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막내에 "Maknae" 부른다..해외팬 취향 저격한 K팬 놀이
K팝 산업의 성장에는 공급자인 연예 기획사와 아이돌의 노력뿐 아니라 수요자인 K팬덤의 문화도 한몫한다. 글로벌 팬은 한국의 열정적인 ‘덕질’(좋아하는 것을 파고드는 일) 방식이나 팬덤 용어 또는 세계관을 배우는 것을 K팝 놀이의 백미로 꼽는다. 특히 K팬덤은 자기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각종 차트에서 1위로 만들기 위해 ‘화력’(집단 행동력)을 발산하며 단체 행동에 나선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띤다.
비욘세가 감동한 ‘K떼창’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한국인은 모처럼 보러 간 가수 공연에서 그동안 억눌린 열정을 폭발시키고, 다 함께 뭔가 하고 싶은 집단주의적 문화를 가지고 있다”며 “내가 응원하는 아티스트의 무대를 가장 대단하게 만들고 싶은 과시, 경쟁 심리도 다소 얽혀 있다”고 말했다.
팬덤을 상징하는 흰색·노란색·파란색 풍선에서 한 단계 진화한 응원봉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K팝 콘서트에선 스마트폰과 연동된 응원봉이 필수품이다. 방탄소년단(BTS) 응원봉인 ‘아미밤’은 멤버들이 추는 춤과 동작에 반응해 색깔이 바뀐다. 이를 손에 쥐고 공연을 즐기는 해외 팬들은 “아미밤 덕에 BTS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응원봉은 해외에서 라이트스틱(lightstick)이라고 불리는데, 생소한 물건이다 보니 해외 팬들은 사용법을 검색해야 한다. 지난 4월 네 차례의 방탄소년단(BTS) 라스베이거스 공연에서 아미밤은 100억 원어치 이상 팔렸다.
빌보드도 견제하는 ‘K스밍 화력’
소속감 부여하는 K팝 세계관·용어
K팝 용어를 배우며 소속감을 갖는 것도 일종의 놀이로 꼽힌다. 특히 나이와 데뷔 연도를 따지는 것을 해외 팬들은 흥미로운 소재로 여긴다. 예컨대, BTS의 정국과 갓세븐의 유겸을 ‘97라인’(97 liners)라고 소개하거나, 팀 중 막내를 ‘Maknae’, 먼저 데뷔한 타 그룹을 ‘선배님’의 두문자어 ‘SBN’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해외에서는 나이에 따른 서열 개념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적절한 영단어가 없어 한국어 그대로 쓰인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문화 수출이 갖는 파생적 효과라고 분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한국 부모 세대가 팝송과 외국 영화를 접하며 자연스럽게 영어와 서구권 문화를 배웠듯, K팝에 빠져 한국어를 공부하고, 유학까지 온 외국인이 많다”며 “문화 수출은 아티스트뿐 아니라 이를 확장시키는 팬덤 간의 상호작용이 한국의 다양한 산업을 성장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유나양 가족 車 바닷속 발견…그날밤 11시 마지막 모습
- "성매매 여성에 목줄 채우고 배설물 먹였다"…원주 공포의 자매
- 셀프주유소서 "왜 안 와?"…70대 직원 무릎 꿇리고 뺨때린 부부
- 전세기 타고 제주 온 몽골 관광객 23명 행방 묘연…무슨 일
- "너구리 봤어요?" "아뇨 아직…" 140만명 빵터진 '거꾸리 인터뷰'
- "민간인들 산채로 불탔다"…러, 우크라 쇼핑몰에 미사일 쐈다 (영상)
- '세계 여자골프 4위' 리디아 고, 현대카드 부회장 막내며느리 된다
- 대형 트레일러 여니 시신 46구…미 뒤집은 '최악의 이민자 참사'
- 옛 동료 4개월 딸에 접착제 테러…그녀의 '무서운 앙심'
- 형제 다툼 입 연 박수홍 "결혼하면 죽는단 형, 지옥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