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최고·최악 아닌 최선의 영부인이길

2022. 6. 20.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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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미국 역사상 최고의 영부인은 누구일까? 아동·여성·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위해 대외활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펼쳤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부인 엘레나 여사가 꼽힌다. 반대로 최악의 영부인은? 사치와 낭비벽에 빠져 대외활동을 가장 소극적으로 펼쳤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부인 메리 여사가 꼽힌다. 두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 손꼽히지만, 두 영부인은 ‘최고’와 ‘최악’으로 엇갈린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역대 영부인들과의 만남, 팬클럽, ‘언니 호칭’, 추모음악회 단독 참석 등 광폭 행보로 논란과 주목을 받고 있다. 역대 영부인 11명과 해외 퍼스트레이디들의 내조 변천사를 보면 과거와는 확연하게 달라진 새로운 영부인상을 실감케 한다.

오늘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신사임당과 같은 현모양처형 영부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과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는 아내보다 24살 많고,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아내보다 24살이 적다. 이렇듯 연령 파괴와 재혼이 적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보다 12살이 많은 건 비교가 되지 않는다. 영국의 퍼스트레이디 캐리 여사는 최근 총리 관저를 벽지 한 롤당 840파운드(한화 136만원)짜리 호화 인테리어로 꾸며 ‘캐리 앙투아네트’라는 비난까지 받았다. 사실 김건희 여사의 독특하고 소탈한 스타일은 보수적인 고연령층이나 반대자들의 눈에 거슬리고 불편할지 모르지만, 젊은 층이나 선진국의 관점에서 보면 새롭고 흥미로울 것이다. 21세기 영부인상이 크게 변한 것만은 분명하다.

요즘 같은 우먼파워 시대에 조용한 내조를 기대하기 어렵고 또 요구할 수도 없다. 김정숙 여사는 조용한 내조를 했는가? 왕성한 내조를 했던 육영수 여사, 이희호 여사, 엘레나 여사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 부인 힐러리 여사는 6명의 장관과 백악관 참모들이 참여하는 ‘의료보험특위 위원장’이라는 공직을 맡았고, 질 바이든 여사는 백신접종 캠페인을 명분으로 미국 전역을 돌며 남편 지지 운동을 펼쳤다. 미국 퍼스트레이디들은 ‘Pet Project’(영부인 사업)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정책 활동을 전개하도록 법적, 제도적, 재정적 지원을 받는다.

김건희 여사도 관심 분야인 문화예술과 반려동물, 그리고 미혼모, 노인, 불우아동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봉사활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3·9 대선 때 후보 부인 관련 의혹이 많았고, 조용한 내조를 바라는 여론이 여전히 60%를 넘는 만큼 최대한 낮은 자세로 서서히 활동폭을 넓혀가되 정치적 행보는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흔히 영부인의 유형을 ‘전통적 내조형’과 ‘활동적 내조형’ ‘참여적 내조형’으로 구분하고 있지만, 이제 그런 구분은 별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현대 영부인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다방면에서 적극적으로 돕는 참여적 내조형이 대부분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일본 등 어느 선진국도 영부인 옷값이나 핸드백, 구두, 귀걸이, 목걸이를 국민혈세로 지원하지 않는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드들은 자비로 구입하거나 기존 의상을 재활용하고 협찬과 선물을 받기도 하지만 고가일 경우 공개하거나 퇴임 후 반납한다. 차제에 우리는 관련 규정을 만들어서 영부인 의상비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영부인의 모든 사적 활동은 결과적으로 공적 활동이라는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 남편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순간, 경호 등에 국가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공인 중의 공인’이다. 예컨대 지금 김 여사가 친구들과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가? 김 여사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주목을 받고 본의 아니게 큰 파장을 초래할 수 있다. 때문에 정교하고 세련된 영부인 전담팀과 대내외 활동, 해외순방 프로그램 즉, 제2부속실 시스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경제공황과 전쟁으로 힘들 때마다 하늘을 쳐다봤다. 그때마다 부인 엘레나 여사는 말했다. “여보, 힘내세요. 비가 오면 반드시 맑은 날이 오잖아요!” 오늘날 최고의 영부인도 없고, 최악의 영부인도 없다. 오로지 ‘최선의 영부인’만 있을 뿐이다. 김건희 여사는 오로지 남편의 성공과 국민의 행복만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미래지향적인 영부인 모델을 새롭게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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