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기] 산에서 벌들을 마주했을 때 제일 먼저 할 일은?

오상훈 헬스조선 기자 2022. 8. 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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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묘 장소에 벌이 살고 있는지는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벌에 쏘였다면 침부터 제거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어려울 것이다. 애초에 침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사람 피부에 침을 남기는 벌은 꿀벌이다. 대다수 치명적인 말벌들은 쏘아도 침이 빠지지 않아 여러 번 공격한다. 성묘철을 앞두고 벌에 쏘였을 때 대처법에 대해 알아본다.

국내엔 약 30여종의 말벌이 살고 있다. 그런 만큼 독을 이루는 성분들도 다양하다. 대부분 단백질과 다양한 종류의 혈관 작용을 하는 아민 및 펩타이드를 포함한다. 벌에 쏘였을 때 주요 기전은 외부 물질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다. 면역체계가 각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예측이 어렵다. 쏘인 부위가 붓는데 그칠 수도 있지만, 심혈관질환을 겪는 사람은 발작, 간수치가 높은 사람은 간 부종까지 겪을 수 있다.

가장 위험한 건 아나필락시스다. 벌 쏘임이 뱀 물림 사고보다 사망률이 5배 정도 높은 까닭은 바로 아나필락시스 때문이다. 해운대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 박억숭 센터장은 “아나필락스시는 외부 물질에 대한 급성 알레르기 반응으로 기도가 좁아지고 콧물 등 점액질 분비량이 급증해 호흡이 어려워지는 증상”이라며 “말초혈관들이 늘어나 혈액이 심장으로 안가고 외부로 이동해 피부가 빨개지고 저혈압이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어떤 사람이 벌독에 의해 아나필락시스를 겪을지 알 순 없지만 이전에 벌에 쏘였을 때 증상을 겪었던 사람은 이미 항체가 많아 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아나필락시스에 일반인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유일한 해결책은 ‘에피네프린’이란 약을 투여하는 건데, 평소 아나필락시스에 대비해 자가 주사용 에피네프린을 소지하고 다니는 사람은 드물다. 만약 벌에 쏘인 사람에게 온몸이 붓거나 호흡 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기도 확보를 통해 호흡을 도와줘야 한다.

쏘인 부위가 붓거나 가려움, 통증 등 국소적인 증상만 나타난다면 쏘인 부위를 차가운 물로 씻어준다. 얼음물로 냉찜질을 해주면 더 좋다. 박억숭 센터장은 “상처 부위에 찬 물을 부어주거나 얼음을 대주면 혈관을 수축시키고 초기 염증 반응을 줄여줄 수 있다”며 “성묘 갈 때 얼음물을 챙겨가는 게 좋은 방법인 이유”라고 말했다.

벌 쏘임은 예방이 핵심이다. 먼저 복장이다. 벌이 꽃을 좋아해 밝은 계열의 옷은 피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국립안동대 식물의학과 정철의 교수는 “여러 실험 결과를 보면 말벌은 검정색 계열에 가장 높은 공격성을 보이므로 성묘할 땐 흰색, 푸른색, 노란색 계열의 밝은 옷을 입는 게 좋다”고 말했다. 긴팔, 긴바지, 모자 등을 이용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하고 향수 등 짙은 향을 풍기는 화장품은 사용하지 않는다.

복장보다는 성묘 장소에 벌집이 있는지는 확인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수풀이 우거져 있어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 정철의 교수는 “성묘하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말벌은 좀말벌, 쌍살벌, 땅벌, 장수말벌 등인데 주로 땅이나 2~3m 높이의 나뭇가지에 집을 짓는다”며 “10㎡ 반경의 공간을 2~3분 동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붕붕 거리는 소리가 들리거나 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벌집을 건드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절대 가만히 있거나 엎드려선 안 된다. 결국 벌이 사람을 공격하는 이유도 집을 지키기 위해서인데 가만히 있다간 말 그대로 벌집이 될 수 있다. 정철의 교수는 “외부 자극을 느낀 벌들이 처음부터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건 아니고 정찰하는 벌들이 위험 요소를 확인하고 지원군 유인을 위해 페로몬을 뿌려놓는 게 첫 단계”라며 “처음 벌들을 마주했을 때 빠르게 30m 밖으로 도망가면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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