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보청기 끼고 밭일"..文사저 경호 강화 첫날 풍경 [르포]
22일 오전 11시쯤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입구 쪽 마을버스 정류장(청수골가든).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약 300m 떨어진 이곳에는 “여기는 경호구역입니다. 교통관리와 질서유지에 적극 협조 바랍니다. 대통령 경호처·양산경찰서”라고 적힌 알림판과 현수막이 설치돼 있었다. 도로에는 마을 출입 차량을 통제하는 철제 펜스가 놓여 있었다.
경광봉을 든 대통령 경호처 직원과 경찰은 마을 출입 차량을 검문·검색하고 있었다. 방문객 행선지·방문 목적을 꼼꼼하게 확인하며 소지품 검사도 했다. 화약 등 인화성 물질, 총포·도검류, 폭발물 등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검문 후 이상이 없으면 펜스를 치워 차량을 들여보냈다. 마을 뒤쪽인 마을버스 종점(지산 만남의 광장) 부근에서도 경호처 직원과 경찰이 배치됐다.
대통령 경호처는 이날 오전 0시부터 문 전 대통령 사저 경호구역을 기존 사저 울타리에서 최장 300m까지 확장했다. 이는 질서유지, 교통관리, 검문·검색, 출입통제, 위험물 탐지·안전조치 등 위해(危害)에 필요한 안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조치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새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100여일 만에 되찾은 일상
경찰 관계자는 “법적으로 보장하는 집회·시위는 가능하다”면서도 “경호 구역이 넓어지면서 흉기 소지 등 통제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욕설·소란 등 행위도 막는다”고 말했다.
그 결과 이날 문 전 대통령 사저에서 약 100m 떨어진 맞은편 마을버스 정류장(불곡도예) 부근은 조용했다. 이곳은 지난 5월 10일 문 전 대통령이 사저에 들어온 뒤 100여일 동안 집회·시위가 이어졌던 곳이다.
평산마을 주민들은 오랜만에 마을이 조용해졌다고 반색했다. 주민 김모(67)씨는 “오랜만에 보청기를 끼고 밭일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약 8년 동안 문 전 대통령 사저 바로 앞에 있는 밭에서 고추 농사를 지어왔다. 그런데 문 전 대통령 사저 입주 이후 집회·시위 때문에 보청기도 끼지 못하고 일을 했다고 했다. 김씨는 “확성기에서 소음이 들리면 머리가 아프다"며 "이 때문에 보청기를 뺀 상태로 일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하면 다른 사람이 불러도 잘 알아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 사저 인근에 사는 도예가 신한균(62)씨도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갔다”며 “지금 마을에 새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고성·욕설 집회 때문에 들리지 않던 소리”라고 했다. 이어 “옛날에 평화로웠던 마을로 다시 돌아오는 것 같다”며 “평화가 계속 유지됐으면 한다”고 했다.
文 반대단체 “전 대통령 1명이 이동 자유 제한”
문 전 대통령을 비판해온 한 시민단체 관계자가 마을 입구에서 출입을 제지당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앞서 이 단체는 평산마을에서 지속해서 스피커를 활용한 집회와 인터넷 방송을 해왔다. 이 단체 관계자는 “전 대통령 1명이 국민 이동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마을 조용해지자 산책 나선 文
문 전 대통령은 1시간가량 마을을 산책한 뒤 다시 사저로 돌아갔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9시쯤 문 전 대통령의 아내인 김정숙 여사도 사저 밖으로 나와 마을을 살피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양산=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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