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사망에 막말, 특별재난지역은 제외.. '민심 흉흉' 동작구 가보니
[소중한 기자]
▲ 지난 8일 폭우로 피해를 입은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반지하 주택을 보름 후인 24일 찾았다. 창문과 이어진 에어컨 실외기 호스 위에 사진 액자 하나가 놓여 있다. 이 주택이 있는 골목의 다른 반지하 집에선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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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관 이름이 적힌 시계는 움직이지 않은 채 '12시 25분 30초'를 가리키고 있었다. 얼룩진 벽지 곳곳엔 수해가 할퀸 상처가 여전했다. 2주 전 빗물이 넘쳤던 반지하 방범창 사이는 덕지덕지 전선들이 뒤엉켜있었다.
멈춘 시계 옆의 액자 하나가 보였다. 어린 얼굴이 담긴 액자 속 사진은 에어컨 실외기 호스에 위태롭게 놓여 옅은 볕이나마 쪼이고 있었다. 그 아래로는 습기와 냄새를 빼기 위한 선풍기가 연신 도는 중이었다. 가재 하나 제대로 남지 않아 텅 빈 집이었지만 일상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은 현재진행형인 듯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이 집은 지난 8일 폭우로 한 명이 숨진 집과 같은 골목에 있다. 폭우가 휩쓸고 간 이 골목을 찾은 지난 24일 오전 인근의 반지하 집들은 모두 비어 있었다. 지난 2주간 어느 정도 정리는 이뤄졌지만 세입자들은 돌아오지 못하거나 집을 아예 떠났고, 집주인들도 곧장 수리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최근엔 이들을 더욱 좌절하게 만든 소식이 전해졌다. 집중호우로 인한 특별재난지역에 동작구가 제외됐다는 발표였다. 정부는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관악·강남(개포1동), 경기 성남·광주·양평·여주(금사면·산북면), 강원 횡성, 충남 부여·청양 등 10개 지자체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곧장 해당 지자체에 사유·공공시설 복구비의 최대 80%가 국비로 지원되고, 피해 주민들도 세금·공공요금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 지난 8일 폭우로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반지하 주택을 보름 후인 24일 찾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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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폭우로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반지하 주택을 보름 후인 24일 찾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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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 의원의 망언("사진 잘 나오게 비 좀 왔으면") 때문에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어쨌든 여당인 국민의힘이 수해복구 봉사활동 지역으로 선택한 시장 역시 동작구에 위치한 곳이었다.
이런 이유로 특별재난지역 발표 이후 동작구 민심이 심상치않다. 인명피해가 발생한 위 골목 거주자인 주민 이아무개씨(70대)는 "정치인이고 뉴스고 매일 떠들썩하게 이야기했던 곳이 동작구였는데 (특별재난지역에서) 쏙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섭섭한 마음이 컸다"라고 말했다.
▲ 지난 8일 폭우로 무너진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아파트단지 옹벽. 24일 현재 복구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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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집중호우로 옹벽이 무너진 서울 동작구 극동아파트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 대통령실 제공 |
폭우 당시 점포 상당수가 물에 잠겼던 동작구 사당동 남성사계시장에서도 민감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상인들을 대표해 만난 이재열 남성사계시장상인회장은 "동작구가 피해를 덜 입었다면 모르겠는데 큰 피해를 입어놓고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되지 않아 상인들 입장에선 황당하고 마음이 좋지 않다"라며 "피해 직후 자원봉사 지원 말고는 정부, 서울시, 동작구로부터 단돈 1원 한 장, 물 한 병도 받은 게 없다"라고 전했다.
이 회장이 운영하는 금은방 역시 허리 높이의 귀금속 진열장보다 높이 빗물이 차서 큰 피해를 입었다. 점포 내 대다수 전자제품을 교체한 것은 물론, 주문한 진열장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 임시방편으로 플라스틱 바구니에 귀금속을 전시하는 형편이다.
▲ 지난 8일 폭우로 피해를 입은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을 보름 후인 24일 찾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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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폭우로 피해를 입은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을 보름 후인 24일 찾았다. 사진은 국민의힘 차원의 봉사활동에 참여한 김성원 의원이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나오게"라고 망언을 한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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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수해 복구 자원봉사를 위해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동을 찾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 국회사진취재단 |
지역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맘카페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중이다. 아래는 한 맘카페에 올라온 글과 댓글 중 일부 내용이다.
"아직도 집에 못 들어가고 숙박시설을 떠도는데 대체 그럼 왜 다들 와서 사진만 신나게 찍어간 거죠?" - 8월 22일 오후 2시 10분
"이수역과 사당동 일대의 피해 소식이 그렇게 많이 나왔는데 제외라뇨." - 오후 2시 11분
"그 당시 날씨뉴스만 봐도 동작구를 언급하면서 누적 강수량이 제일 많았던 걸로 아는데 이럴 수 있나요?" - 오후 2시 18분
동작구청에 쏟아지는 비판... "추가 조사 때 철저히" 해명
이 같은 분위기에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특히 박일하 동작구청장을 향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동작을)은 22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왜 동작구에 오셨나"라며 "대통령과 서울시장이 잇따라 동작구를 방문한 것은 수해 피해가 가장 컸기 때문이다. (특별재난지역 제외를) 납득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 지난 8일 폭우로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반지하 주택 골목을 보름 후인 24일 찾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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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당 김병기 의원(서울 동작갑)도 "이번 특별재난지역 지정은 주택침수 피해조사가 완료된 지역에 대한 우선 조치 사항이라고 한다. 동작구를 비롯한 나머지 피해지역은 행정안전부의 '추가 합동조사' 이후 특별재난지역 여부를 발표한다고 한다"라며 "눈앞의 피해가 산적해 있는데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 지금까지는 대체 무슨 일을 한 건가"라고 비판했다.
더해 "동작구민들의 속은 타들어가는데 정부는 참으로 한가하기만 하다"라며 "동작구청 및 관계 당국은 주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가슴에 새기고 당장 내일이라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시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동작을 지역위원회는 24일 오후 동작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엔 이수진 의원과 함께 서울시당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김영호 의원(서울 서대문을)도 참석했다. "동작구청 늑장행정, 동작구청장 책임져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든 이들은 "동작구청장은 피해 조사도 제대로 안 하고 무얼 했나"라며 "(특별재난지역 선정을 위한) 행정 컨트롤타워가 작동하지 않은 채 그동안 봉사활동만 해왔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정부는 이달 말까지 합동조사를 진행해 특별재난지역을 추가로 더 선정할 계획이다.
▲ 더불어민주당 서울 동작을 지역위원회가 24일 오후 동작구청 앞에서 동작구의 특별재난지역 제외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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