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만 40개.. 이토록 자극적인 식집사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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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심 기자]
오늘도 나를 돌보듯 식물을 돌본다. 내게 있어 식물은 은근한 자극이다. 어느 날 문득 지루하거나 삶이 무료하다는 생각이 들 때, 원인을 알 수 없는 무기력과 우울이 고개를 내밀 때, 식물을 돌보면 모두 잊는다. 물을 주고, 잎을 닦고 다듬고 또 흙을 만지며 소리 없는 생명의 신비를 마주한다. 손과 신경에 가해지는 자연스러우며 일상적인 자극은 어떤 즐거움 못지않다.
식물을 돌보는 두어 시간, 화분을 들고 나르고 해도 피로함은 없다. 어쩌다 새로 나온 여린 잎을 마주하면 그 어떤 보석보다 아름답고 신비하다. 식물 앞에선 정신이 맑아지고 활력이 생긴다. 마음을 흔드는 복잡한 생각이 머리를 괴롭힐 때, 나는 식물에 눈을 돌린다.
▲ 스투키 뿌리가 나온 스투키를 화분에 식재했다. |
ⓒ 장순심 |
살아있는 것인지 죽어가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차피 죽어가는 것이라면 완전히 마르기 전에 물꽂이를 시도해보자고 생각했다. 과감하게 큰 줄기를 잘랐고 들쭉날쭉한 가지들도 잘라 물꽂이를 시도했다. 기왕이면 길이도 맞춰 주면 좋을 것 같아 긴 줄기를 여러 마디로 잘랐다. 신문지에 각각 싸서 일주일간 그늘에 두었더니 자른 자리가 쪼글쪼글. 이후에는 빈 유리병에 물을 담아 꽂아 두었다.
▲ 몬스테라 새 잎이 완전히 펼쳐지면 자르려고 했는데, 새 잎의 무게를 뿌리가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아 잘랐다. |
ⓒ 장순심 |
▲ 몬스테라 두어 달이 지나니 큼직한 뿌리가 3cm 정도 나왔다. |
ⓒ 장순심 |
▲ 몬스테라 잎 하나 삐죽 서 있는 썰렁한 화분이지만 앞으로 새 잎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된다. |
ⓒ 장순심 |
▲ 금전수 금전수 줄기마다 뿌리가 서너 가닥씩 나왔다. 내친김에 이것도 화분으로 옮겨보자고 생각했다. |
ⓒ 장순심 |
금전수는 잎꽂이로 번식도 가능하다고 한다. 입을 떼서 물에 담가 놓으면 잎에서 뿌리가 나온다고 한다. 하나의 화분이 서너 개의 화분으로 바뀌니 무한 번식이 가능한 식물이 금전수인 것 같다.
▲ 금전수 금전수 수경재배로 여름철 실내 시원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단다. |
ⓒ 장순심 |
애나 렘키가 쓴 <도파미네이션>에 인상적인 구절이 있다. '고통과 쾌락의 저울이 수평을 이루면 우리는 산책하기, 해돋이 구경하기, 친구들과 식사 즐기기 등 일상의 단순한 보상에서 다시 쾌락을 맛볼 수 있다'라고.
내게 있어 식물 키우기는 일상의 단순한 보상을 넘어서는 아주 특별한 매력이 있는 일이다. 짜릿하지도 중독되지도 않는 건강한 자극이며 자연스러운 일상에 몰입하게 하는 최상의 기제다. 오늘도 식물에게서 힘을 얻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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