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집주인 대신 갚아준 전세보증금 1.6兆..영끌족 사라진 '인천' 대위변제액 역대 최고치
보증기관 대위변제 급증
올해 7월까지 3509억
수도권·주요 지방광역시로 전세사기 확산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구채은 기자] 최근 깡통전세, 전세사기 확산으로 민간·공공기관이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준 대위변제금액이 1조6000억원(누적 기준)을 돌파했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뿐 아니라 광주, 울산, 대구 등 주요 지방 광역시의 대위변제금액도 올해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사기 등으로 인한 보증금 사고 위험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모습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재정 누수를 막으려면 악성 임대인을 선별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신 갚아준 전세보증금 1조6000억…청년층 대상 전세사기 기승= 30일 아시아경제 의뢰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광역시도별 대위변제금액)에 따르면 전세 계약이 만료된 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공공·민간 보증기관에서 대신 변제한 금액이 올해 1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대위변제액을 집계한 수치다.
정부가 대신 갚아주는 보증금 규모는 2020년 1조원을 돌파한 이후 빠르게 늘고 있다. 그만큼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대위변제란 계약 기간 만료 후에도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기관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대신 지급해 주는 것을 말한다. 통상 보증사고 접수 후 보증이행심사 등을 거쳐 대위변제가 이뤄지기에 사고 금액과 대위변제액은 차이가 있다.
올해 7월까지 집계된 대위변제액은 3509억원. 상반기 통계 기준이라는 점, 여기에 최근 전세가가 매매가와 비슷하거나 웃도는 깡통전세가 늘어난 점 등을 감안하면 올해 대위변제액은 지난해(5043억원)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대위변제액은 2018년 563억원에서 2019년 2868억원으로 급증했고 2020년 4399억원, 2021년 5043억원 등으로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상품 가입 건수 증가와 비례해 보증금 미반환 금액(사고 금액) 규모가 늘고 대위변제액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HUG 측의 설명이지만 이를 고려해도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특히 2030세대의 대위변제액이 늘고 있는 점은 통상 보증금이 전 재산인 청년층을 겨냥한 전세사기가 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2030세대들은 권리분석이나 부동산 거래 경험이 부족하고 주거취약계층이 많다 보니 이런 사기에 피해자가 되기 쉽다"고 분석했다.
◆영끌족 사라진 인천, 집값 하락에 대위변제액 역대 최대= 지역별로도 올해 대위변제액은 수도권뿐 아니라 주요 지방 광역시에서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인천은 상반기 대위변제액이 지난해 금액을 넘어섰다. 올해 HUG가 대신 갚아준 인천지역의 보증금 규모는 547억7000만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인천은 영끌족의 추격매수로 지난해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지역이다. 하지만 올 7월까지 집값이 0.46%(한국부동산원 기준) 떨어지며 전셋값도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서울지역 대위변제금액은 1466억원으로 2019년과 비교해 2배 넘게 늘었으며 경기의 경우 7월까지의 집계금액(1190억원)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지난해 금액(1590억원)의 70% 수준에 육박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시세대로 세입자를 찾기 더 어려워졌고 보증금이 매매가와 비슷하거나 매매가격을 웃도는 깡통전세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요 광역시에서도 대위변제액은 증가 추세다. 광주의 대위변제액은 지난해 6억6000만원에서 올해 21억8000만원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부터 집값 하락세를 이어온 대구의 변제액은 50억원으로 작년 변제액(53억원) 수준에 이르렀다. 울산은 18억원으로 작년(10억)보다 많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최근 전세사기를 일삼는 악성 임대인으로 인해 세입자 피해가 급증하자 이번주 전세사기 방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임대차 계액을 맺을 때 임대인의 세금완납증명서를 의무적으로 첨부하거나 공인중개사를 통해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하는 방안 등이 유력시된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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