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진' 이대론 113일 안에 논산 간다..'뜨거운 감자' 병역법
BTS는 과연 현역병으로 군대를 가게 될까?
글로벌 스타 위상을 인정받고 있는 BTS의 병역 문제를 놓고 몇 년 째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도 불확실하다. 정치권과 주무 부처인 국방부와 병무청, 문화체육관광부까지 많은 말과 제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해진 것은 없다. BTS의 맏이 진(30)은 올해가 입영을 연기할 수 있는 마지막 해여서, 현재 상황대로라면 늦어도 113일 뒤에는 논산 훈련소에 들어가야 한다. BTS 병역문제를 둘러싼 쟁점들을 따져봤다.
①만 30세 진, 올해 군대 가나? 33세까지 입대를 미루나?
현재 병역법대로라면, 1992년 12월 4일생인 진은 만 30세인 올해 안에 입대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2020년 11월 개정된 병역법에 따라 ‘대중문화예술분야 우수자’(2018년 화관문화훈장) 자격으로 군 징집‧소집을 미뤄왔다. 그 전에는 대학원 진학으로 입대를 미루며 활동해왔다.
변수는 지난달 31일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 등 10명이 발의한 병역법 개정안이다. 입영 등 의무이행 연기 나이 제한을 만 33세로 늘리는 방안인데,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진에게는 3년의 시간이 더 생기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 국회 국방위원회 심사 절차도 시작되지 않아, 지난 1일 시작한 하반기 정기국회 내에 심사 및 본회의 상정이 가능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해만 해도 6월, 8월과 10월 총 3차례 대중문화예술인을 '예술 체육요원'으로 편입하자는 병역법 개정안이 발의되긴 했지만, 국방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채 국회 회기를 넘겨 무산된 바 있다.
②BTS가 군대 가도 그들의 공연 볼 수 있나?
지난 1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국회 업무보고에서 “(BTS가) 군에 오되 연습 시간을 주고 해외에서도 공연할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해 일각에서 ‘BTS가 군대 가도 함께 공연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기대감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장관의 발언 맥락을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 장관은 “국방부 검토 결과 공정성과 형평성, 병역자원 감소 등 원칙적인 문제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범위와 국익 차원에서 그들이 계속 공연하게 할 수 있다”, “(BTS가) 군에 오되 연습할 기회를 주고 해외 공연일정이 있으면 얼마든지 출국해서 함께 공연할 수 있도록 해줄 방법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한 뒤, “많은 사람들이 군에 복무하는 자체를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것이 그들의 인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체 발언의 맥락을 놓고 보면 ‘군 복무를 한다는 전제 하에, 국익 차원에서 공연 등을 할 경우 조치할 수 있다’는 내용에 가깝다. 국방부도 “지금도 있는 군대 내 군악병, 창작뮤지컬 등 선발에 지원해 뽑힐 경우 행사 등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설명이었다”며 “연습시간‧해외 공연 등의 발언도 현재 있는 틀 안에서 방안을 검토해보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결국 BTS가 입대할 경우, 민간인이 BTS를 볼 수 있는 방법은 군 뮤지컬 배우로서 또는 국가 행사에 나선 군악병으로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는 것 뿐이다. 다른 아이돌 그룹과 똑같이, 입대하지 않은 멤버들의 공연에 군인 신분의 멤버가 참여하는 일도 불가능하다.
③여론조사는? 조사기관과 질문에 따라 결과 달라
BTS 병역문제와 관련해 가장 논쟁이 치열한 부분은 ‘예술‧체육요원과 같이 사회복무 대상인가’, 이른바 ‘병역특례’ 여부다. 예술‧체육계에서 큰 성취를 이룬 사람은 현역병이 아닌 사회복무요원으로 편입돼 군 부대가 아닌 곳에서 병역을 수행하게 되는데, 그간 대중예술인은 별도 규정이 없어 현역병으로 입대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BTS가 글로벌 시상식에서 여러 차례 상을 받으면서 ‘대중예술인도 큰 성취를 이룰 경우 예술‧체육요원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면서 논란이 점화됐다.
국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BTS 병역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여론조사를 해보자’는 말이 나왔다. 지난달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성일종,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 등이 언급한 '여론조사'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결론을 내리라고 했고, 여론조사를 빨리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답변했지만, 이후 자료를 통해 “‘여론조사 지시’ 발언은 여론조사를 빨리 하라는 것이 아닌, 필요성 여부와 관련 세부사항을 검토해보라는 취지”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기관에 따라, 질문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 7일 스트레이트 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조원씨앤아이가 진행한 설문(9월 4일, 1001명 대상)에서는 ‘BTS가 병역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응답이 54.1%, ‘병역 특례 혜택을 줘야 한다’는 응답이 40.1%였다. 반면 8일 인터넷 미디어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진행한 설문조사(9월 3~6일, 2000명 대상)에서는 ‘BTS 대체복무 전환’ 동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동의’가 67.5%, ‘동의하지 않는다’가 31.3%였다.
④엑스포 홍보대사, 무료 공연까지 BTS 내세운 부산시
현재 각자 솔로 활동을 하고 있는 BTS는 다음달 15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6개월만의 팀 공연이 예정돼있다. 2030년 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 뛰고 있는 부산을 지원하기 위한 무료 공연이다. 5만석 규모, 부산항 라이브 플레이, 전 세계 온라인 스트리밍 등으로 해외 홍보 효과도 노렸다.
이탈리아 로마,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우크라이나 오데사 등과 경쟁 중인 부산은 내년 초 현지 실사, 내년 말 최종 개최지 결정을 앞두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6월 BTS 소속사와 ‘2030 부산엑스포 유치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은 부산시는 BTS를 홍보대사로 발표하면서 내년 초 현지 실사, 내년 말 최종 PT 등에서도 홍보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BTS의 부산엑스포 유치 기원 콘서트 소식 등을 알린 이후 “홍보 활동 등을 위해 대통령실에 BTS의 대체복무를 건의했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대통령실의 응답은 아직까지 없다. 다만 국방부는 “현재 군 체계 내에서도 국익 증진을 위한 일반 사병의 해외 활동에 대해서는 허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⑤국방부 “다양한 사항 검토, 12월 전에 입장 표명”
성인 남성 모두에게 병역 의무를 법으로 규정한 나라에서 가장 예민한 이슈인 병역 문제에 대해 주무 부처인 국방부를 비롯해 모두가 직접적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다. 문체부의 경우 지난 5월 황희 전 장관이 퇴임사에서 “이미 문화예술인 등에게 병역 특례를 주고 있는데, 대중문화에술인들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불공정할 수도 있는 대목”이라며 BTS의 대체복무를 주장하고 떠났지만, 현재는 “병역문제는 신성한 의무이고, BTS가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K컬처를 알리고 한국의 브랜드를 압도적으로 높였으며, 기초 예술분야와 대중예술 사이 형평성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말만 반복하고 있다. 기초 예술계와 대중예술계 사이 형평성 등에 대해 의견수렴 계획이나 여론조사 계획도 공식적으로는 없다.
BTS 소속사인 하이브 측도 “지난 4월 (병역 문제의) ‘불확실성 해소’를 호소했던 때의 입장과 달라진 점이 없다”며 논의의 추이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키를 쥔 국방부는 “병역 의무의 공정성 측면에서 병역특례 확대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병역 이행의 형평성‧공정성을 기본으로 다양한 사항을 검토한 뒤, 12월 전에는 대안 및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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