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만 11억 '코트의 악동' 키리오스, 절친 앞에선 뜨거운 브로맨스
"상대는 죽마고우였지만 그는 한 치의 빈틈도 없는 플레이로 승리를 따냈다."
미국 폭스스포츠는 2022 US오픈 첫 판을 가볍게 통과한 '코트의 악동'은 닉 키리오스(세계랭킹 23위·호주)의 경기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키리오스(23위·호주)는 3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남자 단식 1회전에서 타나시 코키나키스(70위·호주)를 3-0(6-3, 6-4, 7-6〈7-4〉)으로 완파했다. 시종일관 코키나키스를 압도한 키리오스는 경기를 불과 2시간 1분 만에 끝냈다. 지난달 윔블던 준우승자인 키리오스는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또래인 키리오스(1995년생)와 코키나키스(96년생)는 어린 시절부터 친한 친구 사이다. 코트에서도 호흡이 잘 맞아 복식 파트너로 나섰다. 올해 호주오픈에서 남자 복식 우승을 합작했다. 둘 다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이었다. 키리오스와 코키나키스는 이번 대회에도 복식에 참가한다. 키리오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친구와 사상 첫 대결은) 악몽 같은 경기였다. 두 번 다시는 가장 친한 친구와 맞붙고 싶지 않다. 며칠 뒤 코키나키스와 함께 복식 경기를 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런데 키리오스가 이처럼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 드문 일이다. 그보다는 사건·사고가 잦은 '문제아'로 유명하다. 복장부터 강렬하다. 미국프로농구(NBA)를 떠올리는 헐렁한 민소매 유니폼 상의에 모자챙을 뒤로 삐딱하게 돌려쓰고 경기에 나선다. 여기에 귀걸이와 목걸이 그리고 빨간색 조던 농구화를 착용한다. 흡사 힙합 무대에 서는 래퍼를 연상케 한다.
다혈질인 키리오스는 코트 안팎에서 불같은 성격을 주체하지 못한다. 대회마다 심판, 관중, 볼퍼슨 등 상대를 가리지 않고 충돌한다. 올해 윔블던에서도 관중석을 향해 침을 뱉고, 심판에게 폭언을 퍼부어 두 차례 총 1800만원의 벌금 징계를 받았다. 이 대회 결승 도중엔 한 팬을 조롱했다가 명예 훼손으로 고소당할 위기에 처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경기 도중 관중석에서 소음이 나자, 예민해진 키리오스가 주심에게 "한 팬이 경기 도중 나에게 자꾸 말을 시킨다. 관중석 밖으로 쫓아내달라. 술에 취한 것 같다. 아마 술을 700잔 정도 마신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영국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키리오스의 통산 벌금 액수는 무려 70만 파운드(약 11억원·추정)에 달한다.
키리오스가 악동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인정하는 실력을 갖췄다. 키 1m93㎝의 장신인 그는 높은 타점에서 꽂히는 시속 200㎞ 이상의 파워 서브가 주무기다. 서브 에이스를 쉽게 따낸다. 자존심 강한 조코비치가 "(서브) 에너지가 최고"라고 극찬을 정도다. 단순히 힘만 앞세운 건 아니다. 그는 베테랑 선수 못지않게 네트 플레이가 섬세하다. 신인 시절엔 레전드 '로저 페더러와 라파엘 나달을 합친 선수'로 기대를 모았다. 나달은 역대 최다인 메이저 22승, 페더러는 20승을 거둔 남자 테니스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20대 초반 세계 13위까지 올랐다. 한국 테니스 간판 권순우는 "키리오스는 타고난 선수다. 파워와 유연성 등을 고루 갖췄다"고 평가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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