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수십억 년 이어온 지구의 역사, 땅에 새겨진 지질 조사해 과거 추적해요

2022. 8.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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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생물 흔적 담은 화석부터 암석·광물까지 지구의 기록 읽어봐요

지구는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그 시작은 무려 46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원시태양이 만들어지고 나고 남은 미행성들이 충돌하고 뭉쳐 원시지구를 형성했어요. 이런 지구의 역사를 우리가 알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지질’ 덕분입니다. 지질은 지구의 표면을 둘러싼 지각을 이루는 여러 가지 암석이나 지층의 성질 또는 상태를 통틀어 표현한 거예요. 화석·암석·광물 등 다양한 지질표본이 일종의 기록물 역할을 하며 과거부터 변화해온 지구 역사를 말해주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에서 지질표본을 통해 지구의 스토리를 알아봤습니다.

배가은 학생모델·김하윤·최아민(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지질박물관을 방문해 지구의 판 이동부터 화석·암석·광물에 대해 알아봤다.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있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은 국내 유일의 지질자원 분야 정부출연기관이에요. 국내외 육상⸱해저 지질조사, 지하자원 탐사⸱개발⸱활용, 지질재해 및 지구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연구와 개발활동을 하며, 그 성과를 널리 보급해 국가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하는 임무를 맡았죠. 또한 8월 5일 성공적으로 발사된 우리나라 첫 달 탐사선인 ‘다누리호’를 시작으로 달과 행성 자원에 대해서도 연구할 예정이에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는 그동안 연구 활동으로 수집한 지질표본과 자료를 활용한 전시물과 이미지, 영상자료 등을 볼 수 있고 체험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지질과학 지식을 시민들에게 알려주는 지질박물관이 있어요. 현재 지질박물관엔 화석 3012점, 암석 1348점, 광물 2839점의 등록표본이 있죠. 그중 광물과 광물 관련 전시품이 516점(광물표본만 403점)으로 가장 많이 전시 중입니다. 교과서로 배운 화석·암석·광물을 직접 눈으로 볼 생각에 들뜬 김하윤 학생기자·배가은 학생모델·최아민 학생기자를 이항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 지질박물관장이 반갑게 맞이했죠. 고생물학 선임연구원이기도 한 이 관장은 지질박물관 개관에 직접 참여해 전시물을 구상·설치했고, 올해 2월 지질박물관장이 됐어요.

이항재(왼쪽에서 둘째) 지질박물관장이 최아민 학생기자·배가은 학생모델·김하윤(왼쪽부터) 학생기자에게 해저지형을 재현한 지구본을 설명하고 있다.


지구 판 이동과 화석

학생기자들이 지질박물관에 들어서자 큰 지구본이 눈에 들어왔어요. 해저지형을 재현한 국내 최대 규모(지름 7m)의 복원 모형으로, 판구조와 다양한 바다 밑 지형을 관찰할 수 있죠. “여러분이 봐왔던 지구본은 표면이 매끈하게 생겼죠? 이 지구본은 울퉁불퉁해요. 우리 주변에 산과 계곡이 있듯 바다도 마찬가지거든요. 특히 바닷속에 있는 깊고 좁은 골짜기를 ‘해구’라고 해요.” 지구본을 살펴보던 하윤 학생기자가 한반도를 찾아 “서해와 동해의 깊이도 다른 것 같아요”라고 말했어요. “빙하시대 당시 서해는 땅이었어요. 중국에서 서해안까지 걸어갈 수 있을 정도였죠. 동해는 바다처럼 깊은 호수 같았어요.”

제1전시관에선 먼저 지구 판구조 영상을 통해 약 6억 년 전부터 현재까지 지구 대륙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한눈에 알 수 있죠. “지구의 대륙은 오래전 한 덩어리였어요. 지구 내·외부 환경의 변화로 판이 찢어지고, 합쳐지면서 오늘날의 형태를 가지게 됐죠.” 1928년 영국의 지질학자 아서 홈스는 ‘맨틀대류설’을 주장했어요. 지구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인 지각과 핵(내핵·외핵) 사이에 두꺼운 맨틀이 있는데, 지구 내부의 뜨거운 열기로 끓어 맨틀이 대류하면서 판을 움직인다고 했죠. 이는 독일 과학자 알프레트 베게너가 1912년 발표한 ‘대륙이동설’에 힘을 실어줬어요.

지구 내부에너지가 화산·지진활동을 일으키면서 높은 산맥이나 깊은 협곡, 열도 등 다양한 지형을 만들어낸다.

약 1억 년 전 지구로 떠나볼까요. 우리가 살고 있는 아시아 대륙을 향해 큰 땅덩어리가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었어요. 바로 지금의 인도죠. “마침내 약 2500만 년 전, 인도는 아시아 대륙과 부딪혔고 엄청난 충격으로 땅이 솟구치며 히말라야 산맥을 만들었어요. 여기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가 있죠. 에베레스트에서 조개 화석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가은 학생모델이 “인도와 아시아 대륙이 합쳐지기 전 그 사이가 바다여서요”라고 답했어요. “맞아요. 에베레스트뿐 아니라 내륙 지방이나 높은 산에서 해양 생물 화석을 발견하면 과거 그곳이 바다였다는 걸 예상할 수 있어요. 지구 판은 천천히 움직입니다. 여러분 손톱이 자라는 속도보다 더요. 그래서 우리가 땅이 움직이고 있다는 걸 느끼지 못하는 거예요.”

지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표면을 포함한 지각 아래로 맨틀과 핵으로 구성됐다. 가장 안쪽에 있는 내핵은 고체, 맨틀은 반고체, 외핵은 액체 상태다.

화석(fossil)은 ‘땅에서 파낸 것’을 뜻하는 라틴어 ‘fossilis'에서 기원한 말이에요. 지질시대(지구 탄생~약 1만 년 전)의 생물 자체나 생물이 남긴 흔적이 다양한 자연적 방법에 의해 보존된 것이죠. 이집트의 미라처럼 인공적으로 만들어졌거나 인류 역사가 시작된 약 1만 년 전부터의 흔적은 화석이라고 하지 않아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화석을 통해 지질시대를 살펴봤습니다. 화석은 거의 모든 나라의 한 지층에서만 발견돼 지층이 쌓인 순서나 해당 층의 나이를 판단하는 데 사용(표준화석)하거나, 특정 환경에서 살던 생물이 남겨 과거 지질시대의 환경을 추측할(시상화석) 수 있게 돕거든요.

강원도 태백시에서 발견된 약 15cm 크기의 바실리엘라 삼엽충 화석. 몸체가 온전히 발견된 케이스다.


최초의 생명 출현은 약 40억 년 전이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화석으로 남아있는 생물의 흔적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약 35억 년 전 광합성을 하며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만들었던 단세포 원핵생물(세포핵을 가지지 않은 생물) 시아노박테리아예요.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주름진 돌처럼 보이는데요. 바닷속 박테리아(미세한 단세포 생활체)가 모여 살면서 주변 잔모래 등을 끌어와 한 층 한 층 쌓아 만든 것이에요.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만든 시아노박테리아는 식물처럼 광합성을 하면서, 지구에 처음 산소를 만들어낸 귀중한 친구들이죠. 지금 여러분이 보는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우리나라 대구의 큰 강가에서 발견된 것이에요.”

지질시대를 크게 둘로 구분할 때 약 5억4000만 년 전 시작된 캄브리아기(고생대)를 기준으로 하는데요. 이때부터 화석이 나타나죠. 특히 다양한 동물종의 화석이 상대적으로 빠르고 갑작스럽게 출현하며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라는 지질학적 사건으로 명명됩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삼엽충으로, 2억4500만 년 전까지 약 3억 년을 지구에서 살았어요. 고생대 후기에는 전 세계 대륙이 하나로 합쳐지며(초대륙 ’판게아‘) 얕은 바다가 줄어들고, 화산활동도 활발해지면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생명체들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됐어요. 삼엽충을 비롯한 당시 생명체의 95%가 멸종했죠.

티라노사우루스 이빨 복제품. 가장 큰 상악치(위턱 이빨)는 약 28cm로, 뼈를 부술 만큼 강력하다.


“고생대는 ‘삼엽충 시대’라고 할 수 있어요. 삼엽충은 고생대에서만 살았는데 쥐며느리·게·벌레처럼 생겼죠. 몸은 여러 마디로 나뉘고, 위쪽에 눈과 더듬이, 아래쪽에 수많은 다리로 구성돼 있어요. 제일 큰 삼엽충은 70cm, 가장 작은 건 1mm 크기죠. 큰 삼엽충은 바다 밑바닥을 기어 다니고, 작은 삼엽충은 헤엄쳐 다니면서 먹이를 찾았죠. 삼엽충은 원형 그대로 화석이 된 경우도 있지만, 몸이 찢어지고 떨어져 부분화석으로 남기도 했어요.”

중생대(약 2억5200만~6600만 년 전) 하면 떠오르는 생물은 공룡이죠. 약 1억5000만 년 동안 살았던 공룡은 튼튼한 골반과 다리골격 구조 덕분에 몸무게를 효과적으로 지탱하며, 마치 포유류처럼 육상에서 직립해 걸어 다닐 수 있었던 육상파충류였어요. 익룡·어룡·수장룡 등을 공룡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공룡과 함께 공통조상을 갖는 이궁형파충류(Diapsida)로서 친척관계죠.

2009년 몽골 고비사막 부긴자프 지역 데이노케이루스 뼈 발굴 현장(위 사진). 이항재 지질박물관장이 파손된 다리뼈 조각을 조립하고 있다.


이 관장은 많은 공룡화석 중 데이노케이루스를 소개했습니다. 1965년 폴란드 탐사팀이 몽골 고비사막에서 데이노케이루스 2.4m 앞다리(팔) 뼈를 발견했는데, 전체 뼈를 찾지 못해 전 세계 과학자들이 데이노케이루스를 궁금해했죠. 시간이 흘러 이 관장과 2010~2015년 지질박물관장이었던 이융남 박사 등이 속한 ‘한국-몽골 국제공룡탐사’ 연구팀이 2009년 몽골 고비사막 부긴자프 지역에서 새로운 데이노케이루스 뼈를 발견했어요.

“당시 도굴꾼들이 먼저 조사 장소를 헤집었어요. 머리뼈와 손뼈, 다리뼈도 없어지고, 등뼈도 다 박살 난 상태였죠. 뼈들을 조립해보니 데이노케이루스 몸 생김새가 특이하단 걸 알게 됐어요. 낙타처럼 등이 볼록 솟았다는 것이죠. 도굴됐던 머리뼈·다리뼈도 결국 되찾았고, 2014년 연구를 진행한 뒤 쓴 논문이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어요. 2019년 3D로 복원 화석을 만들어 지질박물관에 전시하게 됐죠.”

몸길이 11m인 데이노케이루스는 식물·물고기를 먹는 잡식성 공룡으로 입이 긴 부리처럼 생겼다..


데이노케이루스의 머리는 오리·저어새처럼 생겼고, 입도 새 부리 같았죠. 아민 학생기자가 “데이노케이루스는 주로 무엇을 먹었나요?”라고 물었어요. “데이노케이루스는 잡식성이에요. 부리로 식물을 뜯어 먹고, 물고기도 잡아먹었죠. 이빨이 없는 대신 자갈을 삼켜 먹이를 잘게 부숴요. 실제로 데이노케이루스 배에서 자갈이 1400개 이상 나왔고, 자갈 속에 물고기 뼈가 섞여있었죠.”

중생대와 신생대(약 6600만 년 전~현재)에 살았던 동물들을 합쳐 ‘현대 동물군’이라고 하는데 조개·소라·두족류 등 연체동물과 갑각류의 일종인 연갑류, 성계류 극피동물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고생대 초에 등장했지만 더디게 발전했고, 중생대에 바다에서 크게 번성했죠. 특히 연체동물문 두족강 암모나이트목에 속하는 암모나이트는 중생대의 표준화석으로도 이용돼요. 바다에서 서식하던 화석동물이죠.

“암모나이트 가운데 껍데기 표면에 얇은 층들이 무지갯빛처럼 반사하는 것들이 있어요. 이를 ‘진주층’이라고 해요. 무지갯빛처럼 반짝이는 껍데기는 보석으로도 쓰죠. 암모나이트는 공룡과 함께 멸종했어요. 지금은 암모나이트와 비슷하지만 껍데기가 없이 진화한 문어·오징어가 있죠. 암모나이트와 닮은 앵무조개는 암모나이트 친척뻘 되는 동물이에요. 앵무조개를 영어로 ‘chambered nautilus’라고 하는데, 세계 최초 원자력 잠수함 이름도 ‘노틸러스(nautilus)’예요. 앵무조개 껍데기가 공기로 차면 뜨고, 물이 채워지면 가라앉는 걸 잠수함에 응용한 거죠.”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지질구조와 암석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항재(왼쪽에서 셋째) 지질박물관장.


암석과 광물

화석을 통해 지질시대를 알아본 학생기자단이 암석 전시실로 향했어요. 암석은 인류의 출현과 함께 생활에 사용하게 되면서 문명 발달에 기여했죠. 암석은 크게 화성암·퇴적암·변성암으로 나뉘어요. 원시지구가 생겨 지구 내부에 녹아 있던 물질이 식으면서 굳어 화성암이 형성됐고, 지각물질이 풍화·침식·운반·침전돼 만들어진 퇴적물이 암석화작용(압축·교결작용)을 받아 퇴적암이 만들어졌어요. 암석들이 다시 열과 압력을 받으면 기존 성질이 변해 새로운 광물조성과 조직을 가진 변성암이 됩니다. 암석 형성 당시의 환경에 의해 암석에 남은 여러 모양을 암석구조라고 하며, 이 역시 화성구조·퇴적구조·변성구조 등이 있죠.

“화성암은 맨틀이나 하부지각에서 형성된 마그마가 주변 암석과의 밀도 차이에 의해 지표면으로 상승하며 굳어진 암석이에요. 마그마의 종류와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아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생성 당시의 깊이를 기준으로 크게 화산암과 심성암으로 나누죠.” 화산암은 결정 크기가 아주 작은 화성암으로 마그마가 지표면에 분출돼 형성하고, 심성암은 결정 크기가 비교적 큰 화성암으로 마그마가 지하에서 냉각돼 만들어지죠. 화산암은 유문암·안산암·현무암 등이 있으며, 심성암은 화강암·섬록암·반려암 등이 있어요.

암석과 광물

퇴적암은 지표면에 있던 암석 부스러기나 물에 녹아있는 물질, 생물의 유해가 물·바람·빙하 등에 의해 운반돼 쌓인(퇴적) 후 굳어져서 만들어진 암석이에요. 퇴적 당시의 지질환경과 생물계의 역사를 알려주는 각종 퇴적구조와 화석 등을 포함하죠. “삼엽충이 살던 곳에는 산호초가 많았어요. 그 산호초들이 쌓여 퇴적암이 되기도 했죠.” 퇴적물의 기원에 따라 쇄설성·화학적·유기적 퇴적암으로 분류됩니다. 암석의 풍화·침식작용으로 생성된 쇄설성 퇴적암에는 역암·사암·이암·셰일 등이 있어요. 물속에 녹아있던 성분이 화학적 침전으로 퇴적돼 만들어진 화학적 퇴적암에는 석회암·석고·암염 등이 있죠. 유기체의 잔재가 모여 형성된 유기적 퇴적암에는 석탄·규조토 등이 있어요. 한반도에 주로 분포한 퇴적암은 사암·석회암·셰일·역암 등이죠.

이들 암석이 열과 압력을 받으면 저온에서부터 고온, 저압에서부터 고압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변성암으로 변합니다. 예를 들면 석회암이 열을 받아 대리암으로, 화강암이 열과 압력을 받아 화강편마암이 되는 식이죠. 한반도는 북부와 남부 땅덩어리의 충돌로 인해 북동에서 남서방향으로 길게 늘어선 일정한 지질분포를 보여요. 그 3분의 2 이상이 화성암의 일종인 화강암, 변성암 중 하나인 편마암으로 구성됐습니다.

할로겐광물 중 하나인 망간단괴.

암석의 나이는 방사성 동위원소(원자핵이 불안정해 방사선을 방출하는 원소)로 알아냅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암석은 40억 년 된 ‘아카스타 편마암’으로 캐나다에서 발견됐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은 무엇인가요?” 가은 학생모델이 질문했어요. “인천광역시 옹진군에서 발견된 토날라이트질 혼성암인데, 약 25억400만 년 전에 생성됐어요. 일종의 변성암이죠. 한반도의 지질역사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죠.”

지질현상에서는 암석구조와 함께 지질구조도 나타납니다. 지질구조는 지각 변동 시 형성돼 어떤 지역의 지질의 특징을 결정하는 구조 형태를 통칭하죠. 예를 들어 습곡은 지하 깊은 곳의 암석층이 장기간 강한 압력으로 부드러워지면서 휘어진 것이에요. 절리는 암석이 외부의 힘을 받거나 냉각 과정에서 쪼개져 오래 풍화되면서 나타나는 틈을 말하죠. 암석에 틈이 생기고 움직여 어긋나게 되면 단층, 움직이지 않고 쪼개진 채 있다면 절리예요. 절리들로 쪼개진 암석들의 단면이 긴 기둥 모양으로 나타나는 걸 주상절리라고 하는데요. 화산암 암맥이나 용암, 용결응회암 등에서 잘 생성되며 특히 현무암질 용암에 많이 나타나요. 우리나라에선 현무암이 넓게 분출됐던 제주도 중문·대포해안의 주상절리대, 광주 무등산 주상절리대, 경북 포항 달전리 주상절리 등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죠.

형광광물은 광물에 불순물로 들어 있는 이온이 자외선을 흡수하고 가시광선 에너지로 전환해 형광빛을 낸다.

한창 돌덩이를 봐온 학생기자단의 시선을 반짝반짝한 것들이 사로잡았어요. 바로 광물이었죠. 땅속 마그마가 식으면서 굳을 때 온도와 압력에 따라 단계적으로 광물이 만들어져요. 모래와 자갈, 흙도 광물로 이뤄져 있죠. 광물은 원소와 그 원소의 결합에 따라 금·은·구리(동)처럼 단일원소로 구성된 원소광물, 황과 금속이 결합된 황화광물을 비롯해 할로겐광물·산화광물·탄산염광물·황산염광물·인산염광물·규산염광물 등으로 분류돼요.

“여러분, 소금도 사람이 먹는 광물이에요. 나트륨(Na)과 염소(Cl)가 합쳐진 소금(NaCl·염화나트륨)이 바다에서만 나온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남미나 중앙아메리카, 히말라야에서는 산에서도 소금을 캐요. 지구 판 이동을 설명하면서 바다 지층이 올라와 히말라야 산맥에 조개화석이 있다고 했죠? 바다에 있던 생물과 함께 광물인 소금도 산 위에 남게 된 거죠. 이렇게 산에서 나는 소금을 ‘암염’이라고 해요.”

대표적인 보석광물인 자수정은 석영의 한 종류로 철(Fe) 불순물이 들어가 보라색으로 빛난다.

광물 전시실 한가운데에 보랏빛을 내는 큰 광물이 전시돼 있었어요. 학생기자단은 “이건 어떤 광물이에요?” “정말 예뻐서 보석 같아요”라고 말했어요. “이 광물은 보라색 수정(석영)이란 뜻의 ‘자수정’이에요. 보석광물 중 하나죠. 수정은 본래 하얗거나 투명해서 백수정이라고 하는데, 철(Fe) 불순물이 들어가면 색이 변해요.”

하윤 학생기자가 자수정 옆에 전시된 다른 수정을 보고 “이건 왜 노랗고 흐릿하나요?”라고 질문했어요. “노란색 수정은 ‘황수정’이라고 해요. 황수정도 철 불순물이 들어간 것이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철이 녹슬면 노랗거나 갈색을 띠잖아요. 수정에 들어간 철 불순물도 녹으면 노란색을 띨 수 있어요. 하얗지만 어두운 빛깔의 수정은 연기가 낀 것 같다고 해서 ‘연수정’이라고 부르죠.”

한때 단열재 재료로 많이 쓰인 석면.

아민 학생기자가 “생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광물에는 무엇이 있나요?”라고 물었어요. “철광석이 있어요. 적철석·침철석·갈철석 등 철광석을 제철소 용광로에 넣어 녹여 우리가 쓰는 철을 뽑아내요. 석면이라고 들어봤나요? 겨울에 따뜻하게, 여름에 덜 덥게 하기 위한 단열재의 재료로 쓰여 옛날 집이나 학교시설에 석면을 많이 사용했어요. 석면을 현미경으로 보면 길고 가느다란 기둥처럼 생겼고, 톡톡 털면 쉽게 부서져서 먼지처럼 날아가요. 부서진 조각은 바늘처럼 날카로워서 마스크 안 쓰고 석면을 빨아들이면 폐에 박혀 암을 일으킬 수 있어요. 그래서 최근에는 석면 건축물을 해체·제거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이항재 지질박물관장 미니 인터뷰

지질박물관을 둘러보며 화석·암석·광물 등 다양한 지질표본을 살펴본 소중 학생기자단. 평소 궁금했던 점과 화석·암석·광물 등을 보며 생각난 것들을 이 관장에게 질문했어요.

이항재 지질박물관장은 앞으로도 지질박물관이 관람객에게 재미있고 유익한 전시물을 볼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하윤 어떤 계기로 지질연구원이 되셨나요.

어려서부터 과학 분야에 흥미가 있었고 과학도서나 학습백과 등을 많이 읽고 과학 다큐멘터리를 즐겨 봤어요. 특히 생물·지구·우주 등에 관심이 많았죠. 충남대학교 지질학과에 진학해 지질학의 다양한 분야를 배우면서 과거 생물들이 궁금해졌고 화석을 연구하는 고생물학을 공부하게 됐어요.

가은 어떤 나이대의 관람객이 지질박물관에 많이 오나요.
코로나19 확산 이전(2017~2019년 기준) 지질박물관을 찾는 관객 중 초등학생까지 어린이 비중이 약 52%로 가장 많았어요. 어린이 관객들이 지질박물관 전시를 관람하기 어렵지 않고 볼거리가 많다는 것이죠.

아민 화석들은 주로 어떤 암석에서 많이 발굴되나요.
일반적인 화석은 이암·사암·석회암 등의 퇴적암에서 발견돼요. 자갈이 쌓이는 환경은 화석 보존에 불리하죠. 하지만 경기도 화성시 공룡알 화석지에서는 자갈이 섞인 사암에서 많은 공룡알 둥지가 발견되기도 했어요. 드물지만 화산재가 쌓인 응회암이란 암석에서도 화석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죠. 일반적으로 화성암에서는 화석이 나오지 않아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지질박물관 2층 지질과학교육실에서 암석과 광물표본 및 박편을 돋보기와 현미경으로 관찰해봤다.


하윤 좋아하는 광물을 꼽으신다면요.
다이아몬드와 자수정을 좋아해요. 다이아몬드는 연필심으로 쓰이는 흑연과 같은 탄소 성분으로 구성돼 있지만 완전히 다른 분자구조를 지녔죠. 특히 지구상 가장 단단한 광물이란 점이 매력적이에요. 우리나라(울산광역시 언양읍)에서도 생산된 자수정은 지구에서 가장 흔한 광물 중 하나인 석영의 한 종류지만, 투명하고 아름다운 보랏빛을 띠어 매료될 수밖에 없었죠.

아민 관장님 같은 고생물학자는 고고학자와 같은 일을 하나요.
지질학은 광물, 암석(퇴적암석학·화성암석학·변성암석학), 지구물리, 고생물학 등으로 나뉘죠. 고생물학은 인류 역사를 훨씬 뛰어넘어 오랜 화석을 통해 과거의 생물을 연구하는 ‘자연계열’ 학문이에요. 고고학(고고학자)과 혼동할 수 있는데, 고고학은 인류가 남긴 유적과 유물을 역사를 연구하는 ‘인문계열’ 학문이에요. 발굴하기 위해 땅을 파는 정도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학문이죠.

가은 지질박물관에 전시된 것 중 어떤 주제가 가장 인기 있나요.
공룡화석과 보석광물이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요. 공룡화석은 관련 영화·애니메이션이 많아서, 보석광물은 보석이 주는 희소가치 때문인 것 같아요. 앞으로 지질박물관을 더욱 확장해 관람객이 재미있고 유익한 전시물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 취재를 통해 지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새로운 지식도 많이 배웠어요. 지구 대륙이 계속 이동해 현재와 같은 모양이 됐다는 것, 암석의 종류가 환경과 성분에 따라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또한 보석에 색이 다른 이유가 그 속에 이물질이나 원소가 들어있어 그렇다는 것도 이해하게 됐죠. 특히 우리나라에도 삼엽충이 살았다는 점과 관장님이 들려주신 생생한 공룡 발굴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김하윤(경기도 하스토리홈스쿨 4) 학생기자

이번 취재로 지질박물관을 처음 알게 돼 기대가 컸어요. 화석·암석·광물 등 평소 가까이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 지질박물관에 가득했는데 보면 볼수록 정말 신기했어요. 현재까지 알려진 지구의 가장 오래된 암석인 아카스타 편마암이 약 40억 년에 만들어졌고 지금까지 보존됐다는 것도 놀라웠죠. 눈 호강 시켜주는 보석광물은 하나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죠. 특히 반짝반짝 빛나는 자수정은 정말 예뻤어요. 지구과학을 배울 수 있는 지질박물관은 제가 지금까지 관람한 곳 중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방문하고 싶어요.

배가은(서울 중대초 4) 학생모델

한국의 지질을 연구하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지질박물관에 다녀왔어요. 박물관에 들어서면 커다란 지구본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요. 관장님에게 설명을 들어보니 이 지구본은 지구 바다 밑 지형을 표현한 거였죠. 저는 박물관에 전시된 광물들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특히 광물 중 자수정을 제일 좋아하는데, 큰 유리관 안에 전시돼 눈을 떼지 못했죠. 광물은 평범한 돌이라고 생각했는데 금·다이아몬드·수정·암염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광물뿐 아니라 화석·암석 등 지질과 관련된 내용을 보고 들으며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답니다. 나중에 가족들과 함께 지질박물관을 다시 방문하고 싶어요.

최아민(경기도 미사강변초 5) 학생기자

글=박경희 park.kyunghee@joongang.co.kr, 사진=이승연(오픈스튜디오)·한국지질자원연구원, 동행취재=김하윤(경기도 하스토리홈스쿨 4) 학생기자·배가은(서울 중대초 4) 학생모델·최아민(경기도 미사강변초 5) 학생기자, 참고자료=『한국지질도 2019』 『대한민국 국가지도집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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