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혹평 쏟아지는데, SNS에 목숨거는 대표

김상화 2022. 8. 2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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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OTT가 부활시킨 시트콤, 정작 중요한 웃음은 어디에?

[김상화 기자]

 OTT 시트콤 '유니콘'
ⓒ 쿠팡플레이
 
26일 첫 공개된 쿠팡플레이 <유니콘>(김혜영 연출/ 유병재 극본)은 그간 국내 시청자를 겨냥한 OTT 시리즈 중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지상파, 케이블 채널에선 오래전 '멸종'되다시피한 시트콤 장르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쿠팡, 티빙 등에서만 방영된 드라마 시리즈들이 스릴러, 로맨틱 코미디, 기타 드라마 등을 중심으로 꾸며진 데 반해 웃음을 전면에 내세운 시트콤은 좀처럼 만날 수 없었다.

<내과 박원장>(티빙),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웨이브) 등 코미디를 강조한 드라마가 있긴 했지만 시트콤과는 거리감이 있었던 걸 감안할 때 쿠팡플레이는 제법 독특한 신작을 내민 것이다. 과거 1990년대~2000년대에 걸쳐 SBS, MBC의 황금 시간대를 장식했던 <순풍 산부인과> <세 친구> <거침없이 하이킥> 등을 기억하는 분들도 이젠 중년의 나이에 접어 들었을 만큼 시트콤은 추억 속 한 페이지를 장식한 채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유니콘>의 등장은 과감한 시도가 아닐 수 없었다. 특히 신하균이라는 믿고 보는 연기파 배우를 전면에 내세웠고 웃음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영화 <극한 직업>, 드라마 <멜로가 체질> 이병헌 감독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직함으로 참여했다. 시트콤 <유니콘>은 분명 주목할 만한 작품이었지만 막상 첫 회의 재생 버튼을 클릭한 이후의 느낌은 "이게 뭐지?"라는 생각 뿐이었다. 

스타트업 회사 속 이상한(?) 사람들의 이야기
 
 OTT 시트콤 '유니콘'
ⓒ 쿠팡플레이
<유니콘>의 주요 배경은 '스타트업' 기업이다. 제목으로 쓰인 '유니콘'은 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 기업을 부르는 말로 그만큼 무한한 가치를 지녔음을 의미한다. CEO 스티브(신하균 분)가 이끄는 업체 '맥콤'은 데모데이(스타트업을 홍보해 투자, 구매 등으로 이어지는 기회를 제공하는 일종의 사업 설명회)로 자사의 신제품 '차브네'를 세상에 널리 알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기업 못잖은 유력 스타트업 회사를 박차고 새롭게 합류한 신참 제이(이유진 분)은 이곳에서 맥콤의 핵심 사원 애쉴리(원진아 분)을 만나 이런저런 설명을 들으며 이곳의 일원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그런데 정작 행사를 이끌어야 할 스티브는 전혀 연락도 없이 시연장에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부랴부랴 필립(김욱 분), 캐롤(배윤경 분) 등 직원들이 그를 대신해 임시 방편으로 행사를 진행하기 시작했고.

이제서야 얼굴을 내비친 스티브는 특유의 언변으로 참석자들을 사로 잡는다. 그런데 이번 데모데이의 핵심 역할을 담당할 매콤의 신제품을 소개하자 현장은 당혹스러움으로 가득차고 말았다. 스티브가 내민 차브네는 뇌파를 조절해 75분 동안 사용해여 남성 모발을 다운펌해주는 기계라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제품을 과연 누가 투자하고 구매하겠는가.

 SNS '공인' 인증 마크 집착+피보팅 추진하는 스티브
 
 OTT 시트콤 '유니콘'
ⓒ 쿠팡플레이
수평적 사내 구조를 강조하며 영어 이름을 쓰고 있는 맥콤의 분위기는 독특하다 못해 기이함 마저 느껴진다. 사업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본인이 운영하는 SNS 계정 이름 옆에 유명인사처럼 '공인' 인증 마크가 붙는 것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 스티브와 직원들은 능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게다가 유명 유튜버는 '차브네'를 리뷰하면서 "나오지 말았어야 하는 제품"이라는 혹평을 쏟아냈다.

회사에 대한 신뢰, 평판은 이로 인해 바닥까지 떨어지기 직전이다. 게다가 다른 사업 아이템인 커플 매칭 서비스는 60세 이상만 가입이 가능하다는 이상한 운영 방침으로 CEO 스티브를 경악하게 만든다. 결국 스티브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들에 대한 피보팅(사업의 방향을 대폭 전환하는 것) 의견을 제시하지만 애쉴리 등 직원들은 반대 의사를 표명한다.

일반적인 시선에서 맥콤 소속원들을 바라보자면 정상적인 인물은 신입사원 제이 단 한명 밖에 보이지 않는다. 뭔가 결함 투성이고 각자 자신만의 꿍꿍이를 마음 속에 품고 있는 CEO 이하 직원들이 과연 이 회사를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시트콤 속 회사 막콤과 마찬가지로 <유니콘>이라는 작품은 첫 회부터 갈팡질팡, 방향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어느 대목에서 웃어야 할까
 
 OTT 시트콤 '유니콘'
ⓒ 쿠팡플레이
 
분명 괴짜 성격의 CEO 신하균은 '연기의 신'이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을 만큼 이 작품에서도 신뢰할 만한 연기력을 선보인다. 대학 시절 주식 모의 투자의 귀신으로 불렸다는 닉네임 '돈벌레' 애쉴리 역의 원진아, 어수룩한 이미지의 신입 제이 역의 이유진 등 등장 인물들은 저마다 주어진 역할을 십분 소화하면서 극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애쓰고 있다. 문제는 심심한 극본이 갈피 못잡는 회사 맥콤처럼 <유니콘>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나름 소소한 개그, 잔재미가 없진 않지만 <극한 직업> <멜로가 체질> 등 이병헌 감독의 작품 속 그것 만큼의 폭소를 유발시키기엔 어려워 보인다. 유병재가 작가로 참여했던 < SNL 코리아 > 속 짧은 코너와 다르게 <유니콘>은 긴 호흡을 안정감 있게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1~2분 단위로 쉴 틈없이 웃음을 쏟아 내는 시트콤이라기엔 아쉬운 점이 많다.

재치 넘치는 대사의 부재는 결국 매력 없는 캐릭터들의 고군분투로 연결된다. 시청자가 감정이입 할 만한 인물들도 찾기 어렵고 말장난만 주로 이어진다. 특히 스타트업 실화 기반의 정극 <우린 폭망했다>(애플TV+), <슈퍼 펌프드: 우버전쟁>(파라마운트+)를 비롯해서 HBO의 성공적인 시트콤 <실리콘 밸리> 등의 해외 유명 드라마들을 이미 접해본 시청자라면 <유니콘>은 현실 속 스타트업과 시트콤 코미디의 어중간한 접목이란 생각을 지우기 어려울 것이다.

<유니콘>은 분명 한국에서 사장되어 가는 시트콤 장르를 다시 수면 위로 꺼냈다는 점에선 칭찬받을 만한 시도다. 다만 과감한 시도를 뒷받침해줄 추가적인 장치를 속히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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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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