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개편 다음은? 걸음마 뗀 '재초환'
국토부, 주택·건설 연구기관 의견 청취 한창
전문가들 "재초환 폐지 없인 활성화 어려워"
'재건축 3대 대못' 제거에 속도가 붙고 있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개편에 시동을 건 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완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국회가 관련 법안을 발의하며 규제완화에 적극 나서자 시장에서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제시된 방안은 재건축 대상 주택을 장기간 보유한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부담금을 절반으로 감경하는 식이다. 다만 10년 보유, 5년 거주 등의 조건이 붙으면서 일각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조합원마다 부담금이 다르면 사업 추진이 원활하지 않을 거라는 우려에서다.
10년 보유·5년 거주하면 '반값 부담금'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실거주자의 재건축부담금을 줄여 재건축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재초환은 재건축을 추진한 조합원이 1인당 평균 3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얻으면 정부가 이익금의 10~50%를 부담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개정안은 먼저 재건축 대상 주택을 장기보유한 실거주자에 대한 부담금 경감책을 담았다. 1가구 1주택자가 해당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하고 5년 이상 거주한 경우 재건축부담금을 50% 깎아준다.
재건축부담금의 부과개시 시점은 '최초로 구성된 조합설립추진위원회(추진위)가 승인된 날'에서 '조합설립인가일'로 변경한다. 추진위를 재건축사업에 대한 권리·의무 주체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재건축초과이익 면제 기준은 기존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대폭 오른다. 아울러 현행법은 조합원 1인당 평균이익이 2000만원 늘 때마다 부담금을 누진부과하고 있지만, 이 기준을 3000만원으로 상향한다.
배 의원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조합원들의 부담을 높이고, 민간의 수익은 낮춤으로써 재건축시장 활성화의 발목을 잡아왔다"며 "(재건축) 인센티브와 민간 활성화를 위한 공간을 조성해 시장이 스스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 13일 발표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도의 쟁점과 논의과제' 보고서에서 이같은 내용을 언급했다. 사업 개시 시점을 조합설립인가일 이후로 변경하고, 1주택자와 장기거주한 실소유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다만 보고서는 최대 50%에 이르는 부과율이 과도하다고 지적했지만, 개정안에선 부과율은 그대로 유지했다.
재초환 완화 없인 '공급 불가'…정부 의견수렴중
윤석열 정부도 그동안 재초환 완화를 재차 약속했다. 지난달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 분양가상한제, 재건축부담금, 안전진단 등 '재건축 3대 대못'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도심 공급을 촉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발표한 '분양가 제도운영 합리화 방안'을 통해 분양가상한제에 먼저 손을 댔다. 이어 재건축부담금이 규제 완화 2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관련 TF를 통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중이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정부 주재 주택공급 TF에서 재초환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으로 안다"며 "분양가상한제를 아무리 개선해도 현행법에 따라 부담금이 3억~4억원씩 부과되는 단지들이 있는데 재초환 개선 없이는 공급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재초환법은 2006년도에 시행했는데, 그새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당시 기준으로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면제 기준을 1억원으로 올리고 최대 50%에 달하는 부과율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관련 연구기관들을 통해 재초환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며 "부과 대상 사업장이 서울시에 많다 보니 같은 당인 오세훈 서울시장도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국회 나섰지만 '갈 길 머네'
국회와 정부가 함께 재초환 완화에 나섰지만, 아직은 첩첩산중이다. 국회에서 완화 방안이 발의되긴 했지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재초환 완화에 반대하는 상황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민주당은 재초환 완화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재건축 활성화는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부담금이 줄더라도 가처분소득이 많지 않은 가구는 여전히 재건축을 망설일 수 있어서다. 실거주 기간과 보유한 주택 수에 따라 부담금이 달라지는 탓에 거주기간 등을 채우지 못한 조합원들은 재건축을 반대할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담금을 절반으로 줄인다 하더라도 사업성을 확보하긴 어렵다"며 "가끔씩 부촌에서 이뤄지는 재건축이 다인 지금의 상황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비사업에 대한 조그만 가능성만 있어도 집값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재초환은 단계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재초환은 재건축 이익금을 산출하는 방식이 정당한지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조합원들의 입장에선 이익금의 절반을 부담금으로 낼 바에야 일대일 재건축을 통해 부담금을 줄이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하은 (le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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