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동주택 층간소음 기준 강화한다"..실효성은?
층간소음 60~70% '시공 부실'
"소비자에게 층간소음 원인 떠넘기는 것"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정부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의 층간소음 기준을 강화했다. 법적으로 층간소음 피해를 인정받는 범위도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층간소음 발생의 60~70%는 시공사의 부실 시공이 원인인데, 소음 기준이 강화되면서 개인의 생활습관 문제에만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또 기준 강화로 소송 등 주민 간 분쟁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는 23일 층간소음 판단기준을 낮추는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 및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직접충격소음 기준 중 '1분 등가소음도' 기준을 주간(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39데시벨(dB), 야간(오후 10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34dB로 현재(주간 43dB, 야간 38dB)보다 각각 4dB 낮췄다. 주간 조용한 주택에서 나는 소음(40dB)보다 낮은 기준이다. 직접충격소음은 발걸음, 의자 끌기처럼 실제 바닥과 벽 충격을 통해 발생하는 소음, 1분 등가소음도는 1분간 측정한 소음의 평균치를 뜻한다.
기준은 이웃 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해 소음 중지를 요청하거나 환경부 및 국토부 산하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피해 배상을 결정하는 데 쓰이며 이르면 연내 시행 예정이다.
층간소음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된 뒤에도 소음발생이 반복되면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나 국토부 공동주택관리분쟁조정위원회 조정을 통해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층간소음 기준 강화로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한 조정 등 분쟁해결 과정에서 층간소음 피해를 인정받을 수 있는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본다.
노후 공동주택에 적용되는 '예외'도 축소된다. 현행 규칙은 2005년 6월 이전에 사업승인을 받은 공동주택에 대해선 층간소음 기준에 5dB를 더해 적용하도록 한다. 개정안은 2024년까진 지금과 같이 5dB를 더하고 이후엔 2dB만 더하도록 했다.
정부는 이웃 간 층간소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지만 이번 개정안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층간소음 원인의 60~70%는 시공사의 부실 시공이 문제인데, 소음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개인의 생활습관 문제만 부각된다는 것이다.
앞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층간소음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실련은 지난 6월 '층간소음 분쟁 현황과 대책방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의 층간소음 해결 방안은 이웃간 분쟁 차원에서 논의되거나 개인의 문제로 접근해왔으나 이러한 접근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며 "층간소음 저감에 효과적인 건축공법 도입·확대 및 시공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도 이번 개정안이 분쟁 절차에서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모든 층간소음 발생 원인을 소비자 탓으로 돌릴 수 있다고 짚었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소장은 "그간 소음 측정 전에는 층간소음 제공자에게 알려야 했고, 층간소음 기준도 높아서 피해자의 불편을 해소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층간소음 기준 강화로 피해자가 객관적인 자료를 수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층간소음 기준을 강화를 통한 소음 문제 해결은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차 소장은 "정부가 2014년 층간소음 범위와 기준을 제시한 것도 사람들이 공동주택 생활을 더 조심스럽게 하라는 취지였지만, 이후 오히려 층간소음 분쟁이 폭증했다"며 "사람들의 생활 습관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층간소음 기준을 가지고 소송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층간소음 문제를 (시공사가 아닌) 소비자의 문제로 보는 데 그쳤다. '건물은 잘 지었지만, 생활하는 소비자가 문제'라는 것"이라며 "강화된 기준으로 관련 소송도 빈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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