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문중마을에 고르바초프 나무.."큰 영광" 14년전 무슨일이
충남 논산시 노성면에는 파평 윤(尹)씨 집성촌이 있다. 이곳은 파평 윤씨인 윤석열 대통령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고향 마을이다. 수백 년 동안 집성촌을 이루고 이 마을을 지켰던 파평 윤씨는 문화유적도 많이 남겼다.
대표적인 게 명재고택(明齋故宅·중요민속문화재 190호)과 종학당(宗學堂·충남 유형문화재 152호)이다. 명재고택은 조선 유학자 명재 윤증(1629~1714) 제자들과 아들·손자 등이 지었다. 1643년 지은 종학당은 파평 윤씨 사설 교육기관이다. 이 가운데 종학당에는 눈길을 끄는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지난달 30일 세상을 떠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심은 소나무다.
고르바초프 2008년 10월 종학당 방문
파평 윤씨 문중 등에 따르면 2008년 10월 2일 한국을 찾은 고르바초프는 종학당에 들러 소나무로 기념식수를 했다. 당시 논산 한민대에서 열린 '제1회 한민족 국제평화포럼'에 참석했다가 이곳을 들른 것이다. 그가 심은 소나무는 수령 30년 정도 된다.
현재 종학당에는 소나무와 함께 기념비가 있다. 기념비에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종학당 방문 기념 식수’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바로 옆에는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종학당 방명록에 남긴 서명(러시아어)을 본 따 새긴 비석도 세워져 있다. 비석에는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2008년 10월 2일 종학원을 예방하고 방명록에 수결(싸인)한 것을 금석문으로 여기에 남긴다'라는 문구도 적혀 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종학당 방문은 윤씨 문중 지인을 통해 성사됐다고 한다. 윤증 종손인 윤완식씨는 "국제 통역에 능통한 지인을 통해 '고르바초프가 방문하도록 힘써 달라'고 요청해 성사됐다"며 "400년된 교육기관이 있다고 하니 고르바초프가 방문 요청에 응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당시 해외 저명인사가 오면 안동 하회마을 등만 찾는 경향이 있었다"라며 "충남 논산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유서 깊은 곳이 있다고 지인을 통해 설득했던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기념 식수 뒤 정수루에서 오찬
당시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기념식수를 한 다음 종학당 내 정수루(淨水樓)에 올라 동행한 김운용(별세) 전 IOC 위원 등과 오찬을 했다. 애초 파평 윤씨 문중에서는 종학당과 인근 명재 고택 두 곳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일정상의 이유로 종학당 1곳만 들른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종학당에서 만난 파평 윤씨 종친들은 “전직이지만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방문이 문중과 지역에는 큰 영광이었다”며 “종학당에 머무는 동안 시설과 역사에 대해 많은 질문이 오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명재 윤증 선생의 종손인 윤완식씨는 “당시 충남도 등에서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종학당 방문 소식을 믿지 않을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었다”며 “(그를 위해) 곤룡포를 준비했었지만 입혀드리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파평 윤씨 문중인 윤석구(전 우리종금 전무)씨는 "세계적인 지도자였던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역사적인 교육기관인 종학당을 찾은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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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부친 윤기중 명예교수 노성이 고향
윤 대통령은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윤기중 명예교수는 어릴 때 논산과 공주에서 살았고 공주농고를 나왔다. 윤 대통령은 파평 윤씨 35세로 조선 시대 노론 송시열과 대립한 소론의 영수 윤증이 그의 9대조 종(從)조부다.
논산 노성면과 공주시 탄천면 일대에는 지금도 파평 윤씨들이 많이 산다. 재실(齋室)이 있는 노성면 병사리에도 파평 윤씨 1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인근 명재고택에는 수백개의 장독대가 남아 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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