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열돔' 습격.. 폭염·가뭄·산불·홍수·토네이도 동시에

전웅빈 2022. 6. 1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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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날씨가 미국 전역을 덮쳤다. 가뭄과 산불, 폭염, 홍수, 토네이도가 한꺼번에 발생하고 있다. ‘열돔’(heat dome) 등 대기정체가 만들어낸 이례적인 기상 현상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14일(현지시간) “기록적인 더위가 이어지면서 중서부 등 지역에 폭염 주의보가 내려졌다. 1억2500만 명(미국 인구의 3분의 1)이 폭염 영향권”이라고 밝혔다.

현재 네브래스카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까지 기록적인 더위가 찾아왔다. 남서부에서 시작된 열돔(heat dome)이 점차 동쪽으로 옮겨가면서 폭염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역대 최고기온을 새로 쓴 지역도 매일 쏟아지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콜롬비아(39도), 네브래스카주 노스플랫(42도),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37.7도), 노스캐롤라이나주 캘럿(36.6도) 등은 1950년대 폭염 기록을 깼다. 밀워키주 일부 지역에선 42.2도를 기록했다. 중서부 일주 지역은 46.1도까지 치솟았다.

지난 11일에도 27개 도시가 역대 최고 온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캘리포니아의 데스밸리는 50.5도까지 올랐다.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와 피닉스는 45.5도로 100년 만에 가장 더운 날을 기록했다. 라스베이거스는 1956년 이후 처음으로 기온이 42도를 기록했다.

남서부 지역에선 가뭄 속에 돌풍까지 불면서 산불이 확산하고 있다. 애리조나주 플래그스태프 북부에선 파이프라인 화재로 2만 에이커 이상이 불에 탔다. 뉴멕시코주 카프 캐년과 허미츠 피크 화재는 32만5340에이커를 태우고 있다. 지역 70%가 봉쇄됐다. 뉴멕시코 외에도 콜로라도, 텍사스, 오클라호마 전역에 화재 위험 경고가 올랐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약 9000만 명의 미국인이 가뭄 영향권에 살고 있다. 이 중 6500만 명 이상은 ‘심각하거나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서부지역의 75%는 극심하거나 이례적인 가뭄 상태다.

반면 일리노이주 북동부 시카고 지역에선 전날 비구름과 토네이도를 동반한 초대형 뇌운 ‘슈퍼셀’ 피해가 발생했다. 일부 지역에선 시속 80마일이 넘는 직선형 돌풍이 불었다. 인디애나주 포트웨인 공항에선 시속 98마일의 강한 바람이 관측됐다. 일리노이 북동부와 인디애나 북서부 일부에선 주민 수만 명이 돌풍으로 인한 정전 피해를 겪었다. 돌풍이 지나간 시카고에는 다시 폭염이 찾아와 이번 주 최고기온이 40도를 웃돌 수 있다고 NWS는 예보했다.

NBC뉴스는 “기록적 홍수와 화재, 극심한 가뭄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파괴적인 기상이변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폭염과 홍수, 산불 등은 각각 별개의 기상 현상으로 보이지만 ‘불의 고리’로 불리는 기상패턴과 연결돼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분석했다. 미국 주요 지역의 대기 불안은 중부에 자리 잡은 열돔 현상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열돔 현상은 지상 5~7km 높이 대기권 중상층에 발달한 고기압이 반구 형태의 지붕을 만들며 뜨거운 공기를 가둬 폭염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그로 인해 열돔 중심부엔 기록적인 더위와 습한 날씨가 찾아왔고, 북부 주변 지역에선 대기 불안으로 심한 뇌우가 발생했다. 남서부 지역은 열돔 여파로 인한 건조한 공기가 내려와 화재에 취약한 환경이 조성됐다.

중서부 옐로스톤 국립공원에는 전날 큰 홍수가 발생해 34년 만에 처음으로 주 출입구 전체가 폐쇄됐는데, 이 역시 대기정체 현상과 연관이 있었다. 열돔이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태평양 북서부에 형성됐던 ‘대기의 강’이 내륙으로 이동했고, 그로 인해 워싱턴주와 오리건주, 북부 로키산맥에 이례적인 6월 강우를 퍼뜨렸다. 대기의 강이란 열대 태평양 바다 위에 형성된 거대 수증기가 대기 중에 강물이 흐르듯 긴 띠 형태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산 정상부에서는 눈이 급속하게 녹았고, 그 물이 폭우와 합쳐지면서 피해를 키웠다.

악시오스는 “기후 변화로 인한 극한 기상 현상이 미국을 강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NWS는 뇌우와 돌풍, 폭염, 산불, 가뭄 등 날씨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보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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