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도 50대에도..지나고나야 완성되는게 첫사랑이죠

김희윤 2022. 8. 3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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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뮤지컬 '첫사랑' 오세혁 연출·윤영석 배우 인터뷰
내달 2~4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서 공연
"타임슬립한 남자주인공의 첫사랑, 짧은 가곡에 긴 시간 담아 표현"
"인생 전환점 됐던 추억 꺼내보니 감정은 20대도 50대도 같다고 생각"
뮤지컬 첫사랑의 연출가 오세혁과 배우 윤영석이 23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 고재종 ‘첫사랑’ 中

시어에 담긴 첫사랑의 떨리는 감정은 늘 애틋하다. 사랑일 땐 그것이 첫사랑인 줄 모른다. 한참 지난 뒤에야 비로소 완성돼 특별하다. 창작뮤지컬 ‘첫사랑’으로 호흡을 맞춘 오세혁 연출과 배우 윤영석은 무대 위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한 연습에 여념이 없다.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도전이다. 각자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본다.

공기까지 그 순간에 멈춰버린 한곡의 음악. 꿈을 향해 한 발 더 과감히 내딛을 수 있게 한 디딤돌. 햇솜 같은 마음을 다 퍼붓고 나니 청년의 뜨거움이 느껴진다. 이들이 보여줄 첫사랑의 순수와 열정이다. 다음은 두 사람과의 일문일답.

-타임슬립한 남자 주인공의 첫사랑을 어떻게 그렸나.

오세혁

작곡가로 활동하는 김효근 교수의 가곡을 바탕으로 뮤지컬을 제작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음날 경주에서 서울로 올라가 미팅을 가졌다. 가곡을 많이 알지 못한다. 한 곡 한 곡의 길이가 짧다. 가사도 함축적이면서 은유적이고. 긴 시간과 공간이 담겨있다는 느낌을 받은 터라 예전부터 우리 가곡을 바탕으로 뮤지컬을 만들고 싶었다. 일반 제작사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프로젝트다. 마포문화재단에서 하는 기획을 놓치면 더 늦어질 것 같아 선뜻 도전에 나섰다.

제안을 받고 1년 정도 시간을 두고 김효근 작곡가의 곡을 틈나는대로 들었다. 어느 날 마포 인근의 한 사진관을 지나다 내부를 들여다봤는데 빼곡히 사진이 걸려있더라. 동네 어르신께 여쭤보니 운영하시던 어르신이 돌아가셨다더라. 손님이 안 찾아간 사진을 벽에 걸어두고 언젠가 가져갈 수 있게 해놨다고 했다. 그 말에 착안해 기억과 사랑, 사진에 관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뮤지컬 첫사랑의 배우 윤영석이 23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첫사랑을 기억하나.

윤영석

누구나 첫사랑을 가슴에 품고 살지 않을까. 우리 작품처럼 가슴 아린 사랑 말이다. 내 첫사랑은 대학교때 CC였던 친구다. 순수한 사랑을 했고 잘 만났지만 그 친구 집안의 반대로 헤어졌다. 그때 충격으로 원래 계획했던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고 군에 입대했다. 그 순간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라 생각한다. 오직 성악과 오페라만 생각하며 살던 내가 군대에 가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접하면서 시야가 넓어졌다. 제대 뒤 서울시 합창단 단원이 되고, 뮤지컬까지 입문하게 됐다.

오세혁

작품을 준비하며 첫사랑을 떠올리니 상대의 이름은 떠오르지 않고 장면만 생각났다. 중학교 때 짝사랑했던 친구에게 고백했는데 거절을 당했다. 충격으로 독서실에 슬프게 앉아있었는데 친구가 노래를 들어보라며 이어폰을 건넸다. 윤종신의 ‘오래전 그날’이 흘러나왔다. 그 자리에서 쉰 번 쯤 돌려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지금도 그 노래만 들으면 그 순간, 그 감정, 그때의 시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이번 작품에서도 한곡의 노래가 흐르는 동안 눈앞에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이 펼쳐진다. 당시 슬픔을 반영하고자 했다.

뮤지컬 첫사랑의 연출가 오세혁이 23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과거 첫사랑을 떠올리는 주인공의 타임슬립을 어떻게 소화했나.

오세혁

내가 ‘오래전 그날’을 들으면 그 순간을 모두 떠올리듯 특정 장면에서 시간과 공간이 한 무대 위에서 펼쳐지게 표현했다. 일례로 50대 태경이 무대에 있는데 바로 뒤에서 20대 태경이 다른 일을 한다.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이 한 무대에서 진행되는 셈이다. 마지막에 태경이 첫사랑을 혼자 부를 때 특별히 시간과 공간을 제시하지 않아도 관객은 자연스럽게 모든 순간들을 떠올리게 된다.

윤영석

노래를 30년 넘게 하면서 알게 된 지혜가 있다. 작품에서도 다르지 않다. 20대 태경은 어딘가 어리버리하고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지만 고민하는 친구다. 50대 태경은 사진으로 성공한 인물이다. 지금의 내가 느끼는 감정을 50대 태경도 갖고 있으리라 본다. 20대 태경을 마주한다면 뭔가 조언도 해주거나 이끌어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뮤지컬 첫사랑의 연출가 오세혁과 배우 윤영석이 23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관객에게 작품의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면

윤영석

폭넓은 관객층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다. "언제나 그대에게 내 마음 전할까/오늘도 그대만 생각하며 살다"라는 첫사랑의 노랫말대로다. 50대 남성의 이야기지만 그 속에 20대의 풋풋한 사랑이 있고, 지나간 세월을 느낄 수 있는 풍경도 있다. 남녀노소 모두가 공감하며 볼 수 있는 편안한 이야기를 담은 점에 주목해주셨으면 한다.

오세혁

최근 숨이 잘 안 쉬어지는 일이 있었다. 이상하게도 연습실에서 작품 속 노래를 들으면 편하게 잘 쉬어졌다. 관객들이 100분 이란 시간 동안 공연을 보면서 편하게 숨 쉬듯 작품을 감상하셨으면 한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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