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 게임이 다시 복원된다면 [게임읽기]

강한결 2022. 7. 23.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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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출신 日 참의원 '오래된 게임의 아카이브' 공약 제시
전세계 게이머, 아카미츠 켄에게 공감대 전해
아카미츠 켄 참의원.   아카미츠 켄 트위치 화면 캡처

‘러브히나’, ‘마법선생 네기마!’ 등의 작품으로 이름을 날린 일본 만화가 아카마츠 켄을 아시나요. 최근 그는 일본 참의원(상원의원) 선거에 나가 비례대표로 당선돼 많은 화제를 모았습니다. 켄 의원은 정치 입문 전에도 적극적으로 사회운동에 참여한 인물인데요. 저작권 문제, 만화의 표현의 자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목소리를 내 왔습니다.

일본에선 만화가 최초로 참의원이 된 그의 첫 행보가 무엇일지 이목이 집중됐는데요. 유명한 ‘오타쿠’로 잘 알려진 그의 첫 의제는 바로 ‘오래된 게임의 아카이브화’였습니다.

켄 의원은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플레이할 수 있는 과거 게임의 합법적 보존에 대해 전문가 팀을 구성했다”라면서 “사라져 가는 오래된 콘텐츠의 보존에 강한 열의가 있다. 이건 성공시키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켄 의원의 발언에 일본 내 게이머들은 매우 긍정적으로 반응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에는 ‘젤다의 전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비롯한 수많은 고전 명작게임이 존재하니까요.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을 보존하겠다는 말이 더욱 뜻깊게 다가왔을 겁니다.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켄 의원의 공약은 한국 커뮤니티에서도 제법 화제가 됐습니다. 한 게이머는 “어렸을 때 정말 재밌게 했던 게임이 있었는데, 나중에 커서 이름을 잊어버렸다”면서 “우여곡절 끝에 어떤 게임인지 알게 됐지만, 다시 구할 방도가 없어서 굉장히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이 글은 많은 이용자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기자도 마찬가지로 추천을 눌렀죠.  

켄 의원의 공약을 보니 문득 과거 기자가 즐겼던 몇몇 게임이 떠올랐습니다. 어린 시절 정말 재밌게 플레이했지만, 이제는 찾는 것조차 어려워진 것들이죠. 앞서 소개한 커뮤니티 댓글 중에는 “옛날 생각에 몇몇 게임을 하고 싶은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불법 다운로드를 한 적이 있다”면서 “당연히 잘못된 것을 알지만 이게 아니면 구할 수가 없다”는 내용도 있었는데요. 불법 다운로드는 근절돼야 하지만, 기자 역시 한 명의 게이머로서 댓글을 단 유저의 심정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소닉 어드벤처 DX.   세가

기자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2004년 여름, 부모님 지인께서 게임CD 하나를 선물로 주셨는데요. 무려 100% 한글화를 지원하는 ‘소닉 어드벤처DX’였습니다. 이전까지 소닉 시리즈는 플레이스테이션2 타이틀과 PC버전 병행수입(국내의 상표권자 또는 전용사용권자의 허락 없이 제3자가 다른 유통경로를 통하여 진정상품을 수입하는 것)으로 국내에 유통됐지만, 손오공이 정식 배급과 유통을 맡으면서 정식으로 국내 출시가 결정됐습니다. 또한 손오공 로컬 팀이 100% 한글화 작업을 담당했기에 번역 퀄리티도 뛰어났습니다.

생각해보면 그해 여름은 내내 소닉과 함께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중학생 때까지도 종종 한 두 번 씩 게임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CD가 고장 나 게임이 더 이상 돌아가지 않게 됐는데요. 지금 그래픽과 비교하면 굉장히 조악한 수준이지만, 가끔씩 생각이 나기도 합니다. 현재는 합법적인 방식으로 한글판 타이틀을 구할 수 없어서 굉장히 아쉬운 대목입니다.

대항해시대4 with 파워업키트 HD.   스팀

코에이의 ‘대항해시대4’ 역시 기자의 인생게임 중 하나입니다. 기자가 갓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한 친구가 항상 이 게임을 했는데요. 처음 해보고 정말 재밌다는 인상을 받아서 방과 후 시간이 날 때마다 그 친구 집에 놀러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항로 파악을 위해 잘 쓰지도 않았던 사회과 부도를 펴서 세계지도에 깨알같이 메모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당시에는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가 없다는 것을 모른 채로 그냥 지도만 보고 항로를 잡았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습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친구는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가게 됐는데, 게임CD를 선물로 주고 갔습니다.

대항해시대4는 그나마 소닉 어드벤처DX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인데요. 조악하긴 했어도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되기도 했고, 지난해에는 스팀에 ‘대항해시대4 with 파워업키트 HD’가 출시돼기도 했습니다다. 여담으로 조만간 라인게임즈에서 또다른 시리즈 명작 ‘대항해시대2’ 기반의 ‘대항해시대 오리진’이 출시되는데 개인적으로 많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타임앤테일즈.   엔도어즈

마지막으로 소개할 게임은 ‘타임앤테일즈’입니다. 이 작품은 ‘군주 온라인’으로 유명한 엔도어즈가 개발하고 그라비티가 서비스한 게임입니다. 동서양의 역사를 넘나들며 ‘장보고’, ‘사카모토 료마’, ‘삼국지’ 속 인물 등을 만나 소통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 콘텐츠입니다. 에피소드마다 실제 역사와는 다른 부분이 있거나 플레이어가 참여하여 역사를 바꾸어야 하는 부분이 존재했고, 실존 인물들을 나중에 용병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타임앤테일즈는 반복적인 퀘스트 대신 역사 기반의 탄탄한 스토리 라인으로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다만 챕터별로 성능이 좋은 용병이 정해져 있었는데, 해당 캐릭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캐시로 특정 재료 아이템을 구매해야 했습니다. 결국 게임 내 경제 시스템이 망가져 버렸고, 이용자들은 게임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결국 타임앤테일즈는 2006년 출시 이후 3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습니다.

지금이야 스팀과 같은 온라인 판매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게임 타이틀이 절판되는 일은 거의 사라졌다지만, 게임팩과 CD 위주의 레트로 게임은 따로 디지털화를 하지 않는 이상 복원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온라인 게임은 더 사정이 어려운 편입니다. 서비스 종료 이후 게임사가 서비스 차원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례를 제외하면 이용자들은 해당 게임을 할 수 없는 경우 대부분입니다. 물론 넥슨의 ‘듀랑고’와 같이 이용자를 위해 싱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요.

과거와 달리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점차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게임을 제10의 예술로 편입시키는 것에 대한 논의도 진행중이니까요.

그러나 여전히 아쉬운 점은 영화나 사진·TV·라디오, 만화 등 다른 미디어 매체와 비교하면 게임의 사후 보존 조치는 다소 빈약한 편이라는 겁니다. 영화의 경우 이러한 보존 절차가 매우 잘 이뤄진 편인데요. 1938년 설립된 국제영상자료원연맹(FIAF)은 현재 전세계 65개국 130여 개의 영상자료원으로 구성돼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미뤄볼 때 게임이 가진 문화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게임의 아카이브화는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아시나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기원전 3세기 초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왕조에 의해 설립돼 391년까지 존속했던 건축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도서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류의 지식 모두를 아우르려는 욕구에서 지어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는 고대 인류 지식의 정수가 보관돼있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잘 보존됐다면 지금보다 과학 발전이 훨씬 빨랐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게이머들에게도 의외로 친숙한 건축물인데요. ‘마성의 게임‘으로 유명한 ‘시드마이어의 문명’ 모든 시리즈에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불가사의(원더)’로 등장했습니다. 노리는 문명이 많이 건설이 어렵지만, 짓기만 하면 초반 엄청난 효과를 주는 건축물입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걸작을 전시하면 테마 보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한 명의 게이머로서 켄 의원의 첫 번째 공약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만약 ‘오래된 게임의 아카이브화’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우리는 게임판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마주하는 감동을 누리게 될지도 모를 테니까요.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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