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기사 일당이 125만원?..포스코에 무슨 일이?

임주형 2022. 9. 1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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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그룹이 지난 추석 기간 숙련 전기기사 인력을 일당 125만원으로 고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 사진=송현도 아시아경제 인턴기자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지난 9일 포스코 그룹이 자사 제철소 복구작업에 투입할 전기기사 인력을 '일당 125만원'에 고용한다는 공고문이 올라와 누리꾼의 관심이 쏠렸다. 추석 연휴 간 작업이기에 추가 수당이 붙은 점을 감안해도 상당히 높은 액수였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지난 6일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여파로 포항제철소 내부 상당 지역이 침수 피해를 봤다. 포스코는 다음날인 7일부터 제철소 생산공정을 전면 중단했다.

'일당 125만원' 인력 모집 공고문은 이런 상황에 발송됐다. 제철소 내 전력 설비를 복구하고 한시라도 빨리 시설을 완전 복구하기 위해 전국 단위로 베테랑 전기기사를 모으려는 시도였다. 이렇게 모인 기술자들은 추석 연휴 기간이던 지난 10~12일 총 3일에 걸쳐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14시간 작업을 했고 일당 125만원을 받았다.

일반적인 일일 근무보다 6~7시간가량 길었고, 휴일 특수수당이 붙었다는 점에서 보수가 크게 불어났다. 포스코는 연휴가 끝나고 평일이 시작되는 13일부터는 기술자들에게 평균 일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누리꾼들은 "일당이긴 하지만 월급쟁이 입장에선 꿈도 못 꿀 액수다", "기술자 몸값이 비싼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등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기 설비 안전 점검을 하는 기술자.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 / 사진=연합뉴스

숙련 전기기사의 '몸값'이 높아지는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전기기사·전기산업기사 등은 시험에 응시해 자격증을 취득해야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기술직이며, 5~10년간 현장에서 근무한 베테랑은 특히 드물다. '포항제철 공단협의회' 회장은 지난 12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인력만으로는 모자라 전국 단위 공고를 내야만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전기기사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던 분야였다. 건설·제조업·에너지 등 여러 분야에서 수요가 높은 것에 비해 신규 인력 유입은 미미해 업계의 고령화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기공사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약 18만명의 전기기술자 가운데 절반을 넘는 56.97%(10만3847명)가 만 50세 이상으로 나타났다. 반면 20대 기술자 비중은 5.84%(1만656명)에 불과했다.

전기기사를 지망하는 청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전기기사·전기산업기사 자격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각각 6만500명, 3만7892명으로 거의 10만명에 달했다. 합격자 수도 약 2만명에 육박한다. 문제는 자격증을 취득한 이들 중 실제 현장에서 근무하며 경력을 쌓는 기술자가 드물다는 데 있다.

지난 12일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코 포항제철소 4고로(용광로)에서 연기가 나오고 있다. 포스코는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침수 피해로 가동을 중단한 제철소 시설을 일부 재가동했다. / 사진=연합뉴스

업계에서는 열악한 노동 환경, 생각보다 높지 않은 초기 연봉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김포 한 제조업체에서 근무한다는 3년차 전기기술자 A씨(31)는 "자격증을 취득한다고 해서 곧바로 억대 연봉을 받으며 일하는 게 아니다. 전기기사 일자리는 일부 대기업이나 공사를 빼면 중소기업·하청업체 대부분이고 이런 곳은 박봉과 중노동에 시달린다"라며 "업계 특성상 현장 파견 업무가 많아 휴일에 일하기 일쑤이고, 전기를 다루는 업무라서 실제 노동 환경도 위험하다. 이런 벽을 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전기업에서 탈주하고 '장롱 면허'가 넘쳐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기술인력의 이탈을 막을 전기기사 육성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전기·에너지·자원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는 지난해 4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전기공사기술자의 연령별 현황을 보면 30대 미만의 젊은 기술인력은 심각한 부족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50대 이상 고령기술자는 과반을 넘어 역삼각형 인력구조를 보이고 있다"라며 "(전기기사는) 산업계 효용성이 매우 높은 자격임에도 젊은 인력의 기피직종으로 인식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력양성을 위한 물적·인적 인프라, 산업계 수요 기반 인적자원개발 체계 확산이 미흡했던 게 주된 원인"이라며 "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인적자원개발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송현도 인턴기자 dos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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