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들 살 오를수록, 부모 새들은 하루 다르게 훌쭉
-먹이경쟁 치열, 아무리 먹여도 끝없이 보채
-둥지 떠나도 자립할 때까지 보살펴
-부모 새 지극사랑, 본 받을 점 많아
매년 4월에서 7월 사이, 우리의 산하에는 여름새들이 천적을 피해 가능한 은밀하고 안전한 곳을 찾아 알을 낳고 품어서 정성껏 새끼들을 키워낸다.
야생 조류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새를 관찰하고 이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수많은 생태사진가들은 이들의 둥지를 찾아내 기록하기에 분주한 시기이기도 하다.
알이나 어린새끼들이 살고 있는 둥지는 나무의 높은 곳이나 보호색을 띠고 있는 장소, 아니면 무성히 자란 풀 속에서 둥지를 지어 찾기가 쉽지않다. 나무에 구멍을 뚫어 번식하는 새들은 자신의 몸만 겨우 들어갈 정도로 입구를 가능한 최소지름으로 뚫어 가능한 노출을 피하고 둥지 안으로 덩치 큰 침입자의 출입을 저지한다. 하지만 일단 둥지를 발견하면 충분히 영양공급을 받을 수 있어 뱀이나 족제비, 들고양이, 청설모, 맹금류들은 오감을 총 동원해 둥지 찾기에 온힘을 쏟는다.
이처럼 번식기 야생조류들은 새끼들을 먹이고 지키기 위해 둥지를 지어 알을 품고 안전하게 집을 떠날 때가지 육아일기는 눈물겹다. 부모 새들은 잠깐 한눈팔다 보면 새끼들을 잃어버릴 수 있어 가능한 최대한 빠른 시간에 암수가 번갈아가며 새끼들이 좋아하는 영양 높은 먹이를 부지런히 물어다 먹인다.
어미, 아비새는 둥지에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둥지를 보호하기 위해 의태행동으로 천적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거나 자신보다 덩치가 크면 집단으로 공격해 물리치기도 한다. 이 때 상대방에 공격을 당해 죽기도 한다.
다큐멘터리 생태작가 용환국(58) 씨는 “긴점박이 올빼미 생태를 수년째 기록 중이다. 새들도 사람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면서 “단지 틀린 점은 새들은 인간처럼 욕심도 교활함도 없다. 자연이 베푸는 대로 순응하며 살아간다. 이것이 정답이라는 걸 우리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새들은 종류에 따라서 곤충이나 애벌레, 지렁이 등을 직접 물어다 먹이기도 하고 부모 새가 먹이를 먹어 몸속에서 적당히 녹인 후 새끼들에게 토해내 먹이기도 한다. 새들이 커갈수록 당연히 먹는 양도 많아져 부모 새들은 하루 종일 눈코 뜰 새가 없다. 어린 새들의 둥지를 떠나는 이소시기에는 새끼들이 어미보다 덩치가 커져 먹이를 물고 있지 않으며 부모와 새끼의 구별이 안 될 수도 있다.
먹은 만큼 배설하는 새끼들의 분변도 좁은 둥지에서 냄새가 나면 천적으로부터 노출되기 쉬어 부모 새들은 자식의 분변을 아예 먹어치우거나 똥을 싸는 대로 멀리 내다 버린다. 새끼들도 이런 부모의 고생을 아는지 부모 새가 물어다 버리기 쉽게 우윳빛 막으로 둘러 쌓인 변을 배출한다.
육추 기간에 부모 새들은 그들의 일과인 깃털 다듬을 시간조차 없다. 몸맵씨도 엉망이고 자식들 먹이느라 자신의 몸은 하루가 다르게 여위어간다. 자식들이 잘 먹고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해하는 눈치는 사람과 매한가지다. 오로지 천적을 피해 최대한 빨리 키워내 둥지를 벗어나 독립시키는게 부모 새들의 최대 목표다. 하지만 새들이 천적을 피해 안전하게 둥지를 떠나는 일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그냥 자연의 이치라 받아들여야하지만 ‘새끼들을 다 키워서 잃어버리면 얼마나 허망할까’ 하는 아쉬움도 감출 수 없다.
지난 6월 초에 촬영한 흰눈썹황금새의 한 둥지에서는 걱정했던 대로 이소를 하루 이틀 앞두고 누가 침입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새끼들이 모두 사라졌다. 둥지 곁을 오가며 어미 새는 한없이 울어대고 아비 새는 먹이를 물고 빈 둥지 주변을 맴돌았다. 둥지 인근에서 함께 촬영했던 한 생태사진가는 “그래서 사람들이 너무 가까이 접근하거나 큰소리를 내지 않는 등 둥지 촬영 원칙만 잘 지키면 오히려 외부 침입자로부터 새끼들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땅에서 사계절 살아가는 텃새들도 있지만 작은 몸으로 목숨 걸고 수천km 날아와 정성껏 둥지를 만들어 알을 품고(포란·抱卵) 키우고(육추·育雛) 둥지를 벗어나기(이소·離巢)까지 어미 새, 아비 새의 희생과 힘겨운 과정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생명의 소중함과 경이로움, 존엄, 자연의 질서에 대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경기도 팔당 상류에서 만난 생태사진가이자 시인인 이규곤(72) 목사는 “로마서 1장 20절 말씀인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 그러므로 그들이 핑계하지 못할지니라’”란 말씀처럼 “어미 새들의 육추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놀라운 헌신과 사랑, 하나님의 섬세한 창조 능력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쿠키뉴스 생태조사팀은 지난 5월에서 6월 중순까지 경기도, 충청도, 강원도 일대의 야생조류 번식지를 찾아 새들의 번식에 방해되지 않도록 기본 수칙을 지켜가며 알 품기부터 이소까지 새들의 육아일기를 카메라에 담아 화보로 펼쳐본다.
자세한 번식지 위치는 야생 조류 보호를 위해 밝힐 수 없음을 독자 여러분께 양해를 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