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수술대 오른 '종부세' 집값 자극 우려는?
1주택자 과세 기준 14억~15억원 추진..위헌 소송도
"징벌적 과세 완화 바람직..집값 자극 여지 고려해야"
문재인 정권에서 강화했던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수술대에 올랐다. 여야 모두 완화 방안을 내놓느라 분주하다. 일각에서는 종부세에 위헌성이 있다며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는 등 종부세를 '무력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종부세 명칭을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전문가들은 종부세가 다소 '징벌적'이었다는 점에서 완화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집값을 자극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무작정 완화하는 데에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새 정부,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 폐지 추진
정부는 오는 21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2022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한다. 개정안에는 현행 종부세를 손질하는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새 정부는 종부세 과세 체계를 기존의 주택 수 기준에서 가액 기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다주택자에 부여한 종부세 중과세율을 폐지하고 각자의 자산 규모에 따라 세금을 매기겠다는 의미다.
현재 다주택자(조정대상지역 2·3주택 이상)는 1주택 기본 세율(0.6∼3.0%)보다 높은 1.2∼6.0%의 중과 세율로 세금을 내고 있다. 애초 종부세율은 주택 수에 상관없이 0.5~2.0%였다. 하지만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내놓은 9·13 대책에 따라 2019년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이 도입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들을 압박해 집값을 잡으려 했지만, 서울 강남 등을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는 등 되레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 기준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100만 명이 넘어서는 등 대상이 늘면서 부정적 여론도 빠르게 확산했다. 새 정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세법 개정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 종부세 완화 경쟁…"집값 자극" 우려도
국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종부세 완화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올해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기준선을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기준선을 15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기준선을 1억원 더 올리겠다는 의미다.
종부세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종부세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에서는 종부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고려해 아예 명칭을 '국토균형세'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측은 "이미지 세탁을 위해 이름만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정권에서 강화된 종부세가 다소 징벌적이라는 점에서 일부 완화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종부세를 사실상 무력화하거나 폐지할 경우 되레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실제 새 정부가 추진하는 보유세 완화 방안이 이뤄질 경우 다주택자의 세 부담 경감이 1주택자보다 훨씬 크다며 '부자 감세'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회재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새 정부의 보유세 완화 방안에 따른 공시가격별 부동산 보유세 변동을 분석한 결과 공시가 50억원인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6000만원 가까이 경감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같은 공시가격 주택을 보유한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보유세가 2500여만원 감면되는 데 그쳤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종부세 강화는 집값에는 큰 영향이 없었던 반면 집주인이 임차인에 세 부담을 전가하는 등의 부작용이 컸던 제도"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완화해주는 게 맞다"고 분석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종부세는 이중과세 등의 문제점이 분명히 있다는 점에서 완화의 큰 방향성에는 공감한다"면서 "다만 무작정 완화할 경우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를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면밀하게 초고가 주택과 투기 수요 등을 구분해 세금을 매기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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