아파트값 하락 폭도 커지는 추세다. 서울 아파트값(16일 기준)은 0.16% 떨어져 2012년 12월 5일(-0.17%)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폭으로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값은 5월 30일(-0.01%) 조사 이후 16주 연속 하락하면서 그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매출 성장에도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보다 건축물 인·허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상반기 전국에서 인·허가를 받은 건축물은 총 10만5243동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 감소했다. 이에 상반기 전국 착공 물량 역시 13.1% 적은 8만2040동에 그쳤다.
주택 공급이 줄었는데도 소비심리가 위축돼 미분양은 늘고 있다. 지난 7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3만1284가구로 6월 대비 12% 가량 늘었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4528가구로 지난해 말(1509가구) 대비 3배 넘게 늘었고 지방도 2만6755가구로 7개월 사이 1만여 가구 넘게 증가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전국 7388가구로 한 달 사이 3.6% 늘어났다.
건설업계는 당분간 건설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외 기준금리 인상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예정인 가운데 부동산 시장의 소비심리가 나아질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부채·미청구공사금액 급증에 건설투자 위축=부동산 시장 침체는 건설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따르면 상반기 건설투자는 지난해에 비해 4.5% 감소했다. 당초 한국은행과 대다수의 기관들은 올해 건설투자가 주택공급에 대한 기대감과 SOC(사회기반시설) 예산 편성 등에 힘입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적으로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올 들어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면서 철근, 시멘트, 레미콘 등 건설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부 건설현장은 적자시공을 이유로 현장을 멈춰 세웠다. 전체 건설시장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민간공사 현장은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이 여의치 않은 탓에 현장 가동에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으며 건설투자 부진에 직격탄을 날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의 재무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0대 건설사들의 올해 상반기 부채 규모는 모두 80조원으로 작년 상반기 69조원에 비해 15.9% 증가했다. 1년새 11조원이 늘어난 셈이다. 10개사 모두 작년보다 부채가 늘어난 가운데 삼성물산(26조원), GS건설(11조원), 현대건설(10조원) 등 3사의 부채는 평균 8조원을 웃돌았다.
또한 10대 건설사의 올해 상반기 미청구공사금액 총 합계는 12조651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6개월 전인 지난해 말 10조4338억원보다 21.2% 증가한 수치다. 미청구공사는 매출채권(공사대금)에 비해 회수가 불안정하다는 점에서 금액이 급증할 경우 유동성 악화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글로벌 경제상황이 불안한 지금은 과거 금융위기 때처럼 그 위험도가 더욱 높아진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내년 SOC 예산을 올해보다 10.2%(2조8000억원) 감액한 25조1000억원으로 편성하면서 건설업계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SOC 예산이 축소된 건 지난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건설업계는 안 그래도 부동산 시장이 어려운 마당에, SOC 일감마저 줄게 되면서 이중고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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