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새끼들, 똥도 예쁘지" 야생조류 육아일기

곽경근 2022. 6. 19.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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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는 봄에서 초여름 사이 우리 땅에서 번식하는 텃새와 여름철새들의 번식터를 조심스럽게 찾았다. 그들이 둥지를 짓고 알을 품고 새끼들을 키우는 현장을 초망원렌즈를 통해 생생하게 포착해 화보로 꾸며 보았다. (TIP 파일이어서 사진 연속해서 펼쳐진다.)

-새끼들 살 오를수록, 부모 새들은 하루 다르게 훌쭉
-먹이경쟁 치열, 아무리 먹여도 끝없이 보채
-둥지 떠나도 자립할 때까지 보살펴
-부모 새 지극사랑, 본 받을 점 많아
'얘들아, 기다려!' 흰눈썹황금새가 먹이를 잡아 둥지 앞에서 주변에 천적이 없는지 살피고 있다. 흰눈썹황금새는 참새목 딱새과의 여름철새이다. 수컷의 생김새는 이름처럼 눈썹이 뚜렷하게 흰색을 띠며, 배는 황금같이 노란색을 띤다. 암컷은 흰 눈썹선이 없고 배는 대체로 흰색을 띠며 몸 위는 갈색을 띤다. 몸길이는 약 11cm로 삼림·정원 등지에 서식하며 유충이나 벌 따위의 먹이를 먹는다. 관심필요종이다.

매년 4월에서 7월 사이, 우리의 산하에는 여름새들이 천적을 피해 가능한 은밀하고 안전한 곳을 찾아 알을 낳고 품어서 정성껏 새끼들을 키워낸다.
야생 조류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새를 관찰하고 이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수많은 생태사진가들은 이들의 둥지를 찾아내 기록하기에 분주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번엔 누구 차례지!' 꾀꼬리 어미가 갓태어난 새끼들에게 먹이를 입에 넣어주고 있다.꾀꼬리는 몸길이 약 26cm로 몸은 선명한 노란색이고 부리는 붉은 색이며 검정색 눈선이 뒷머리까지 둘러 있다. 둥지는 나무의 높은 가지 위에 식물의 잎, 나무껍질, 잡초의 가는 뿌리 등을 이용해서 밥그릇 모양으로 만든다. 알을 낳는 시기는 5~7월이다.

알이나 어린새끼들이 살고 있는 둥지는 나무의 높은 곳이나 보호색을 띠고 있는 장소, 아니면 무성히 자란 풀 속에서 둥지를 지어 찾기가 쉽지않다. 나무에 구멍을 뚫어 번식하는 새들은 자신의 몸만 겨우 들어갈 정도로 입구를 가능한 최소지름으로 뚫어 가능한 노출을 피하고 둥지 안으로 덩치 큰 침입자의 출입을 저지한다. 하지만 일단 둥지를 발견하면 충분히 영양공급을 받을 수 있어 뱀이나 족제비, 들고양이, 청설모, 맹금류들은 오감을 총 동원해 둥지 찾기에 온힘을 쏟는다.
'이 정도 비쯤이야!' 되지빠귀의 자식사랑되지빠귀는 봄과 가을에 우리나라의 숲에 머물렀다 떠나는 여름 철새이며, 일부 무리는 번식도 하는 여름새이다. 산지 숲에서 참나무 등의 높은 나뭇가지에 밥그릇 모양의 둥지를 틀고 5~6월에 알을 낳는다. 

이처럼 번식기 야생조류들은 새끼들을 먹이고 지키기 위해 둥지를 지어 알을 품고 안전하게 집을 떠날 때가지 육아일기는 눈물겹다. 부모 새들은 잠깐 한눈팔다 보면 새끼들을 잃어버릴 수 있어 가능한 최대한 빠른 시간에 암수가 번갈아가며 새끼들이 좋아하는 영양 높은 먹이를 부지런히 물어다 먹인다.
'아빠, 이번엔 내 차례에요!' 쇠제비갈매기 새끼들이 먹이를 물고 온 부모새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멸종 위기등급 관심대상인 쇠제비갈매기는 도요목 갈매기과의 조류이다. 바닷가 자갈밭이나 강가 모래밭에 떼지어 둥지를 틀고 4월 하순에서 7월에 2∼3개의 알을 낳아 20∼22일 동안 품는다. 주로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어미, 아비새는 둥지에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둥지를 보호하기 위해 의태행동으로 천적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거나 자신보다 덩치가 크면 집단으로 공격해 물리치기도 한다. 이 때 상대방에 공격을 당해 죽기도 한다.
참매가 어린 새끼를 돌보고 있다. 예로부터 사냥능력이 뛰어나 해동청으로도 불렸던 참매는 꿩과 토끼 등 날짐승과 들짐승 사냥에도 쓰였다. 5월 상순경에 보통 3~4개의 알을 낳아 40일 가까이 품는다.

참매 새끼들

다큐멘터리 생태작가 용환국(58) 씨는 “긴점박이 올빼미 생태를 수년째 기록 중이다. 새들도 사람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면서 “단지 틀린 점은 새들은 인간처럼 욕심도 교활함도 없다. 자연이 베푸는 대로 순응하며 살아간다. 이것이 정답이라는 걸 우리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네 차례가 맞지?'되지빠귀 어미가 갓 잡아온 먹이를 새끼에게 먹이고 있다. 되지빠귀는 몸길이 약 23cm로 턱 밑과 멱의 중앙은 누런 갈색 바탕에 잿빛 세로무늬가 있다. 아랫가슴과 옆구리는 오렌지색이며 짙은 잿빛 또는 잿빛 얼룩이 있다.

'넉넉히 잡아오긴 했다.' 호랑지빠귀 부모새가 지렁이를 잔뜩 물어와 어느 새끼에게 먹일지 살피고 있다. 몸길이 약 29.5cm로 깃은 노란색을 띤 갈색이며 몸에는 검정색 및 흰색 비늘무늬가 있다. 날 때에 날개 아랫면을 가로로 잇는 검정색 띠와 흰색 띠가 특징이다.

새들은 종류에 따라서 곤충이나 애벌레, 지렁이 등을 직접 물어다 먹이기도 하고 부모 새가 먹이를 먹어 몸속에서 적당히 녹인 후 새끼들에게 토해내 먹이기도 한다. 새들이 커갈수록 당연히 먹는 양도 많아져 부모 새들은 하루 종일 눈코 뜰 새가 없다. 어린 새들의 둥지를 떠나는 이소시기에는 새끼들이 어미보다 덩치가 커져 먹이를 물고 있지 않으며 부모와 새끼의 구별이 안 될 수도 있다.

'우리 새끼들은 똥도 예쁘게 싸요.'흰눈썹황금새 어미새와 아비새(아래)가 새끼들이 항문에서 나온 분변을 입에 물고 둥지 밖으로 나서고 있다.

부모새는 새끼들에게 먹이를 준 후 잠시 기다렸다가 새끼들이 항문을 부모 쪽으로 돌리고 쓰레기 봉투처럼 생긴 하얀 막에 덮인 분변을 몸 밖으로 밀어내면 재빠르게 분변을 물어 둥지 밖으로 벗어난다.

먹은 만큼 배설하는 새끼들의 분변도 좁은 둥지에서 냄새가 나면 천적으로부터 노출되기 쉬어 부모 새들은 자식의 분변을 아예 먹어치우거나 똥을 싸는 대로 멀리 내다 버린다. 새끼들도 이런 부모의 고생을 아는지 부모 새가 물어다 버리기 쉽게 우윳빛 막으로 둘러 쌓인 변을 배출한다.

'아가야, 아빠 모습 엉망이지만 이해하라' 오색딱다구리 부모새가 이소를 앞두고 식욕이 왕성한 새끼들 먹이를 공급하느라 새끼들보다 오히려 얼굴이 작아졌다. 오색딱다구리는 낙엽활엽수림·잡목림에 구멍을 파고 그 속에 둥지를 틀고 5∼7월에 4∼6개의 알을 낳는다. 새끼는 부화한 지 20∼21일만에 둥지를 떠난다.

오색딱다구리는 검은색, 붉은 색, 하얀색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몸빛이 특징이다. 암컷과 수컷 모두 몸빛이 같다. 먹이는 애벌레(유충), 거저리류, 곤충, 호두, 옻나무열매 등의 나무 열매이다. 나무줄기를 두드려서 구멍을 파고 긴 혀를 이용해서 그 속에 있는 곤충류의 유충을 잡아먹는다.

육추 기간에 부모 새들은 그들의 일과인 깃털 다듬을 시간조차 없다. 몸맵씨도 엉망이고 자식들 먹이느라 자신의 몸은 하루가 다르게 여위어간다. 자식들이 잘 먹고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해하는 눈치는 사람과 매한가지다. 오로지 천적을 피해 최대한 빨리 키워내 둥지를 벗어나 독립시키는게 부모 새들의 최대 목표다. 하지만 새들이 천적을 피해 안전하게 둥지를 떠나는 일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그냥 자연의 이치라 받아들여야하지만 ‘새끼들을 다 키워서 잃어버리면 얼마나 허망할까’ 하는 아쉬움도 감출 수 없다.

새끼들을 모두 잃어버린 흰눈썹황금새 수컷이 빈둥지에 먹이를 물고와 둥지 안을 살피고 있다.생태사진가 용환국 씨는 “새들이 짝짓기하고 둥지를 짓고 새끼를 품고 낳아 자연의 순리대로 최선을 다해 키우는 모습을 보면 감동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이들이 자기보다 약한 풀벌레를 잡아 새끼들에게 먹이고 어느 순간에는 다 키운 새끼들이 상위 포식자에게 잡혀먹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사람도 대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며 살아가야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초에 촬영한 흰눈썹황금새의 한 둥지에서는 걱정했던 대로 이소를 하루 이틀 앞두고 누가 침입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새끼들이 모두 사라졌다. 둥지 곁을 오가며 어미 새는 한없이 울어대고 아비 새는 먹이를 물고 빈 둥지 주변을 맴돌았다. 둥지 인근에서 함께 촬영했던 한 생태사진가는 “그래서 사람들이 너무 가까이 접근하거나 큰소리를 내지 않는 등 둥지 촬영 원칙만 잘 지키면 오히려 외부 침입자로부터 새끼들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둥지는 24시간 카메라 작동합니다' 제비가 화성시 한 식당 출입문 천장에  달린 감시카메라 위에 둥지를 틀었다. 제비는 4월 하순~7월 하순에 3∼5개의 알을 낳아 13∼18일 동안 품고 부화한 지 20∼24일이면 둥지를 떠난다.

제비는 흔한 여름새이지만 최근 도심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 이동할 때나 번식기에는 단독 또는 암수 함께 살다가 번식이 끝나면 가족과 함께 무리를 짓는다. 둥지 재료를 얻기 위해 땅에 내려앉는 것 외에는 거의 땅에 내리지 않는다. 먹이는 주로 파리·딱정벌레·매미·날도래·하루살이·벌·잠자리 등 날아다니는 곤충을 잡아먹는다.

이 땅에서 사계절 살아가는 텃새들도 있지만 작은 몸으로 목숨 걸고 수천km 날아와 정성껏 둥지를 만들어 알을 품고(포란·抱卵) 키우고(육추·育雛) 둥지를 벗어나기(이소·離巢)까지 어미 새, 아비 새의 희생과 힘겨운 과정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생명의 소중함과 경이로움, 존엄, 자연의 질서에 대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물까치 어미새,아비새의 희생과 헌신'물까치는 산지 숲이나 평지 숲에서 지내다가 겨울에는 도심까지 내려와 생활하는데 텃새로 한반도 전역에서 번식한다. 낙엽송 등 나무와 대나무숲에 둥우리를 틀고 5월부터 산란한다. 한배에 6∼9개의 알을 낳고 새끼들에게는 여치·털매미 따위 곤충이나 청개구리·거미 따위를 잡아 먹인다.

'뿔논병아리 가족'물풀이 무성한 연못이나 호수에 번식하면서 물풀로 접시 모양의 둥지를 짓고, 엷은 청색 또는 흰색 알을 3-5개 낳는다. 번식을 할 때는 우아한 구애춤을 추기도 하고, 서로 물풀로 애정을 표시한다. 뿔논병아리의 수컷은 부성애가 지극하여 새끼를 등에 업고 다닌다.

경기도 팔당 상류에서 만난 생태사진가이자 시인인 이규곤(72) 목사는 “로마서 1장 20절 말씀인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 그러므로 그들이 핑계하지 못할지니라’”란 말씀처럼 “어미 새들의 육추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놀라운 헌신과 사랑, 하나님의 섬세한 창조 능력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때까치'몸길이 약 18cm로 수컷은 머리가 붉은 갈색이고 등 아래쪽은 잿빛이다. 날개는 검고 흰색 얼룩이 하나 있다. 암컷은 전체적으로 잿빛이 강하다. 중부 이남으로 갈수록 쉽게 눈에 띄지만 흔한 텃새는 아니다. 먹이는 곤충·거미·도마뱀·개구리·물고기 등 동물성이고 덤불 속 또는 나뭇가지에 둥지를 틀고 6∼7개의 알을 낳는다.

쿠키뉴스 생태조사팀은 지난 5월에서 6월 중순까지 경기도, 충청도, 강원도 일대의 야생조류 번식지를 찾아 새들의 번식에 방해되지 않도록 기본 수칙을 지켜가며 알 품기부터 이소까지 새들의 육아일기를 카메라에 담아 화보로 펼쳐본다. 
'엄마, 그게 뭐에요'논병아리는 몸길이 약 26cm로 암수의 크기와 깃털이 서로 같다. 여름에는 몸의 윗면이 검은 갈색으로 양쪽 볼에는 붉은 빛이 티며, 날개는 짧고 꼬리는 없다. 논병아리는 ‘잠수의 도사’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대단한 잠수능력을 갖고 있다.  연못이나, 물에 고인 곳의 수면에다 만들며 3∼6개의 알을 낳는다. 먹이로는 작은 물고기를 즐겨 먹는다.
'물닭 가족'몸길이 약 41cm로 온몸이 검정색이며 흰색 이마가 돋보인다. 다리는 오렌지색이며 발의 물갈퀴는 마치 노(櫓)처럼 생겼다. 잘 날지 않지만 한번 날으면 상당히 먼 곳까지 날아간다.  5∼7월에 한배에 6∼13개의 알을 낳아 21∼23일 만에 부화한다. 먹이는 주로 화본과 식물의 연한 잎과 곤충, 작은 물고기 등이다.

'엄마, 빨리 먹이 좀 물어다 주세요' 검은댕기해오라기 새끼가 어미에게 먹이를 달라며 보채고 있다. 우리 땅에서 번식하는 여름새이다. 야간이나 인적이 없을 때 강변에 나와 작은 물고기나 개구리·가재 따위를 잡아먹는다. 알을 낳는 시기는 5~6월이다. 땅 위 5~10m 높이의 나무에 엉성한 둥지를 틀고 한배에 3~6개의 알을 낳는다. 어린새의 몸에는 갈색 세로무늬가 드문드문 나 있다.
'까막딱다구리'보호종으로 수컷은 머리꼭대기에 붉은색의 깃털이 관(冠)처럼 나 있고, 암컷은 뒷머리에만 약간의 붉은 깃털이 있다. 삼각형의 뾰족한 부리로 나무를 잘 쪼는데, 나무를 쫄 때마다 산이 울릴 정도로 둔탁한 소리를 낸다. 4∼6월에 3∼5개의 알을 낳아 14∼16일간 포란한다. 먹이는 동물성으로 딱정벌레의 성충과 유충을 즐겨 먹으며, 개미류와 파리류도 잘 먹는다. 때로는 식물의 열매도 먹는다.
'노랑할미새'몸길이 약 20cm로 몸의 윗면은 회색을 띠며 아랫면은 노란색이다. 수컷은 암컷보다 전체적으로 짙은 색을 띠며 아랫면의 노란색도 더 선명하다. 눈썹선과 턱선이 노르스름하고, 턱 밑과 멱은 검다. 암컷의 멱은 흰색이다. 다른 할미새류에 비해서 꼬리가 더 긴 편이다.

자세한 번식지 위치는 야생 조류 보호를 위해 밝힐 수 없음을 독자 여러분께 양해를 구한다.

광주(경기)· 용인· 서산· 춘천· 철원=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사진=용환국 생태사진가, 이규곤 생태사진가, 곽경근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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