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H 주택 착공실적 1년만에 98%→38% 급감, 무슨 일

김원 2022. 7. 2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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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에 있는 LH 사옥 전경. 중앙포토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주택사업 실적이 목표치를 크게 밑돌았다. 임대주택 공급 등을 통해 저소득층 서민의 주거복지를 증진시키는 게 LH의 역할이고, 주택 건립은 단시일 내에 이뤄질 수 없다. 서민의 주거 사다리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학용 의원실(국민의힘)이 LH를 통해 받은 2020년과 2021년 LH의 사업 추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LH의 주택사업 착공 실적은 2만5488가구로 목표치인 6만6566가구의 38.3%에 불과했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공공분양의 경우 착공 목표가 2만5393가구였으나 실제 실적은 1만3376가구(55.7%)로 나타났으며, 공공임대(0.58%), 국민임대(33.7%), 영구임대(21.4%)등 서민 주거와 관련한 사업의 착공 목표 달성도 저조했다.

주택사업 승인 실적 역시 목표 6만777가구의 80.2%인 4만8728가구에 그쳤다. 공공임대의 경우 1533가구 승인을 계획했지만, 실적은 한 건도 없었다. 5569가구 승인을 계획한 국민임대사업도 달성률 51.7%(2881가구)를 기록했다. LH가 기존 주택을 매입해 저소득층에게 장기간 임대하는 매입임대도 3만2824가구 계획에 미치지 못하는 2만1566가구(65.7%)만 공급하는 데 그쳤다. 2020년과 비교해도 지난해 실적 부진은 두드러진다. 2020년의 경우 사업 승인 실적 달성률은 103.4%, 착공 실적 달성률은 98.0%를 기록했다.

주택사업의 승인과 착공 실적 부진은 사업 지연으로 이어져 향후 주택 공급에 악영향을 미친다. LH는 "주택사업 승인의 경우 지구계획과 사업계획이 동시에 추진됐고,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심의 및 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 지연이 발생했고, 문화재 출토, 부지조성 및 보상 지연, 지자체 협의 등이 늦어지면서 착공도 일부 지연됐다"며 "매입임대도 전년 대비 매입 실적은 증가했지만, 11·19 전세 대책 등으로 매입임대 목표치가 증가한 영향이 있고, 매입 심의 기준이 강화되면서 실적이 다소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LH의 이러한 주택사업 실적 부진은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LH는 지난해 3월 직원들의 땅투기 사태 등 겪으면서 기관장이 교체되고 경영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과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LH는 지난해 본사 본부조직 축소(9→6본부, 20개 부서 통·폐합)와 정원 1064명 감축, 독점적·비핵심적인 24개 기능의 타기관 이관·폐지·축소 등으로 기능과 조직을 대폭 줄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2·4대책 등 공공 중심의 주택 공급 정책이 주민들의 반대 등으로 차질을 빚고 있는 것도 주택 사업 실적 부진의 이유로 언급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권 말이 되면 공공기관의 사업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LH가 주거 복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 등을 고려해 정치적인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H는 2020년과 지난해 2년 연속 경영평가에서 'D(미흡)'를 받았다. 지난해 기관장 평가도 'D+'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토부 업무보고에서 "LH의 대국민 서비스 혁신과 경영 합리화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LH가 공적인 사명감을 가졌는지,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경영체계를 갖췄는지, 도덕적 해이는 없는지는 민생에 직결된 만큼 가장 앞선 공공기관 개혁에 선도 부처가 되어 달라는 (대통령의) 아주 강력하고 엄격한 지시”라고 설명했다. LH는 이튿날인 19일 부사장 직속 전담조직인 'LH 혁신 태스크포스(TF)'와 '재무개선 TF'를 운영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경기 안성). 중앙포토


김학용 의원은 "문재인 정부 임기 말, 서민 주거 안정과 직결되는 LH의 사업 추진 실적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250만 가구+α 주택공급 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국회에서 사업 지연 원인을 면밀히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LH도 "전사적 사업협의체 운영 등 부서별 협업 및 국토부 등 유관기관과 협력체계 강화 등으로 운영계획 실적 달성 최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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